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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불 떼는 2차 추경...“반도체·AI 등 미래에 투자해야” [Pick코노미]

2026.06.29 06:46

李 대통령 GPU 예산 필요성 언급 후
시장은 추경 편성 기정 사실화 분위기
올해 초과세수 최대 40조 안팎 이를듯
청년·서민층 양극화 해소 우선 순위 거론
현금지원책으론 생산성 증대에 한계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그래픽처리장치(GPU) 부족 문제를 거론하며 추가 예산 확보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는 “추경은 결정된 바 없다”고 즉각 부인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한 2차 추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발언은 최근 대통령이 청년 지원과 소득 양극화 해소 방안을 관련 부처에 잇따라 주문해온 흐름과 맞물리면서 관심을 모은다.

이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신안보 혁신 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우리가 추경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GPU 구매가 필요하면 예산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나서 “추경이 필요하다”고 밝힌 뒤 정부가 예산 편성에 나선 경험을 토대로 보면 이번에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안팎의 전망이다. 시장도 최근 대통령의 정책 메시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반도체와 AI 등 미래산업 투자와 성장잠재력 확충에 초과세수를 써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청년 지원과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한 소득지원책 등 민생회복과 관련된 발언이 부쩍 늘고 있다. 직접 추경과 연결짓지는 않았지만, 하반기 정부 정책 방향이 성장의 온기가 청년과 서민 등 취약 계층으로 퍼지는 데 집중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 대목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겉으로는 GPU 투자 확대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청년과 서민층을 겨냥한 ‘2차 민생 추경’으로 가기 위한 군불 떼기에 나선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추경을 뒷받침할 재정 여건은 충분하다. 지난 4월 26조2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편성한 이후에도 세수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은 164조1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조9000억원(15.4%) 증가했다. 반도체 호황이 연말까지 지속돼 이 같은 속도가 유지될 경우 국세수입은 43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1차 추경에서 정부가 제시한 올해 국세수입 예상치(415조4000억원)를 16조1000억원이나 웃돈다. 법인세 외에도 증권거래세와 소득세까지 증가 추세여서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초과세수가 20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같은 초과세수를 모두 시중에 푸는 형태의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고 국채 시장의 변동성도 심한 만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장치를 함께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 예정된 적자성 국채(순발행) 109조4000억원 발행 물량을 탄력적으로 줄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이 “국가부채가 늘었으니 초과세수로 빚을 갚자는 생각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여전히 ‘초과세수=국채상환’ 등식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어 상환규모는 크지 않겠지만, 상징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1차 추경 당시 국채 상환 규모(1조원)보다는 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차 추경이 현실화할 경우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민생 지원이다. 반도체와 증시 호황으로 성장 지표는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그 온기가 청년과 서민층에게 충분히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통령의 최근 문제 인식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청년세대를 “현 시대의 가장 큰 소외자”로 규정하며 “일자리와 자산형성, 창업, 주거 등 청년의 삶 전 영역에서 기회의 사다리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과거에도 청년실업률이 높은 상황을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 중 하나인 ‘대량실업 우려’로 해석해 청년 일자리 중심 추경을 편성한 전례가 있다.

서민층 소득 지원방안도 거론된다. 고환율·고물가 등은 대한민국 전체 경제주체에게 고통을 전가한다. 이번 추경에서 어떤 식으로든 현금성 예산이 편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 역시 최근 국무회의에서 “고물가에 주식도 대형 우량주만 오르며 양극화가 심하다”며 “서민 소득지원방안을 연구해야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정부는 다음달 내놓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양극화 해소를 제시하고, 이에 맞춘 구체적인 소득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차 추경 당시 전국민 70%에게만 선별 지급했던 현금성 지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진작과 소득 양극화 해소를 동시에 겨냥한 전국민 지원금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25년 6월 취임 직후 국회를 통과한 30조5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에서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1인당 15~50만원)으로 10조3000억원을 투입했다.

다만 단순히 현금지원성 예산만으로는 생산성 증대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반도체·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투자에도 상당 수준의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미래대응기금이나 국부펀드 등에 초과세수의 상당액을 쌓아 미래에 투자하는 방안도 2차 추경의 핵심 사업 후보로 거론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년, 취약계층 등 K자 양극화의 하단에 초과세수를 쓰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더 많은 돈을 써 다가올 반도체 사이클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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