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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기술이 안보가 된 시대, 한국은 ‘신뢰받는 파트너’인가

2026.06.28 23:56

미국은 안보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만 선별해
핵심기술 접근 허용할 듯

독자적 기술 역량은 물론
보안 취약점이 없어야
중견국 리더로 도약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초청국 정상들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념촬영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앤스로픽의 최첨단 AI 모델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을 제한했다. 이 결정은 반도체와 원자력에 이어 AI 같은 첨단 기술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전략 변화를 보여준다. 동시에 미 상무장관이 프랑스 G7 정상회의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Trusted Partners)’ 체제 구상을 논의한 점은,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미국이 설정한 안보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에만 핵심 기술 접근을 허용하려는 선별적 기조를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2기 이후 심화된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적 동맹관 속에서 느슨한 다자주의 시대가 저물고, 조건부 기술 블록화 체제로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중 패권 경쟁이 구조화되면서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졌고, 공급망과 기술 접근권 자체가 외교·안보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견국들(middle powers)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가 불가피하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올해 초 다보스 포럼에서 제시한 것처럼, 중견국들은 강대국 경쟁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능동적으로 규칙 형성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이러한 중견국 연대 구상이 실제로 얼마나 제도화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핵심은 첨단 기술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중견국의 위상이 더 이상 외교적 수사나 경제 규모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생태계에서 신뢰받는 참여자인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기술이 곧 안보가 되는 시대에는 ‘규범을 만든다’는 선언보다 ‘접근이 허용되는 국가인가’가 더 현실적인 잣대가 된다.

한국은 이 거대한 국제 질서의 전환기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AI, 반도체, 디지털 인프라 전반에 걸쳐 탄탄한 산업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AI 관련 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제도적 틀도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 통제에 대응해 ‘소버린 AI(Sovereign AI)’를 국가 전략 과제로 삼고, 글로벌 AI 규범 논의에 적극 참여하려는 시도 역시 중견국으로서 자연스러운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동시에 냉정한 평가도 필요하다. 기술력 역량과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졌더라도, 글로벌 AI 및 반도체 공급망이 ‘신뢰 기반 접근 구조’로 재편되는 상황에서는 독자적 기술력 못지않게 외부로부터의 안보적 신뢰가 핵심 변수로 작동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졌더라도 공급망과 데이터 거버넌스 상에서 보안 취약점이 노출되는 순간, 글로벌 기술 연대에서 배제될 수 있는 약한 고리로 전락할 수 있다. 즉, 기술 주권의 문제는 자립 여부가 아니라 국제 협력망 내에서의 신뢰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 동맹 현대화는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기술·산업·안보를 통합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와 조선업, AI 등 전략 산업 전반에서 대중(對中) 디커플링을 가속하며 한국의 동맹적 동참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반면 한국 외교는 원자력 잠수함 보유,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전작권 환수 및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통한 관계 정상화 등 전통적 안보 의제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정책 우선순위의 차이는 전략적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긴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할 것인가이다. 미국 주도의 프런티어 AI 생태계에 접근 가능한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국가 핵심 디지털 인프라와 데이터 거버넌스를 글로벌 G7 스탠더드 이상으로 강화하는 제도적 보안이 시급하다. 동시에 예상치 못한 공급망 충격이나 기술 제한 상황에서도 국가 시스템이 마비되지 않도록 기술 자립 역량, 즉 소버린 AI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멈추지 않는 투 트랙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제질서 속에서 기술 및 경제 외교를 포괄적으로 접근하여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결국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신뢰받는 동맹의 구성원이라는 안보적 자격과 독자적 기술 방어력이 결합될 때, 비로소 한국은 글로벌 AI 거버넌스를 이끄는 중견국의 리더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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