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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도박 모집책 존재… ‘참교육’ 허구 아냐” [차 한잔 나누며]

2026.06.29 06:03

‘청소년 자진신고제 도입’ 유혜미 경위

2025년 10대 15.7만명 도박 추산
“일종의 놀이처럼 온라인 유행
중학교 한반 15명 빠진 사례도
빚더미에 올라 2차 범죄로 확산
사이트 수천개… 차단 기술 시급”


“잃은 돈에 2배씩을 거는 거야. 언젠가 딴다니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드라마 ‘참교육’에 나오는 대사다. 고등학생인 바람잡이가 반 친구들에 ‘돈 버는 게임’이라며 온라인 불법 도박을 전파하고 불법대부업체를 소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학교전담경찰관(SPO)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제’를 전국에 도입한 유혜미 경찰청 청소년보호과 경위는 28일 세계일보와 만나 “학교에 사이트 모집책 역할을 하는 슈퍼전파자가 존재한다”며 도박판이 된 학교를 묘사한 참교육 장면들이 결코 허구가 아니라고 밝혔다.
유혜미 경찰청 청소년보호과 경위가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 경위가 2024년 대전경찰청에서 처음 시행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제는 올해 전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최상수 기자
대전의 한 중학교 학급에서는 15명의 학생이 자신의 도박 사실을 고백했다. 한 반의 절반가량이 온라인 도박에 중독된 것이다. 유 경위는 “일종의 놀이처럼 도박이 확산되고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학생들이 도박에 빠지는 주된 이유는 친구 권유였다. 게임을 하듯 서로 수익을 자랑하면서 딴 돈으로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또래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15명의 같은 반 학생이 도박에 빠지게 된 사건의 중심에는 일명 슈퍼전파자로 불리는 바람잡이가 존재했다.

유 경위는 “모집책을 잡고 보니 고등학생이었다”며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접근해 아이들을 모아오면 추천인코드를 통해 도박 포인트를 준다고 했다. 학급에는 도박수익금을 나누자고 강요하는 아이들도 존재했다”고 전했다. 친구들에 도박을 알려주고 뒤로는 수익을 챙기면서 학교는 도박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도박 문제는 학생들의 성적과 무관했다.

한번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서 의과대학을 목표로 공부한 학생이 유 경위에 도박중독을 고백했다. 도박으로 빚지고 부모까지 폭행할 정도로 한순간에 삶이 무너졌다. 도박에 빠지지 않았으면 평탄한 삶을 살아갈 아이였지만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유 경위는 “도박에 쉽게 빠지는 아이들은 승부욕이 강한 성향을 갖고 있다”며 “도박수익금을 쉽게 딸 정도로 똑똑한 아이일수록 도박을 끊기 더 어렵다”고 했다.

청소년 도박의 가장 큰 문제는 2차 범죄로 확산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도박 초기 친구들에 돈을 빌리다가 점차 부모에게 거짓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빚을 갚아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다 한계에 다다르면 사기, 절도, 성매매, 마약 던지기,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손을 뻗는다. 유 경위는 그 과정에서 가장 가슴 아픈 사람은 부모라고 전했다. 도박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식을 보고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스스로 도박을 끊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많다. 유 경위가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제를 처음 만든 것도 그런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2021년 도박중독에 힘들어하던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다는 그는 “도박은 혼자 끊을 수 없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던 중 불법무기 자진신고제를 참고하게 됐고, 3년간 도박중독 사례를 참고해 2024년 11월부터 대전경찰청에서 도박 자진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유 경위는 “도박으로 처벌받아도 도와 달라고 연락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이 제도가 100%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중독이 안 되게 막아 보고 이렇게라도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도박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15만7000명의 학생이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체의 약 4%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을 돕는 도박치유원 선생님 수는 100여명에 불과하다. 유 경위는 “휴대전화 하나면 도박 사이트 수천개에 접근할 수 있는데 이를 차단하는 기술적인 방안이 시급하다”며 “국가 차원의 해결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도박에 빠진 친구를 보고 서로 살자고 격려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번은 부산에서 친구 5명이 손을 잡고 경찰에 자진신고했다. 경찰은 이런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SNS 챌린지를 7월부터 시작한다. ‘도박은 OFF, 용기는 ON’이라는 메시지를 친구들에 SNS에 공유하면 학급으로 피자나 선물을 보내주는 캠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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