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칼럼] AI를 고용하고 조직하고 경영하라…진화와 기술진보의 결론
2026.06.29 11:03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AI 사용자가 AI를 쓰지 않는 사람을 대체할 것이다.”(리처드 볼드윈 제네바 국제경제대학원 교수)
“AI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우리가 매달 아주 적은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는 가장 똑똑하고 지치지 않는 주168시간 근무의 인턴사원이다.”(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CEO)
“미래의 노동 가치는 ‘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어떤 문제를 풀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질문의 능력, 즉 기획력과 경영적 판단력에 있다.“(에릭 브린욜프슨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연구소 교수)
AI 확산이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실적이 좋고 AI에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일수록 고용을 감축하는 한편으로 회사에 남은 임직원과 취업 희망자엔 더 많고 더 숙련된 AI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많은 학자, 기업가, 전문가들이 말하는 바는 자명해보인다. 취업을 원하는가? 일자리를 지키고 싶은가? 돈을 벌고 싶은가? 그렇다면 AI를 사용하라. AI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라. AI보다 잘 하라. 그러나 과연 AI가 할 수 없는 일이란 게 있는가. AI가 못하는 일을 하고, AI보다 더 잘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미 권력과 부, 명예를 이룬 초(超)엘리트들이 자기가 가진 것들을 정당화하고, 시대로부터 낙오될 운명의 다수 대중들을 현혹하는 교언이 아닌가.
그러나 최근의 진화생물학과 뇌신경학, AI기술이 탐색을 통해 알아낸 바는 명료하다. AI가 인간의 뇌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해결하지 못한 난제들 투성이다. 그러므로 AI와 인간 뇌의 ‘진화적 격차’로부터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여전히 인간만이 가능한 것, 그것은 조직하고 지휘하며 판단하고 통솔하며 훈육하는 것이다. 가치에 입각해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하며, 자아가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성찰하는 것이다. 현실과 환각, 실행과 시뮬레이션을 구별하며 보상을 얻고자 욕망을 추동해 행동에 나서는 일이다. 하찮은 실수와 어리석음까지 포함해 ‘인간다움’이야말로 인간이 AI에 대해 가진 ‘비교우위’다. AX(인공지능 대전환)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의 단순 사용자 혹은 AI와의 일자리 경쟁자를 뛰어넘는 AI의 고용주이자 경영자로서의 ‘인식 대전환’이다.
AI와 고용의 역설: 실적은 좋고 투자는 늘고 고용은 준다
최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02개 대기업의 국내고용이 192만명 수준으로 전년보다 0.4% 증가했는데, 한화그룹이 직원 수 1만명이 넘는 아워홈을 계열로 편입한 것을 제외하면 오히려 감소했다. 전체 대기업 고용의 약 40%를 차지하는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역시 일제히 줄었고, 총 감소 규모는 1만2300여명에 달한다. 이들 그룹 모두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늘었다. AI 확산에 따라 기업의 수익 증가와 고용 확대 간 연결고리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한국CXO연구소의 분석이다.
