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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해줘 축구'할 건가…퇴보하는 한국 축구[홍명보호 결산③]

2026.06.29 07:30

현대 축구는 세부적인 전략·전술이 중요
한국은 이강인 등 특정 선수에게 의지
에이스 핵심이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
[사포판(멕시코)=뉴시스] 전신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8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흥민, 이강인, 홍 감독. 2026.06.0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여정이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 축구의 고질병이 된 '해줘 축구'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북중미 월드컵은 29일(한국 시간)부터 대회의 '꽃'으로 불리는 토너먼트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32개에서 48개국으로 늘어, 토너먼트가 16강이 아닌 32강부터 펼쳐진다.

각 조 1, 2위는 물론, 조 3위 중 상위 8개 국가까지 32강에 참가해, 여느 때보다 토너먼트 진출이 쉬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침 한국은 '개최국'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해볼 만한 상대들과 한 조에 자리해 어렵지 않게 32강엔 오를 거란 기대를 받았다.

실제 홍명보호는 지난 12일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19일 멕시코전에선 0-1로 패배했지만, 나쁘지 않았던 경기력에 수문장 김승규(FC도쿄)의 실수에서 나온 실점이어서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진 않았다.

더욱이 25일 마지막 일정인 남아공전에서는 무승부만 거둬도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까닭이었다.

[사포판(멕시코)=뉴시스] 전신 기자 = 18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김승규가 공중볼을 잡은 뒤 이기혁 위로 떨어지며 볼을 놓치고 있다. 2026.06.19. photo1006@newsis.com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한국은 남아공전에서 전반 내내 상대에게 압도당했고, 설상가상 후반 18분에는 타펠로 마세코에게 선제골까지 내줬다.

이후 한국은 동점골을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펼쳐야 했지만, 처음에 들고나온 스리백 전술만 유지했다.

1-1을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는 추가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한 전략을 택한 듯했다.

남아공전 패배 이후에는 한국이 1승2패의 승점 3과 득실 차 -1을 기록해, 조 3위 상위 8개 국가에 주어지는 32강 진출권을 획득할 거란 예상이 따랐다.

통계 업체 '옵타'는 홍명보호의 32강 진출 가능성을 87.6%로 예상했으며,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무려 94%로 낙관했다.

그러나 홍명보호에 주어졌던 경우의 수 9가지 중 단 1개만 적중했다. 맞아야 했던 3가지 중 2개나 빗겨나가면서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경우의 수가 빗겨나갔다는 핑계보다는 애초 조 3위로 추락하게 된 한국 축구의 반복되는 '해줘 축구'가 진짜 문제로 떠올랐다.

[사포판(멕시코)=뉴시스] 김명년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이 15일(현지 시간) 멕시코를 상대로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앞두고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훈련장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 중 홍명보 감독을 지나치고 있다. 2026.06.16. kmn@newsis.com


'해줘 축구'란 현대 축구에서 요구하는 디테일한 전략·전술이 아닌, '골 넣어줘', '도움해 줘', '상대 공격 막아 줘' 등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스타일을 비꼬는 단어다.

에이스들이 팀을 이끄는 건 당연하지만,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 그들이 '한방' 해주는 것에만 의지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본격적으로 축구 팬들 사이에서 사용된 건 지난 2024년 1월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었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짜임새 있는 세부 전술보다는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의 기량에만 의존해 경기를 풀어나갔다.

아시안컵에선 이들의 실력만으로도 대회 4강까진 올랐으나, 그걸 간파당한 4강전에서는 요르단에 0-2 충격패를 당해 우승에 실패한 바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에 대한 책임으로 팀을 떠난 뒤, 홍 감독이 부임했는데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리백을 택했지만 선수 능력을 극대화하는 유기적인 변화보다는 틀을 정하고 선수들이 그 역할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했다.

[과달루페(멕시코)=뉴시스] 전신 기자 = 24일(현지 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황인범이 볼을 다투고 있다. 2026.06.25. photo1006@newsis.com


자연스럽게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는 물론 황인범(페예노르트), 이재성(마인츠) 등 유럽 무대에서 누비는 선수들에게 의지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남아공전 패배 역시 이 해줘 축구에 발목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아공은 다른 팀들과 달리 한국의 장단점과 각 선수의 기량을 정확하게 분석한 듯 움직였다.

수비 라인은 공격할 때 높게 올리지만 상황에 맞춰 유기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고, 계속해서 왼쪽 측면을 공략해 선제골을 터트렸다.

리드를 잡은 이후에는 공격수까지 가담시키는 텐백(10명 모두 수비) 전략으로 바꿨다.

텐백을 사용하면 중거리슛, 슛 이후의 세컨드볼 등으로 실점 상황을 노출시킬 수도 있으나, 홍명보호는 박스 안에 많은 숫자를 두지 않는 것도 인지한 듯 철저히 지키는 데만 집중했다.

그 결과 남아공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한국은 조기에 짐을 쌌다.

[과달루페(멕시코)=뉴시스] 전신 기자 = 24일(현지 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대한민국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6.06.25. photo1006@newsis.com


전문가들은 홍 감독의 사임 여부와 별개로 한국 축구가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계 인사는 "무능과 저능, 몰상식"이라고 지금의 한국 축구를 평가했다.

또 박찬하 해설위원은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월드컵 출전 48개국 중 우리보다 축구를 못하는 나라를 찾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될 정도"라며 "이런 결과가 너무 실망스럽고, (이런 상황을 만든) 일말의 그 과정들이 너무 참담하다. 바뀌지 않으면 내년 1월 시작할 아시안컵 성적도 안 봐도 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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