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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이 던진 질문…학교 무너뜨린 '법의 허점' 손질 시작됐다

2026.06.29 08:01

[대한민국 법도 '참교육' 들어가나요-①]
촉법소년·아동학대법·사이버폭력까지…교육 현장 흔드는 제도 허점
교육계 "교사 개인 아닌 제도가 해결해야"…국회·정부 제도 보완 착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은 '촉법'이라 말하는 아이, 아이를 처벌하는 교육부를 향해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는 학부모의 모습을 드라마 '참교육'이 짚었다. /사진=넷플릭스 캡처

[파이낸셜뉴스] #1, 훔친 차량을 무면허로 몰다 경찰에 잡히고도 '촉법'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 없이 풀려났다.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은 학교에서 마약을 유통하다 교권보호국에 걸려 소년교도소로 간다. 그런 아이들의 부모들은 교육부 앞에서 '인권유린', '아동보호'라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2.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는 새내기 담임 교사에게 "틀린 문제에 빗금 치지 말라", "부정적인 말은 자제해 달라"며 끊임없이 악성 민원을 제기한다. 교사의 대응이 마음에 들지 않던 '엄마'는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고소하더니 맘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교사 신상까지 올린다.

전 세계 44개국에서 1위에 오른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이처럼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한 옴니버스식 드라마다. MZ조폭, 학내 마약 유통부터 신종 학폭인 와이파이셔틀까지 다양한 주제로 구성돼 있지만, 그 주제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 아동학대처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등.

드라마는 촘촘하지 못한 이 법들이 의도치 않게 '규제 사각지대'를 허용하면서 불법을 조장했다고 얘기한다. 드라마 '참교육'을 통해 규제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교권보호국 신설에 대한 공개 토론을 가진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28일 파이낸셜뉴스에 "학교 현장의 문제를 더 이상 교사 개인에게 맡겨둘 수 없게 됐다. 현재 시스템만으로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의 학습권을 함께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악성 민원으로 새내기 교사를 괴롭힌 학부모는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고소하는 데서 나아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신상을 공개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넷플릭스 캡처

법조인들은 교사들을 괴롭히는 '법의 허점'으로 아동복지법 제17조 5항을 첫 손에 꼽는다. 바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는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기준의 모호함이다. 드라마 '참교육' 5화에서도 학부형은 자신의 아들을 가스라이팅했다는 억지 주장을 하며 담임 교사를 '정서적 아동 학대'로 고소한다.

해당 에피소드의 모티브가 된 지난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이른바 '교권 5법'이 개정되면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이 아동학대처벌법에 삽입되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기준 때문에 지난해 아동학대 관련 교사 입건 건수가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369건으로 집계됐다.

초등교사 출신인 법무법인 진수의 나현경 변호사는 "정서적 아동학대의 모호성을 앞세워 학부모들은 교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 90% 이상은 혐의없음으로 나온다"며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할 때 교사를 보소할 수 있는 제어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촉법연령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촉법소년 연령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을 뜻한다. 이 연령대는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상 보호처분 대상이다. 소년원 송치, 보호관찰 등의 처분만 받기 때문에 형사처벌로 인한 전과 기록은 남지 않는다.

이에 따라 촉법연령에 해당되는 아이들에게 '나이'는 범죄 도구가 됐다. 촉법소년의 범죄도 늘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검거된 촉법소년은 2016년 6493명에서 2025년 2만1095명으로 9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이 학교 안에선 제기능을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전국 초4~고3 청소년 9000명과 만 19세 이상 성인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공동 실시한 '2025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해당 년도 기준 최근 1년간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청소년은 전체의 42.3%에 달한다.

폭력의 피해만 경험한 비율은 23.3%로 전년 대비 3.0%p 증가했고, 가해와 피해를 모두 경험한 경우도 14.2%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별로는 '사이버 언어폭력'이 32.0%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사이버 명예훼손'(15.8%), '사이버 스토킹'(6.8%), '사이버 성폭력'(5.4%)이 뒤를 이었다.

드라마 참교육을 보면 사이버폭력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학생은 물론 교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조작된 영상에 범죄자로 몰리는가 하면 개인 신상이 온라인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법의 한계가 드라마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촉법소년의 경우 연령 하한에 대한 논쟁은 꾸준히 계속돼 왔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두고 하향에 찬성하는 쪽은 촉법소년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여기에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이라도 경찰이 이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이나 핸드폰 포렌식을 진행할 수 없다보니 수사에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연령을 낮춰도 실형 선고가 거의 없어 '상징적 입법'에 그친다는 점, 보호관찰 인력 부족 등 교화 인프라 문제를 선행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회입법조사처 김혜미 입법조사관은 "연령 하향이 범죄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고, 형사정책적 타당성과 효과성은 별도의 실증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최소한 한 살은 낮춰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며 공론화를 지시했다. 그러나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는 지난 4월 30일 마지막 전체 회의에서 현행 기준인 '만 14세'를 유지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했다.

소년범에 대한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24일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박운삼)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소년범 5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검사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주범인 A군과 B군의 형량을 높였다.

A군은 1심의 징역 장기 4년·단기 3년에서 장기 5년·단기 4년으로, B군은 장기 2년·단기 1년 6개월에서 장기 3년·단기 2년으로 각각 형이 가중됐다. 나머지 3명은 원심이 유지됐다.

그러면서 법원은 형량을 크게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박 재판장은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였지만 형을 아주 큰 폭으로 올리지는 않았다"며 "피고인들이 소년이라는 점이 형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데 발목을 잡았다"고 강조했다.


법의 허술함을 보완하려는 변화도 시작됐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조건부 연령기준 하향'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촉법소년 연령 조정을 둘러싼 공론화 절차 결과, 당초 '만 14세 미만 현행 유지' 방안이 거론됐으나, 강력 소년범죄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자 조건부 하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평등부는 이런 수정 내용을 담은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대한 권고안을 이르면 오는 30일 국무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회의 결과에 따라 내용이 수정될 것으로 봤다.

중대한 범죄에 대한 세부 기준은 법무부가 정해나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지난 6·3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오는 7월 1일 취임과 함께 임기를 시작하는 교육감들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당선인은 국회에서 입법활동한 경험을 살려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교육활동 사고에 대한 면책 입법을 국회와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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