정규직을 포함해 1년 이상 계속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용근로자’ 수도 줄어들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5월 상용근로자는 1647만명으로 1년 전보다 7000명 적었다. 외환위기가 계속되던 1999년 12월 이후 26년 5개월 만에 첫 감소다. 특히 상용직 감소는 업종별론 제조업(-14만명)과 연령별론 20대(-16만4000명)와 30대(-3만4000명)에서 두드러졌다. 20대는 정보통신업, 30대에서는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에서 큰 폭으로 줄면서 AI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I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초우량 빅테크기업일수록 인력을 줄이는 현상은 세계적이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은 지난 5월말까지 최근 1년간 전체 정규직원의 13%인 2만1000명을 줄였다. 오라클은 “사업 전반에 걸친 AI 기술의 도입과 적용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는 지난달 전체 직원의 약 10%인 8000명을 해고하고, 7000여명은 AI관련 업무로 재배치했다. 아마존도 지난해 10월과 올 1월 사무직 직원을 각각 1만6000명과 1만6000명 내보냈다. 미국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기술기업 4곳의 올해 AI투자액은 6500억달러(약 99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회장도 최태원 회장도 “AI 쓰고 또 써라”
삼성은 최근 전체 관계사 모든 업무에 AI를 전면 도입하는 등 업무 방식과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AX계획을 밝혔다. 임직원 모두, 개개인별 ‘AI무장’이 핵심이다. 전체 사장단을 대상으로 AI집중교육을 실시하고 사별 AI 전담 조직을 신설한다. 각사 CEO가 개발·구매·제조·물류·마케팅·판매·서비스·경영지원 등 8대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적용해 경영 혁신을 직접 주도한다는 것이다. 또 전체 관계사를 대상으로 제미나이, 챗GPT,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식 도입하기로 했다. 오픈AI는 곧바로 삼성전자와 기업용 AI인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코덱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연구개발(R&D)부터 생산·마케팅·지원 등 모든 업무 밸류체인에 AI를 접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영진과 구성원에 ‘1인 1에이전트’ 도입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최근 열린 ‘2026 뉴 이천포럼’에서 “개인적으로 쓰는 AI를 넘어서 우리가 하는 일을 조직 전체의 성과로 이어줄, 정말로 ‘우리의 일’을 도와주는 AI가 필요하다”며 “저 역시 에이전트를 수도 없이 만들어 각 회사의 경영진·구성원과 함께 소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AI 에이전트는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을 말한다.
‘나’는 고용주, AI는 피고용자, 구독료는 ‘임금’
AI를 쓰는 ‘나’는 ‘사용자’(user)가 아니라 ‘사용자’(employer), 즉 고용주다. AI는 피고용인, 즉 내가 고용한 노동자이며, 매달의 구독료는 그에게 지급하는 ‘임금’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에 기반하면, AI는 오락이나 재미, 정보검색을 위한 앱이나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혹은 소프트웨어 수준을 넘어선다. AI의 사용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인공인력의 고용, 이윤을 만들어내기 위한 생산과정이 된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나발 라비칸트는 “기술은 자본이고 AI는 노동이다. 인간의 역할은 이 자본과 노동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 정신, 그 자체로 수렴할 것이다”라고 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AI는 단순한 생산성 도구가 아니다. 당신의 비즈니스를 함께 고민하고 실행하는 ‘디지털 동료’(Digital Co-worker)이자, 부하직원”이라고 했다. 이선 몰릭 와튼스쿨 교수는 “AI를 가장 잘 쓰는 이는 AI에게 가장 좋은 상사가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금의 AI는 검색, 글쓰기, 디자인, 번역, 코딩, 기획 등 거의 모든 것을 하지만, 기존의 검색엔진,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이미지생성기, 번역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용자의 의도를 추론해 최적의 정보를 추출하고 요약하며 결과물을 생산하고 때로는 새로운 제안을 한다. AI 에이전트는 직접 브라우저를 열고 이메일을 보내고 코드를 작성한다. AI를 피고용인이자 부하직원, 업무파트너로 봐야 하는 이유다.
‘나’는 AI의 조직가이자 경영자이며 감독·교육자다
AI를 고용하는 순간 그 개인은 한 회사 내에선 AI를 팀원 혹은 부서원으로 거느린 팀장이 되거나 원청 기업과 계약을 맺은 협력기업으로서 ‘1인 기업’이 된다. 이를테면 번역, 법률검토, 디자인, 코딩, 마케팅, 데이터분석 등 전 분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직원을 거느린 회사의 경영자가 되는 것이다. 젠슨 황 CEO는 “앞으로 모든 개인은 자신만의 ‘AI 에이전트 군대’를 거느린 CEO가 될 것”이라며 “미래의 직업 가치는 직원의 수가 아니라 그 기업이 통제하는 AI의 역량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샘 올트먼 CEO는 “조만간 우리는 단 한 명의 인간 창업자와 수천개의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10억달러 가치의 1인 기업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이자 MS AI CEO는 “AI는 거대 기업의 독점을 깨뜨릴 것이다. AI라는 강력한 고용인을 둔 개인과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보다 훨씬 빠르고 민첩하게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물론 극단적으로 과장된 장밋빛 전망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적이고 무기력하며 단순사실 나열적인 말보다는, 피할 수 없다면 대처해야 하는 주체적인 미래 전략이다. AI를 조직하고 경영하고 감독·훈육하는 것. AI가 도대체 두려운 이들에게는 “AI는 새로운 전기다. 전기를 발명한 사람이 아니라 전기로 무엇을 만들지 아는 사람이 세상을 바꿨다”는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이자 코세라 공동창업자의 말이 힘이 될 것이다. 우리가 전기의 원리를 모두 아는 것은 아니지만, 매순간 전기를 이용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지휘자이자 경영자, 감독·훈육자로서의 인간은 현재로선, 아마도 매우 오랜 인류의 생존기 동안 AI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인간은 AI와 다르게 가치판단을 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습관·어림짐작 따위의 ‘직관’과 논리적인 사고를 매순간 유연하게 동원하며, 성과를 평가하고, 자아를 성찰하며, 실패를 수정하고, AI의 ‘가중치’를 조정함으로써 학습·훈련시킨다.
