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로 돈 버는 시대…'조회 수' 쌓이는 동안 피해자는 쓰러져 갔다
2026.06.29 08:00
사이버 레커, '정의 구현' 내세워 폭로…자극적 콘텐츠에 광고·후원 몰려
피해자가 소송으로 버티는 동안에도 유튜버·플랫폼은 수익만 불렸다
'매운맛이 강해질수록 돈이 모인다.' 이 단순한 공식이 지금의 유튜브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다.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동안에도 해당 유튜브에는 광고가 붙고 수익은 쌓였다. 피해자의 목소리는 묻히고, 가해자의 목소리만 커졌다. 최명희씨(가명)의 경우도 그랬다.
2023년 12월, 최씨는 평소 시청하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봤다. 채널 운영자 김영식씨(가명)가 최씨의 닉네임을 특정해 비방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수위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성적 비하 내용까지 나왔다. "먼저 다가와 놓고 성폭행 남자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최씨의 남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최씨의 자녀까지 도마에 올렸다. 김씨는 "최씨가 평소 내 험담을 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비슷한 문제는 과거부터 있었다. 그는 2020년 10~12월 생방송에서 또 다른 피해자도 거론하며 "현직 조폭이 대포통장을 가지고 사업자도 없이 후원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운영자 김씨는 같은 문제로 두 번이나 벌금형을 받은 전과자다. 이번에 최씨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까지 더해졌지만, 법정 구속은 피했다. 1심 재판부는 2024년 11월 김씨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법 위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10단독 김태현 판사는 김씨의 죄질이 나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순간적인 분노, 우발적인 발언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확정적인 고의를 가지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유튜브 명예훼손 193건 중 실형은 9건
온라인 플랫폼은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다. 자극적인 영상과 게시글이 난무한다. 내용이 충격적일수록 확산 속도는 빠르다. 거짓된 내용이어도 상관없다.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해도 가해자에게 당장의 타격은 없다.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최소 수개월 걸린다. 채널 운영자가 익명 뒤에 숨었다면 수사기관도 신원을 특정하기 쉽지 않다. 해외에 본사를 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게시물 삭제, 운영자 신원 특정 등의 요청에 즉각 화답할 리 만무하다. 그나마 최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운영자를 특정하는 건 소수의 이야기다. 구글코리아에 협조를 요청해도 '운영자 정보는 미국 본사에서 관리한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미국 연방법에 근거한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를 활용해 신원을 확정하는 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 연예인과 기업 쪽 이야기다.
그러는 사이 악성 유튜버 문제는 두드러졌다. 일부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자극적 영상으로 수익을 올리는 이들)는 '정의 구현'을 폭로의 명분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들이 되레 사회 혼돈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는 6월23일 유튜버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가 구속 기소되면서 재조명됐다. 김 대표는 유튜브 채널 등을 이용해 배우 김수현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명예훼손 사건에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는 건 이례적이다. 김 대표는 올해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사저에 대해 가압류 신청하고, 다른 유튜버와 업체 등을 상대로 공격적 방송을 하는 등 숱하게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딸을 비방해 법정에도 섰다. 김 대표는 2024년 9월 이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지만, 이번에는 재판 전 구속조차 피하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건 유형도 다양하다. 시사저널이 최근 3년간 판결문을 조사해 보니 전체 193건 중 실형 선고가 나온 건 9건뿐이다. 대부분 벌금형이다. 이는 사법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2023년 6월10일~2026년 6월10일 유튜브 관련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사건을 선고 기준(같은 사건의 상급심 포함)을 토대로 살펴본 결과다. 유튜브 게시물이 직접 명예훼손의 매개인 사건 151건, 유튜브 관련 분쟁이 타 플랫폼으로 이어진 사건 42건이다. 전체 사건에서 무죄는 24건이다. 피고인 대다수는 벌금형을 받았다. 피고인들은 사적 복수, 경쟁 업체 비방, 정치 이념 홍보 등을 하려다 범행을 저질렀다. 이와 별개로 같은 기간 관련 민사소송은 761건이다.
김선미씨(가명)는 피해자다. 처음 김씨는 고등학생 시절 박찬식씨(가명)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성인이 되자마자 폭로했다. '미투(MeToo)' 운동의 일환이었다. 그러자 박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김씨 이야기는 허위 미투고 금품을 노린 '꽃뱀'"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얼굴 사진과 주민등록번호까지 온라인에 올렸다. 그러자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김씨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김씨의 악몽은 다시 시작됐다. 대전지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구창모)는 2023년 11월 항소심에서 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빠른 속도로 퍼지는 온라인 정보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범죄를 진정 뉘우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피해자가 받는 고통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피고인의 노력으로 부적절한 게시물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생겨난 새로운 직업인 디지털 장의사(Cyber Undertaker) 등을 이용하면 무리한 노력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이러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이 급선무일 것임에도 피고인은 이에 관해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상 명예훼손 사건 매년 증가
혐오는 가해자들의 원동력이다. 정치 이념이 극단화할수록 거친 말도 오갔다. 이는 특정 진영만의 일이 아니다. 보수 성향 유튜버 최식씨(가명)는 사기죄로 처벌받은 사람의 주장을 인용해 '부산 금괴 도굴 의혹'을 여러 차례 방송했다. 부산 남구 쪽에 있는 일본군 어뢰기지에서 금괴 도굴 사건이 벌어졌다는 취지의 영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를 알았다는 극우 성향 지지자들의 주장을 옮긴 것이다. 최씨는 2023년 11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3단독 김주영 판사는 과거 경찰 조사와 법원 판단 등을 토대로 최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튜브는 전파 가능성이 높고 파급 효과가 크다"며 "특히 최씨는 사자명예훼손죄 전력이 있음에도 동종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 유튜버 김찬훈씨(가명)는 2021년 12월부터 6개월 동안 온라인상에서 보수 성향 유튜버를 비방했다. "학교폭력, 중퇴, 와이프 폭행, 민주화 지역 비하"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보수 정당의 한 정치인을 향해서는 "여성 혐오와 사회 폐기물급인 이 사람이 좋다는 수준에 참담하다"는 내용의 영상도 올렸다. 김씨는 2024년 2월 부산지법 형사17단독 이용관 판사 심리로 진행된 1심에서 일부 유죄(벌금 400만원)를 선고받았다.
