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연이틀 교전… 트럼프 "존재 소멸" vs 혁수대 "지옥 경험"
2026.06.28 18:01
호르무즈 유료화 포석 깔자 제동
레바논 설상가상 후속 회담 고비
종전 조건을 협상 중인 미국과 이란이 이틀 연속 교전을 벌였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항 선박 공격을 미국이 응징하면 이란이 다시 보복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란 존재가 소멸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중동 미군 기지를 지옥을 빠뜨리겠다”고 응수하는 험악한 설전도 벌어졌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과 유료화 구상이 싸움의 발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험악한 설전
미군 중부사령부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란의 정찰 기반시설(인프라), 통신 시스템, 방공 기지, 무인기(드론) 저장 시설, 기뢰 부설 전력 등 군사 표적 10개를 군 항공기를 보내 타격했다고 밝혔다. 전날 미사일·드론 저장 시설 및 해안 레이더 기지 대상 공습에 이은 대(對)이란 추가 공습이다.
잇단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항 선박 공격에 대한 응징이라는 게 미군 설명이다. 25일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러블리호(號)에 자폭 드론을 쏜 이란은 이날도 파나마 국적 유조선 키쿠호를 드론으로 맞혔다. 미국은 이를 휴전 합의 위반으로 보고 있다.
이란도 반격했다. 합의 위반은 미국이 했다며 27일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 5함대 기지가 있는 바레인도 자국이 공격당했다고 확인했다. IRGC는 또 현지시간 28일 새벽 쿠웨이트 공군 기지와 바레인 해군 기지 등 미군 인프라 8곳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는데, 해당 공격은 미군의 추가 공습에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이란의 상선 공격→미국의 응징→이란의 보복 순으로 악순환한 셈이다.
이날 미군 추가 공습 뒤에는 살벌한 말다툼이 오갔다. 중부사령부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군의 대이란 공습 사실을 확인하며 “우리가 아주 성공적으로 시작한 일을 군사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란이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에 IRGC도 성명으로 미국이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를 계속 위반하면 모든 외교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중동 지역 미군 기지가 앞으로 며칠간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추가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해협의 미래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완전히 행사하려는 이란이 자국이 지정한 항로로만 해협을 통과할 것을 선박들에 강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피격 선박 두 척은 이란이 이용하지 말라고 단속한 오만 인근 바닷길로 항해하고 있었다.
강제 근거는 “상선들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이란이 최선을 다해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MOU 5조다. 이란은 해당 문구를 자국이 선박의 항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 듯하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짚었다.
향후 호르무즈해협 통항 선박들을 자국 인근 항로로 유도하고 안전 보험 수수료 명목으로 사실상의 통행료를 챙기겠다는 게 이란의 구상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정반대로 전쟁 전처럼 선박들이 비용 부담 없이 자유롭게 오가도록 해협을 되돌린다는 생각이었다. 미국이 상선들에 오만 항로 이용을 권하며 군사적 보호를 제공하고 나선 것도 이란이 노리는 해협 통제권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이틀간 미국과 이란이 벌인 무력 공방의 핵심 배경은 결국 호르무즈해협 유료화를 둘러싼 대립일 공산이 크다. 미국 지정학 리스크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수석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는 엑스(X) 글에서 “최소한의 군사적 조치로 오만 항로를 폐쇄하고 선박 운송을 자기 통제권 안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면 이란 입장에서 해 볼 만한 시도”라며 “미국이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이란이 감수할 위험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우발적 확전
실제 협상판을 엎으려는 의도는 어느 쪽도 없으리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둘 다 충돌을 통제하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NYT도 “어느 편도 전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협상의 미래를 낙관만 하기도 어렵다. 이르면 29일 스위스에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후속 회담의 개최 여부가 당장 불투명해졌다. 곧바로 양측이 대치 상황을 정리하고 협상에 나서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교전 중 돌발 변수로 인한 우발적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사이의 교전이 멈추지 않고 있는 레바논 남부 전선은 또 하나의 대형 악재다. WSJ에 따르면 최고지도자 자문기구인 이란 전문가회의는 이날 대미 협상단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의 군사 작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호르무즈해협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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