AI ‘파괴적 망각’의 벽,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은 낭만적인 헛소리가 아니다. AI의 가장 큰 결함인 ‘파괴적 망각’이 대표적이다. ‘딥러닝’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튜링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은 “현재 신경망은 새것을 배우면 옛것을 잃는다. 인간의 뇌와 근본적으로 다른 한계”라고 했다. 또다른 튜링상 수상자인 얀 르쿤 메타 수석 AI 과학자 겸 뉴욕대 교수는 “(현재 AI의 뿌리가 된)인공신경망 모델의 ‘파괴적 망각’은 기술이 인간의 완벽한 상위 호환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AI는 언제나 인간이라는 감독관의 교정과 지도가 필요한 지능”이라고 했다.
‘파괴적 망각’은 AI 모델이 새로운 지식을 학습할 때 과거에 이미 배워둔 지식을 완전히 또는 급격하게 잊어버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새로운 정보로 인해 기존 체계(가중치)가 아예 ‘덮어쓰기’가 돼버리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AI 전문가이자 기업가인 맥스 베넷은 저서 ‘지능의 기원’에서 이를 “인공신경망에게 새로운 패턴을 인식시키는 법이나 새로운 과제를 수행하는 법을 훈련시키면 기존에 학습했던 패턴이나 과제 수행방법과 간섭이 일어날 위험”으로 설명한다. 오늘날에도 AI의 파괴적 망각 문제는 근본적으로 극복되지 않았다. 그래서 현대의 AI시스템은 AI를 학습시킨 후 그냥 동결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AI는 한꺼번에 학습시키고 잠궈버린 모델이다.
반면, 인간은 매순간 새로운 정보를 통해 가중치를 조절하고 새로운 패턴과 데이터를 생성·저장한다. 과거의 패턴이나 데이터의 치명적 손상 없이 지속적인 학습이 가능한 이유다. 이는 인간 진화의 결과 뇌의 해마와 신피질(새겉질)의 발달로부터 비롯된다.
이 밖에도 인간의 뇌와 비교하면 AI가 가진 ‘치명적 결함’은 많다.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설정하지만 AI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뿐이다. 인간의 목표설정 기능은 뇌의 이마엽앞겉질로부터 유래한다. 뇌의 안와전두피질과 복내측전전두피질은 ‘가치 판단’을 가능하게 하고, 내측전전두피질과 후대상피질, 각회 등으로 구성된 연결망인 기본(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자기 성찰과 창의성이 가동되는 회로다. 호기심과 행동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도파민 분비 시스템이며, 타자의 마음을 읽는 것은 ‘측두-두정 접합부’와 내측전전두피질에 의해 가능하다. 매순간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고 가상의 여러 경로를 시뮬레이션해서 자기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며 특정의 행동을 선택하는 일엔 해마와 측두엽, 두정엽 연합피질, 기저핵, 전전두피질 등이 관여한다. 이 모든 인간 뇌의 활동에 대해 AI의 능력은 극히 초보적이거나 완전한 미개발 상태다.
그러므로 AI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심지어 AI에 대한 인간의 패배를 예견하는 것은 호사가들의 한가하고 부질없는 일일 가능성이 높다. AI는 낙관도 비관도 필요없는 다만 현실이자 실전의 장이다. AI는 AI의 것을, 인간은 인간의 것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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