내분도 벌어졌다. 황성식씨(가명)는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를 주장한 단체 회원이다. 2019년 4월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가 기각되면서 내부 갈등이 생겼다. 황씨는 동료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유튜브 영상을 활용한 게시물 등의 거짓 정보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것이다. 피해자들의 얼굴을 선정적 사진에 합성한 딥페이크 이미지는 물론 비방글 등을 2000회 이상 온라인에 유포했다. 황씨는 두 차례 비슷한 문제로 처벌받은 전과자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1단독 하석찬 판사는 2024년 6월 황씨에게 징역 1년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양한 유형의 문제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대검찰청에서 확보한 자료를 보면, 검찰에 들어온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사건은 2021년 7324건에서 2025년 921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6년 5월말 기준 접수된 사건은 4191건이다. 이 중 실제 정식 기소 건수는 2025년 기준 294건으로 집계됐다. 검찰로 넘어온 사건 자체가 많아진 만큼 불기소 처분 건수도 늘었다. 이는 수사기관에서 살펴보는 온라인상 명예훼손 문제가 많아졌다는 의미다(표 <연도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 참조).
자극적인 게시물에 돈이 몰린다. 지금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영상이 단적이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 분석 결과, 선관위 사태가 확산한 6월5일 보수 성향 A채널이 슈퍼챗 약 500만원(335개)을 벌어들여 1위로 올라섰다. 슈퍼챗은 유튜브 생방송 중 시청자가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것이다. 보수 성향 채널들은 이날 슈퍼챗 상위 5위권에 진입했다. 선거 이틀 전인 6월1일 슈퍼챗 상위 5위에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 2개가 1위와 2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됐다. 이 채널들의 슈퍼챗 수입은 각각 약 290만원(230개), 280만원(111개)으로 집계됐다. 4위인 보수 성향 B채널은 240만원(62개)을 얻었다. 선거 당일에는 진보 성향 채널 3개가 상위권을 접수했다. 순위권에 없던 A채널이 6월5일 하루 만에 500만원을 번 것은 이와 맞먹는다.
실시간 슈퍼챗만이 전부가 아니다. 유튜브 광고 수익은 1000회 노출당 광고 단가(CPM·Cost Per Mille)로 산정된다. 많이 노출될수록 수익률도 올라간다. 한국 유튜브의 경우 조회 수 상위권 채널의 연간 수익은 수십억원대로 추정된다. 관심도가 높은 유튜브 채널일수록 광고·후원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플랫폼·유튜버·언론이 함께 키운 악순환
여기에 공생하는 일부 언론의 문제도 있다.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난 배우 김새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인은 생전 본인의 사생활을 알린 유튜브 방송 문제를 주변에 토로했다고 한다. 2022년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킨 후 자숙하던 중에도 카페 아르바이트 등의 사생활이 확인 없이 일부 잘못된 내용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고인이 남긴 메모에는 자신의 생활을 반복 방송한 특정 유튜버 문제와 함께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튜버 문제를 계기로 배우 김수현과의 의혹이 증폭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연예매체를 시작으로 언론은 김새론의 사생활과 연애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배우 고(故) 이선균 사건도 마찬가지다. 인천 경찰이 이선균을 수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김세의 대표를 비롯한 일부 유튜버는 그의 사생활을 방송 주제로 삼았다. 경찰 수사 보고서는 기자에게 유출되기도 했다. 수사 정보 보도와 유튜브 방송은 빠르게 소비됐다. 자극적인 내용의 사생활 영상도 퍼져 나갔다. 결국 이선균은 수사가 진행되던 2023년 12월 사망했다. 사이버 레커가 사안을 던지고 언론이 이를 키우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다.
오세욱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한국언론진흥재단 전 책임연구위원)는 "사이버 레커 콘텐츠를 직접 유튜브에서 접하는 게 아니라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언론이 보도하지 않아도 될 사안을 보도하니 정보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과거 언론은 이러한 극단적 콘텐츠를 걸러내는 역할을 했다"며 "지금은 기사 클릭수를 위해 문제를 증폭시키면서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본적 해법은 언론이 바로 서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사회적으로 마련하는 일"이라고 했다
플랫폼은 가해자와 수익을 나눴고, 유튜버와 언론은 정보를 확산시켰다. 정의마저 지연되는 사이에 피해자는 숨고 있다. 악순환을 끊는 건 결국 언론의 신뢰 회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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