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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호주에서 축구하며 살게 될 줄 전혀 몰랐어요"

2026.06.28 19:26

[인터뷰] 은퇴 후 떠난 호주 워킹 홀리데이 도중 그라운드로 복귀한 임정빈 선수
▲ 호주 포레스트 필드 유나이티드에서 선수 생활을 다시 시작한 임정빈 .
ⓒ Forrestfield United 제공

호주에서 은퇴를 번복한 한국인 선수가 있다.

한때 잉글랜드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제이미 바디와 찰리 오스틴.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축구와 무관한 일을 병행하며 축구선수의 꿈을 이어온 것이다. 한국에도 제이미 바디와 찰리 오스틴을 꿈꾸는 이가 있다. 그는 한때 일본과 한국 무대를 누비며 이른 시기에 축구화를 벗었지만, 호주에서 선수 생활을 다시 시작한 임정빈. 비록 호주 4부리그의 열악한 환경 탓에 선수와 인테리어 시공업자 일을 병행하고 있지만 그의 각오는 남달랐다.

다음은 지난 23일, 화상 통화로 그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과거 J2리그와 K3리그에서 뛰었으며 은퇴 이후 호주에 들어가 현재는 포레스트필드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미드필더 임정빈이다."

- 요즘 몸 상태는 어떤가?

"솔직히 예전과 같다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 훈련까지 병행하는 게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20대 때는 공익근무와 선수 생활을 동시에 했는데 그때는 어떻게 지치지 않았는지 참 신기하다(웃음)."

새 도전 위해 일찍 벗은 축구화

- 한국에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축구화를 벗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고민은 많이 했다. 선수 생활은 계속할 수 있었지만 나이는 계속 들어가고 있었고, 축구를 계속하면 과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은퇴 이후에 지도자나 축구 관련 일이 아닌,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런 복합적인 이유로 차라리 빠르게 은퇴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 은퇴 후 다소 뜬금없게도 호주로 갔는데.

"나 역시 내가 호주에서 살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은퇴 직후에는 환경미화원으로 근무도 하고 연남동에서 한식 주점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친구가 호주에서 단열재 관련 일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호주에 먼저 들어가 있던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호주 생활도 내게 흥미로운 도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 30세 생일을 앞두고 급하게 비자를 신청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정말 아무 계획 없이 비행기에 몸만 싣고 떠난 호주였다."

무작정 보낸 메일 한 통.. 결과는 '계약'이었다

▲ 무작정 이력서를 보내 구단과 계약까지 성공한 임정빈 .
ⓒ Forrestfield United 제공

- 호주에서 다시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입단 과정이 궁금하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온 호주였기에 이곳에서 축구를 다시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취미로 즐길 뿐이었다. 초기에는 한인 축구팀에서 아마추어 리그를 뛰었고, 이후에는 같은 리그에서 활동하던 다른 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와서 함께하게 되었다.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축구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동도 꾸준히 하게 되었고, 절반 정도의 시즌이 지나면서 몸 상태가 조금씩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좀 더 높은 수준의 리그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때 찾은 구단이 포레스트필드 유나이티드였다. 구단 이메일과 SNS 메시지로 나의 프로필을 무작정 보냈다. 두어 번 정도 훈련을 함께했는데 구단에서도 좋게 봤는지 계약서를 주었다. 사실 축구를 다시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영어였다. 영어를 전혀 못 했기 때문에 축구단에 소속되면 자연스럽게 영어가 늘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축구 선수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웃음)."

- 포레스트필드 유나이티드는 어떤 팀인가.

"서호주 스테이트리그2에 속해 있는 팀이다. 이곳 호주에도 여러 디비전의 리그가 있는데, 아무래도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퍼스 글로리가 A리그(최상위 리그)이고, 그 아래에 순서대로 NPL, 스테이트리그1과 2가 있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스테이트리그2를 굳이 국내 리그로 비유하자면 K4리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공을 다루는 능력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더 뛰어나다고 느끼고 있어서, 수준으로는 국내의 K5리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 은퇴 후에도 철저히 몸 관리를 한 것 같은데.

"특별한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은퇴 직후에는 운동을 안 하고 먹기만 해서 살도 찌고 배도 나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몸 상태가 보기 싫어졌다. 그래서 다시 운동을 꾸준하게 했다. 아무래도 은퇴 후에도 환경미화원이나 현장에서 몸쓰는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일상에서 근력을 유지한 덕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로 중량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근력이 어느 정도 유지됐기 때문이다."

- 이전에도 사실상 은퇴를 번복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는데.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일본 J2리그 구단과 3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춘천과 포천에서 뛰다가 당시 K3리그 소속이었던 청주시티FC(현 충북청주FC)에 입단했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생각해 온 축구 선수의 모습과 내 모습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동계 훈련 도중 팀을 나오게 됐고 이후에는 축구와 전혀 무관한 다양한 일을 했다. 그러다가 입대를 위해 신체검사를 받던 도중, 내게 레이노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4급 판정을 받았다. 계획에 없던 공익 근무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축구도 다시 하게 됐다. 그렇게 여주FC에서 선수 생활을 다시 시작했고 공익 근무 이후에도 시흥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 시흥시민축구단 시절의 임정빈 .
ⓒ 시흥시민축구단 제공

- 시흥에서는 유독 좋은 추억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시흥시민축구단에 합류했다. 당시 시흥은 이미 좋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갖춰져 있는 팀이었다. 팀 분위기와 훈련 분위기 역시 굉장히 좋았다. 그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함께했다. 그 덕분에 승격이라는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고, 다음 시즌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한때 리그 1위를 달리기도 했다. 다만 그 시즌을 4위로 마무리해 지금도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 현재 경기장 밖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국내의 K3, K4리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축구와 다른 일을 병행하는 선수들이 많다. 나 역시 현재 호주 퍼스에서 하우스 타일링을 하고 있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축구 개인 지도도 하고 있다. 그 외 유튜브 영상 콘텐츠 제작 및 업로드를 하고 있다. 원래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늘 영상을 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때는 시간이 없어서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호주에 오면서 일이 끝난 뒤의 시간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별한 연출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을 담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어려운 질문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계획과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예전에는 정말 많은 목표와 계획 그리고 꿈이 있었는데 결국 하나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먼 미래를 바라보기보다는, 당장 주어진 삶에 집중하다 보니 또 다른 내일이 오더라. 사실 내 인생에서 내가 호주에서 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생이 더 재밌다. 이곳에서도 주어진 하루를 즐겁고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뭐라도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그렇다고 대충 흘러가는 대로 살자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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