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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나 코리아' 배우 김민하의 낯선 서울, 다시 시작된 삶...덴마크 감독이 그린 탈북 여성의 이야기

2026.06.29 12:36

7월 8일 개봉
영화 '하나 코리아' 속 한 장면. 연합뉴스

영화 '하나 코리아' 속 한 장면. 연합뉴스

배우 안서현(왼쪽부터)과 김민하, 김주령이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하나 코리아’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나 코리아’는 낯선 삶 속에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려는 탈북 여성 ‘혜선’의 여정을 담은 실화 모티브 아트버스터다. 뉴스1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이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하나 코리아’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하나 코리아’는 낯선 삶 속에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려는 탈북 여성 ‘혜선’의 여정을 담은 실화 모티브 아트버스터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탈북 여성의 남한 정착기를 그린 영화 '하나 코리아'는 제작진 구성부터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현실을 소재로 삼았지만, 메가폰을 잡은 이는 덴마크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프레드릭 쇨베르다.

여기에 애플TV+ '파친코'의 김민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김주령, 봉준호 영화 '옥자'로 주목받은 안서현이 출연했다.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로 잘 알려진 최성재 작가가 공동 각본에 참여한 한국·덴마크 공동제작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영화는 탈북 여성 혜선이 북한에 홀로 남겨진 아픈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혜선은 한국에 도착한 뒤 국가정보원 조사를 거쳐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낯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세워 나간다.

영화는 같은 처지의 탈북 여성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북한을 떠났고, 중국을 거쳐 한국에 오기까지 어떤 위기를 겪었는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그 여정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탈북민 토크쇼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이미 접해본 사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나 코리아'가 주목하는 지점은 탈북의 극적인 과정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이다. 혜선은 애초에 탈북을 계획했다기보다 아픈 어머니의 약값을 벌기 위해 홀로 중국으로 향했다가 현재에 이르렀다. 모친의 '독사처럼 살아라'는 말처럼 생존을 위해 때로는 비겁한 선택도 하지만, 끝내 인간의 존엄만은 포기하지 않은 채 위기를 극복했고,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그는 차갑고 낯선 현실 속에서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어머니의 약 값을 벌면서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놓지 않는다. 영화는 혜선의 지극히 평범한 듯 녹록지 않은 일상과 절제된 표정을 차분히 따라가며 서서히 그녀의 존재를 관객의 뇌리에 새긴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부문 관객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쇨베르 감독은 26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약 15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통일이 소원'이고 '우리는 하나'라는 두 한국인의 대화를 듣고 분단이 개인과 가족의 삶에 어떤 상처와 흔적을 남기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2019년 영화의 모티브가 된 한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접고 본격적으로 작품을 구상했다. 쇨베르 감독은 "그는 용기와 회복력이 매우 강한 젊은 여성이었다"며 "사람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고향을 떠나 다른 삶을 선택하기 위해 어떤 희생을 감수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성재 작가는 탈북 이후의 시간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리서치를 하며 가장 와닿았던 것은 탈북민이 한국에 와서 겪는 생활의 어려움만이 아니었다"며 "실제로는 생활이 어느 정도 안착한 뒤, 첫 5년 이후가 더 힘들다고 하더라. 북한에 남겨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 내려오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단절의 감정을 더 깊이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화 속 혜선(김민하 분)의 여정은 한국적 상황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향을 떠나 낯선 사회에서 다시 삶을 시작해야 하는 이들의 보편적 감정으로 확장된다. 난민과 이주, 정착의 문제를 겪는 세계 곳곳의 관객에게도 가닿을 수 있는 이야기다.


쇨베르 감독은 "제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주인공이 겪는 변화와 내면의 여정을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었다"며 "이를 위해 인물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또한 침묵과 여백, 그리고 우리가 평소에는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에도 집중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 사람들이 무엇으로부터 탈출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향해 탈출했는가를 담는 것이었다"며 "이 영화는 덴마크 영화도, 한국 영화도 아니다. 두 문화가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서울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화려하고 익숙한 도시 풍경은 혜선에게 때로 차갑고 낯선 공간으로 다가온다. 올리브영, 한강, 비 오는 도시의 풍경처럼 한국 관객에게는 일상적인 장소들이 탈북 여성의 시선을 통과하며 전혀 다른 정서를 얻는다.

김민하는 "올리브영 장면이 흥미로웠다"며 "우리에게는 익숙한 친절이지만, 혜선에게는 왠지 모를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 서울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서현은 "비 오는 날의 한강이 그렇게 감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고 했고, 김주령 역시 "늘 보아왔던 한강인데도 인물의 마음으로 바라보니 전혀 다른 풍경처럼 남았다"고 말했다.

쇨베르 감독은 서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혜선과 제 삶은 전혀 다르지만, 한국 사회에서 완전히 속하지 못한 아웃사이더라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일부러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며 혜선이 느꼈을 외로움과 고립감을 이해하려 했다"고 말했다.

연출 역시 절제돼 있다. 영화는 감정을 크게 밀어붙이기보다 침묵과 여백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따라간다. 음악도 과잉된 감상 대신 인물의 감정을 조용히 보조한다.

김주령은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감독이 매일 아침 그날 촬영할 장면의 분위기를 담은 음악을 보내줬다"며 "처음에는 난해했지만, 계속 듣다 보니 그 장면의 감정이 몸에 배어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나 코리아'는 탈북 여성들의 연대를 통해 그들이 낯선 땅에서 어떻게 버티고, 어떤 꿈을 품은 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지를 차분히 그린다. "힘든 건 상관없습니다. 해내면 됩니다"라는 혜선의 말처럼 영화는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해맑은 성격의 보미(안서현 분)가 "지금도 좋지 않아? 옆에 나도 있고"라며 희망을 건네듯, 영화는 고통에 머무르지 않고 조금씩 단단해진 세 여성의 밝은 미소를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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