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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만 14→13세...중대한 범죄 한정

2026.06.29 07:01

이달 30일 국무회의서 보고
사회적 대화협의체 유지 권고에도
촉법 소년 범죄 증가하고 강력화
처벌 강화 여론도 결정 배경으로
중대범죄 기준 설정이 쟁점
“교화 인프라 보강해야” 목소리도
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 만 13세로 하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수법이 악랄해지면서 제도를 보완하고 처벌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어떤 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볼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효성 있는 소년 범죄 예방을 위해 교화 인프라를 개선하고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는 이달 30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령 기준을 조건부 하향하는 방향으로 보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앞서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대화협의체는 현행 기준 유지 권고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2만 1095명...2021년 대비 80.7%↑

정부가 사회적 대화협의체의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대한 현행 유지 권고에도 조건부 하향을 택한 것은 이 같은 촉법소년 범죄 증가세와 확산되는 처벌 강화 여론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중론이 여전하지만 잇단 집단 폭행, 절도 사건으로 시민들 사이에서 제도 보완 요구가 커졌다고 본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회적 대화협의체에서 연령 기준을 유지하자는 권고안을 냈지만 소년 범죄를 다루는 현장과의 괴리가 커 조건부로 하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은 2021년 1만 1677명에서 지난해 2만 1095명으로 9418명 늘었다. 증가율은 80.7%에 달한다. 살인과 강도 사건은 줄었지만 성폭력은 398건에서 739건으로 85.7% 증가했고 절도는 5733건에서 1만 110건으로 76.3% 늘었다. 특히 폭력은 2750건에서 5520건으로 100.7% 급증했다.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은 2021년 1만 명을 넘어선 뒤 2024년 2만 명을 돌파했으며 2020년 이후 한 차례도 감소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달 16일 충남 천안에서는 중학교 2학년 학생 7명이 지적장애가 있는 중학교 3학년 학생 A 군을 집단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이 일었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야외 쉼터와 건물 옥상 등으로 A 군을 끌고 가 담뱃불로 신체를 지지고 달팽이를 강제로 먹이는 등 2시간 넘게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폭행을 주도한 학생은 범행 당시 “촉법소년이라 괜찮다” “걸려도 소년원에 가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광양의 한 무인매장에서는 중학생들이 수백만 원 상당의 포켓몬 카드를 훔쳤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얼굴을 가린 채 매장에 들어가 진열대에 있던 카드 상자를 비닐봉지에 담아 나갔고 피해 업주는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판매 글을 단서로 직접 용의자를 추적했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이 촉법소년으로 확인되면서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보호 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소년보호사건도 증가세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소년보호사건 접수 건수는 총 5만 1360건으로 2015년 3만 4074건보다 50.7% 늘었다. 이 가운데 촉법소년 사건은 2만 2598건으로 집계됐다. 보호소년 중 촉법소년 비중도 높아지는 등 소년범죄의 저연령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상에서 체감도가 큰 절도·폭력 범죄는 물론 성폭력 범죄까지 늘면서 기존 보호처분만으로 대응이 충분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연령 기준 하향으로 이어진 셈이다.

여론조사 응답자 81% 하향에 찬성

여론도 기준을 내리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올해 3월 한국갤럽이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1%가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에 찬성했다. 한국교총이 올해 4월 27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전국 교원 8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6.4%가 연령 하향에 찬성했다. 여기에 최근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 등을 다룬 드라마 등이 국민적 공감을 이뤄내며 인기를 끈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명예교수는 “법이 만들어질 당시보다 지금의 13세는 더 성숙하고 범죄 수법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며 “법은 사회 상황 변화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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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하향이 범죄 억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중대한 범죄에 한정하더라도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두는 만큼 촉법소년에게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건부라고 해도 무거운 죄에 대해서는 처벌 가능성을 열어놓는 만큼 핵심은 연령 하향”이라며 “촉법소년에게 ‘죄를 지어도 전과가 남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범죄 기준 설정이 쟁점...“교화 인프라 보강해야” 목소리도

다만 조건부 하향이 현실화되더라도 논란은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쟁점은 어떤 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볼 것인지다. 살인·강도·성범죄처럼 중대성이 분명한 범죄는 기준 설정이 어렵지 않지만 집단 폭행, 특수절도, 사이버 성범죄, 딥페이크 범죄 등을 어디까지 포함할지는 판단이 쉽지 않다. 기준을 좁히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넓히면 사실상 전면 하향 효과가 날 수 있다.

같은 사건에 12세와 13세가 함께 가담했을 때 형사책임 적용이 갈리는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특히 12세 촉법소년이 범행을 주도하고 13세 공범이 가담한 경우 주범은 보호처분에 그치고 공범만 형사 절차 대상이 되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연령 하향이 실제 범죄 감소로 이어질지 불확실하고 어린 나이에 형사처벌 기록이 남을 경우 사회 복귀와 재범 방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나온다. 이미 소년보호사건과 소년원 송치 인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령 하향만으로 교화 부담이 줄어들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현재 위탁 시설 운영비가 부족하고 보호처분 관련 프로그램이 부실하다”며 “소년들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국가가 관심을 갖고 보호처분 시설과 제도에 예산 및 인력을 대폭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이브더칠드런 등이 모인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올해 4월 “전국 11곳뿐인 소년원은 과밀 상태고, 보호관찰관 한 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네 배가 넘는 인원을 담당하고 있다”며 “소년범죄를 예방하고 싶다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소년원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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