[초동시각]다음이 기대되는 게임사 어디에
2026.06.29 13:47
우리에게 아이언맨으로 잘 알려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한 인터뷰에서 영화 '오펜하이머'에 합류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요즘 '감독의 영화'라고 불릴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되겠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전화를 받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유명 배우에게서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놀런 감독의 소재 선정과 제작 방식 등은 관객은 물론 배우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로 유명하다.
게임사의 본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 회사가 출시하는 신작은 재미있을 것이란 믿음, 전작처럼 흥행할 것이란 시장의 확신이 유저와 투자자들을 불러 모은다. 게임은 음원과 달리 '역주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 번 대박을 터트린 게임사, 특히 상장사라면 차기작 준비에 어깨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연타석 홈런을 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재미'만을 추구하기에는 주주 이익과 지속가능성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흥행 불확실성에 게임사들은 수익모델(BM)에 집착하거나 '자기 복제'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엔씨의 '리니지'가 대표적이다. 올해 초 발매된 '리니지 클래식'은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이른바 '린저씨'들을 소환하며 지식재산권(IP)의 힘을 증명했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아이온2'와 함께 엔씨의 1분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혁신 없는 안정에 주가는 마냥 웃지 못했다. 최근 엔씨 주가는 '아이온2' 출시 직전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비단 엔씨만의 일이 아니다. 추억의 게임은 실패 확률을 줄인다. 끄집어낼 IP가 있다는 건 그만큼 원작이 성공했다는 방증이지만, 오늘날의 게임 트렌드나 새로운 경험을 반영했다고 볼 수는 없다. 구매력이 있는 30·40세대를 겨냥해 매출이 올랐을지언정 미래 게임산업의 주 소비층이 될 10·20세대를 사로잡았느냐고 묻는다면 흔쾌히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결국 성장성 측면에서 주가 상승을 제한하게 된다.
각종 규제와 중국의 공세, 대체 즐길 거리 등으로 국내 게임업계가 어렵다는 말이 나온 지도 꽤 됐다. 위기일수록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게임의 본질은 '세계를 직접 모험'하는 데 있다. 10·20세대가 열광하는 새로운 경험에 맞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세계관·서사의 다양성, 매력적인 캐릭터에 더해 게임이 '밈'을 만들고 하나의 생태계로 움직이는 힘을 길러야 한다. 믿고 보는 감독의 영화처럼 믿고 즐기는 신작을 만드는 게임사가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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