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호르무즈 해협 인근서 이틀째 이란 공습…종전 합의 위태로운 지경에 내몰려
2026.06.28 06:57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 대부분 탈출…인명피해 없이 마무리 국면
미군이 27일(현지시간)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연이틀 호르무즈 해협 지역의 이란 목표물을 타격했다.
전날 양측의 무력 공방이 벌어진 데 이어 미군이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에 나서면서 종전 합의가 더욱 위태로운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상업용 선박에 대한 이란의 계속되는 공격에 대한 직접 대응으로 이란을 공습했다”면서 “미군 항공기가 이란의 정찰 인프라, 통신 시스템, 방공 기지, 드론 저장시설 등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습이 군 통수권자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 보복 공습이라는 것이다.
중부사령부는 “어제 이란이 (상선) 에버러블리호를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공습을 가한 후 이란에 휴전 합의를 준수할 기회가 주어졌으나 이란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늘 오전 4시30분 키쿠호에 일방 공격용 드론을 발사함으로써 이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키쿠호는 파나마 국적의 유조선으로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고 중부사령부는 설명했다.
중부사령부는 상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군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치명적 타격 능력을 유지하며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매체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의 시리크 지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게슘섬의 마을에 발사체 여럿이 날아들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군의 이란 공습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미군은 전날에도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있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저장 시설 등을 타격했다.
이에 이란도 반격에 나섰다. 이란은 타격 대상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바레인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며 규탄 성명을 냈다.
미국의 추가 공습에 이란도 재차 반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후속 협상을 하는 와중에 무력 공방을 이어가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치솟는 한편 종전 합의가 한층 위태로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 항공기가 휴전 합의 위반을 문제 삼아 방금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면서 “그들(이란)은 교훈을 절대로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더 이상 합리적일 수 없게 되고, 우리가 아주 성공적으로 시작한 일을 군사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란을 상대로 이뤄진 미군의 추가 공습을 직접 확인하는 동시에 이란이 종전 MOU를 준수하지 않고 계속해서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을 공격할 경우 미군이 대대적 군사작전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에 너무 크게 양보했다는 미국 내 반발을 무릅쓰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해 종전 MOU 체결에 동의했는데도 이란 측이 상선 공격을 계속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종전 MOU를 체결한 이후에도 ‘협상이 잘되지 않으면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식으로 비교적 정제된 압박성 발언을 해왔으나, 이날은 ‘이란이 존재하지 않게 될 정도’의 대대적 공격을 시사하면서 위협 수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미군은 이날 이란의 정찰 인프라와 통신 시스템 등을 추가 공습했다.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응해 전날 이란을 타격했는데도 이란이 또 상선을 공격하자 재차 공습에 나선 것이다.
이란도 전날 미군 공습에 대응해 미 해군 5함대가 주둔한 바레인을 드론으로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의 이날 추가 공습에 대해서도 반격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던 한국 선박들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대부분 해협을 빠져나오면서 위기감이 해소되는 양상이다.
전쟁 기간 HMM 운용 선박 나무호가 군사적 공격을 당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인명피해 없이 사태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2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날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 2척이 추가로 해협을 빠져나오면서 해협 안쪽에는 한국 선박 3척만 남게 됐다. 이 가운데 두바이항에서 수리 중인 나무호는 다음 달 중순 이후 출항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척은 선적 등을 마치는 대로 해협을 빠져나올 예정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선박을 제외한 한국 선박이 모두 해협을 빠져나온 셈이다.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로 해협에 발이 묶인 지 넉 달 만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 내 세계 각국 선박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선박은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해협을 빠져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전쟁 발발 당시 해협 안쪽 해역에 있던 한국 선박은 모두 26척이었다. 이때부터 이들은 약 2천척의 세계 각국 선박과 함께 사실상 해협에 갇혔다.
정부는 즉각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해양수산부는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종합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면서 주말에도 매일 회의를 열어 선박들의 상황을 점검했다.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다니는 전쟁터가 돼버린 해역에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선원들의 복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해수부는 선박마다 선원을 위한 식량, 식수, 연료 등이 충분한지 매일 확인했다. 정신적 피로와 불안감을 호소하는 선원을 대상으로 원격 심리 상담도 제공했다.
일부 외국 선박은 식량 부족으로 생존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한국 선박은 대체로 안정적인 생활 여건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것은 지난달 4일 나무호가 공격당했을 때였다. 미국이 해협에 갇힌 선박을 빼내는 ‘해방 프로젝트’에 착수한 시점에 발생한 이 사건은 이란의 공격으로 의심됐고, 정부 조사에서도 나무호가 이란 대함미사일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과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지난달 20일에는 정부와 이란 측의 협의를 거쳐 HMM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가 해협을 빠져나와 울산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나무호가 피격으로 파손됐지만, 해협 내 한국인 선원의 인명피해는 없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이번 전쟁 기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세계 각국 선박 40여척이 미사일 공격을 당했고, 선원 14명이 숨졌다. 해협에 발이 묶여 있는 동안 한국 선박의 선원들도 큰 동요 없이 배를 지켰다. 선사와 계약 종료로 하선하는 경우 외에는 대부분 선박에 남아 업무를 수행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현재까지 해협을 빠져나온 한국 선박 가운데 목적지가 한국인 선박은 3척이다. 이 가운데 원유 200만배럴을 실은 HMM 유조선 유니버설 글로리호는 다음 달 중순 여수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아직 호르무즈 해협에 남아 있는 한국 선박 3척이 모두 해협을 빠져나올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상황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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