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생활속 과학이야기] 희소금속, 확보 아닌 '다변화' 싸움
2026.06.29 07:00
광물자원에는 '비타민'과 같은 존재가 있다. 반도체, 휴대폰, 전기차 등의 핵심 소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소금속(rare metal)이 바로 그것이다. 이름처럼 다소 생소하게 들리지만, 우리나라는 일찍이 35종의 광물을 희소금속으로 지정하고 그 중 10대 희소금속을 비축광산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K-반도체'에 이은 'K-배터리'로 우리의 기술개발 역량이 전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미래 먹거리 산업 원료의 공급망 대부분을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암이 엇갈린다.
올해 초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되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산 원유의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의 봉쇄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에게 에너지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줬다. 석유뿐만이 아니다. 2월에는 중국이 텅스텐을 포함한 핵심광물 5종에 대해 수출통제를 전격 발동했다. 지정학 리스크가 에너지와 광물 공급망을 동시에 뒤흔드는 시대,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주요 희소금속의 공급망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우리 주력 산업에 필수적인 희소금속 중 대외 의존도가 특히 높은 것은 '산화텅스텐'으로, 우리나라 텅스텐 수입의 85%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산화텅스텐은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인 원료이며, 대체재를 구할 수 없는 소재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중국의 수출통제 발동 이후 텅스텐 가격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공급망 불안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 광물자원 확보의 새로운 파트너로 우즈베키스탄이 주목받고 있다. 우즈벡은 텅스텐 매장량 세계 7위 국가이자 몰리브덴 등 희소금속이 풍부한 '자원부국'이다. 특히 구소련 시대부터 중앙아시아 전 지역의 광상조사, 지질도면 등 중요 지질자원 정보를 보유·관리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어, 많은 나라들이 중앙아시아 광물자원 거점 확보를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09년부터 우즈벡 지질자원 전문가 초청교육과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며 우호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우즈벡은 189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15만 권의 보고서와 70만 장의 도면이 포함된 3만 6000여 개의 중요 지질자원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낙후된 시스템으로 금과 희소금속의 매장량 등 중요 자료가 훼손되고 있어, 디지털 작업을 통한 체계적 DB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그간 연구원에 축적된 2700여 건의 연구 데이터와 13만 건이 넘는 연구보고서 등을 디지털화해 운영한 '지오빅데이터 오픈플랫폼'의 기술 노하우를 우즈벡에 단계적으로 이전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자원 무기화로 번지고 중동발 에너지 위기까지 겹치면서, 희소금속은 이름 그대로 더욱 희소해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 광물자원 DB가 완성돼 우즈벡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게 제공된다면, 공급 다변화와 신북방 진출 교두보 확보라는 두 가지 시너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광산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과 국가 경제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또한 축적된 지질정보는 향후 우리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 위험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질자원 '틈새 기술'을 매개로 광물자원의 '비타민'을 선제적으로 꾸준히 확보해 나간다면, 가속화되는 핵심광물 패권 경쟁 속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정수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탐사개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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