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 감독 선임, 예고된 실패… “폐쇄적인 인맥 카르텔 깨야”
2026.06.29 04:34
2년전 홍명보 지휘봉 잡을 때 협회장 지시로 기술이사가 관여
박지성 “절차 무시한 선임 참담”
洪감독, 12년전 대회 실패 되풀이… 스리백 전술 고집, 대응전략 부재
남아공전 손흥민 선발 제외 ‘악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박지성(현 축구 해설위원)은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이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과정의 불공정 논란과 특혜 의혹에도 이미 한 차례 월드컵에서 실패했던 홍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를 1무 2패로 마쳐 탈락한 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박지성은 “절차를 밟아 감독을 선임한다는 약속 자체가 무너졌다. 대표팀이 쉽사리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뼈아픈 반성을 담은 백서를 발행했다. 협회는 백서에 “변화 없는 전술과 다양한 경기 상황 대응 전략의 부재, 상대 팀 정보 파악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썼다.
당시 지적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출신인 주장 손흥민(LA FC)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역대 최강의 선수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번에도 이해하기 힘든 선수 기용과 전술에 대한 고집으로 한국 축구에 굴욕을 안겼다. 비기기만 해도 32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었던 25일 조별리그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이 대표적이다. 이 경기에서 홍 감독이 상대 팀에 가장 위협적 공격수인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한 결정은 ‘악수 중의 악수’였다. 남아공은 주전 미드필더 2명이 경고 누적 등으로 한국전에 결장해 정상 전력도 아니었다. 초반부터 주도권을 내준 한국은 시종 끌려다니다가 0-1로 패했고, 결국 32강행에 실패했다.
홍 감독은 경기 막판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고집스럽게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스리백 전술을 고수했다. 홍 감독은 역전승을 거둔 1차전 체코전(2-1 승)과 선전 끝에 아쉽게 패한 2차전 멕시코전(0-1 패)에서도 스리백 전술을 썼다. 과거 홍 감독과 함께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합작했던 골키퍼 이범영은 “홍 감독님은 한번 전술적으로 성공하면, 그 전술로 계속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과거엔 우리가 탈락을 하더라도 독일을 이겼다(2018 러시아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이기고 16강에 갔다”며 “하지만 이번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21세기 대한민국의 월드컵 본선 경기 사상 가장 무기력하게 졌다. 그렇게 허탈하게 탈락하니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남아공전이 끝난 이후 박지성 해설위원은 “2014년의 좋지 않았던 월드컵을 그대로 반복했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고 있는 곳에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홍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안긴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끌 감독을 선임하는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의 위원으로 활동했던 국가대표 출신 박주호는 “(전강위 회의 당시) 차기 사령탑 후보로 볼 만한 외국인 감독의 이름을 이야기하면 누군지 모르는 위원들도 많았다. 임시 감독을 뽑을 땐 (충분한 논의 없이) 다수결로 뽑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월드컵 시작 전부터 대회 일정이 끝나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내년 아시안컵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홍 감독 역시 사퇴가 불가피하다.
한국 축구는 원점에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전문적이고 공정한 감독 선임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표팀 운영과 선수 육성 방안 등도 새로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득권을 가진 몇몇 축구인만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가 축구인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자각해야 한다. 현재 한국 축구는 폐쇄적인 부분이 많고, 세계적인 트렌드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 세계 축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들이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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