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공격 중단 합의…도하서 호르무즈 통행 담판
2026.06.29 06:30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을 중단하고 이번 주 카타르 도하에서 후속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양측이 선박과 군사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주고받으며 휴전 합의가 위태로워지자 확전을 막기 위한 긴급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모든 군사적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미국과 이란이 서로를 겨냥한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미 당국자는 양측이 "일단 물러서기로 했다"며 "선박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30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만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당초 스위스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최근 군사 충돌로 장소와 의제가 바뀌었다. 악시오스는 미국 기술협상팀을 이끄는 닉 스튜어트가 회담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MOU 호르무즈 통행 조건 두고 서로 다른 해석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해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불거졌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행 조건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MOU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고,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 조항을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 관리권이 자국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날 이라크 방문 중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교통 관리와 완전한 복원은 이란의 책임"이라며 "다른 어떤 국가나 기관도 이 문제에 책임이나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은 이 같은 해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MOU가 이란에 국제수로의 독점적 통제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상선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도록 한 실무적 책임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이란이 선박 통행을 자국 항로와 사전 조율에 묶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은 자유항행 원칙을 앞세워 반발했다.
양측은 지난주 스위스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조율하기 위해 미군과 이란 혁명수비대 사이에 직통 연락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연락망은 주말까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 이란은 선박들이 자국과 조율해야 한다고 다시 주장했고, 미국은 이란이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美·이란, 25일부터 호르무즈에서 군사 충돌
군사적 충돌은 지난 25일께 호르무즈 해협에서 오만 연안 항로를 이용하던 컨테이너선이 공격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어 유조선 공격이 발생하자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 등 군사 인프라를 타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쿠웨이트의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와 바레인 살만항의 미 해군 5함대 기지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강경 발언으로 이란을 압박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미국 항공기가 휴전 합의를 또다시 위반한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더 이상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시점이 올 수 있다"며 "그 경우 우리가 매우 성공적으로 시작한 일을 군사적으로 끝낼 수밖에 없고, 이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휴전 합의가 체결된 지 11일 만에 군사 공방이 재개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기대도 흔들렸다. 합동해사정보센터(JMIC)는 최근 유조선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안보 위협 수준을 '상당함'으로 상향했다. 또 통상적인 선박 통행 경로 상당 부분에 기뢰 위험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번 도하 회담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입장차를 조율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당초 회담은 스위스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최근 군사 충돌로 장소가 카타르 도하로 바뀌고 의제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로 재조정됐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양측은 일단 서로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 관리권을 주장하고 미국이 자유항행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휴전 합의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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