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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삼성전자 '글로벌 시총 1위'를 위하여

2026.06.29 06:00

350조 이익에도 해외기술주보다 몸값 낮아
이익은 글로벌 2위지만 시가총액은 하위권
HBM·파운드리 넘어 'AI 생태계' 구축해야
지배구조·성과보상 등 운영체제 혁신 시급
지난 22일 오후 삼성전자가 보도 참고자료 한 장을 내놓았습니다. 이날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는 기사가 쏟아지던 때였습니다. 시총 1위는 삼성전자가 2000년 이후 25년 넘게 지켜온 자리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친 전체 주식가치이며, 보통주 2068조9000억원에 우선주 183조3000억원을 더한 삼성전자의 실제 시총은 2252조2000억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국내 증시에서 시총 1위는 여전히 삼성전자라는 해명이었습니다.

말은 맞습니다. 기업 전체의 지분가치를 비교하려면 보통주와 우선주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그러나 시장이 던진 질문은 계산법이 아니었습니다. 왜 삼성전자는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시총 1위 소동' 이틀 뒤에는 삼성전자가 성과급 지급과 장기주식보상에 필요한 자사주를 앞으로 3년간 약 90조원어치 매입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확정된 바 없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는 9.8% 급등하며 보통주 기준으로도 시총 선두를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의외로 시총 순위에 민감하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에서의 가격이나 시가총액 같은 '값'보다 '진짜 실력'입니다. 분석을 위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을 350조원, SK하이닉스는 270조원으로 놓겠습니다. 최근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340조~370조원, SK하이닉스는 270조~280조원으로 제시했습니다.

해외 기업들은 회계연도가 서로 달라 2026년을 대부분 포함하는 가장 가까운 회계연도의 예상 EBIT(이자와 법인세 차감전 이익)를 영업이익에 준하는 비교지표로 사용했습니다. 이 기준으로 엔비디아의 예상 영업이익은 약 400조원입니다. 알파벳은 260조원, 애플은 240조원, 마이크로소프트도 240조원 안팎입니다. TSMC는 약 150조원, 마이크론도 200조원 안팎, 인텔은 10조원가량입니다. 이런 전제라면 삼성전자는 이들 주요 반도체·빅테크 비교군에서 엔비디아 다음으로 많은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가 됩니다. 글로벌 주요 기술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는 2위권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시총 순위에 의외로 민감한 삼성전자
그런데 '값'을 매기는 자리로 가면 상황이 뒤집힙니다. 6월 하순 최근 종가를 기준으로 원화로 단순 환산하면 엔비디아 시총은 약 7400조원, 애플 6600조원, 알파벳 6500조원, 마이크로소프트 4200조원 안팍입니다. TSMC는 약 3500조원, 마이크론은 2000조원 안팎입니다. 삼성전자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대략 2200조원 수준입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예상 영업이익의 88%를 벌면서도 시총은 30%에 그칩니다. TSMC보다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많지만 시총은 60% 남짓입니다. 애플과 알파벳보다 더 많이 벌어도 몸값은 3분의 1 안팎이고,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영업이익이 50% 정도 많아도 시총은 절반가량입니다. 마이크론보다 영업이익이 70% 정도 많은데도 시총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인텔은 적자를 내다가 이익이 정상화되는 초기여서 직접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영업이익 1원에 시장이 얼마를 지불하는지를 계산하면 격차가 더 분명해집니다. 삼성전자의 '시총÷예상 영업이익'은 약 6.3배입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17~18배, 마이크론은 약 10배, TSMC와 알파벳은 23~25배, 애플은 약 28배입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현재 시총을 넘으려면 350조원의 영업이익에 약 21배(7400조원÷350조원)의 평가가 붙어야 합니다. 지금보다 이익을 조금 더 내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익에 붙는 '신뢰와 가치의 배수'를 현재보다 세 배 이상 높여야 합니다.

물론 이 수치가 적정주가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시장이 같은 영업이익에 얼마나 다른 가격을 붙이는지 보여주는 단순 비교에 불과합니다. 주가는 올해 이익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 이익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현금으로 얼마나 남을지, 남은 현금이 주주를 위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일지를 함께 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350조원이라는 엄청난 이익이 예상되지만 메모리 가격이 정상화되면 급감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따라다닙니다. 엔비디아와 TSMC의 이익에는 기술 지배력에서 나오는 '구조적·지속적 이익'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의 주가와 시총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은 것은 이익의 양보다 '이익의 질과 지속성에 대한 디스카운트'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시총이 엔비디아 잡으려면
삼성전자 주가와 시총 디스카운트의 첫 번째 이유는 메모리라는 업(業)의 숙명 때문입니다. 메모리는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과 이익이 폭등하고, 공장을 증설해 공급 물량이 풀리면 급락하는 사이클 산업입니다. 그래서 호황기의 PER(주가수익비율)은 오히려 낮아집니다. 시장은 지금의 이익을 정상 이익이 아니라 최고점 이익으로 봅니다.

같은 메모리 기업인 SK하이닉스가 다른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은 HBM이 범용 메모리와 달랐기 때문입니다. 고객 인증과 적층기술, 발열 관리, 패키징과 수율이 얽혀 있어 다른 회사 제품으로 쉽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하이닉스는 오랫동안 HBM에 베팅해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자가 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전체 메모리에서는 앞서도 HBM에서는 여전히 추격자이고, 실력을 좀 더 증명해야 합니다. 국내 증시에서의 시총 역전은 단순한 '주가 소동'이 아니라 AI 시대 '기술 주도권에 대한 시장의 판정'이었습니다. 시장은 AI 시대 기술 주도권에서 삼성전자가 아닌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더 근본적인 차이가 드러납니다. 엔비디아는 GPU 한 개를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CUDA(엔비디아의 GPU 병렬 컴퓨팅 플랫폼 및 API 모델)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와 개발도구, 네트워크, 서버시스템을 묶은 AI 플랫폼을 팝니다. 고객이 다른 칩으로 옮기려면 하드웨어뿐 아니라 코드와 개발환경, 인력까지 바꿔야 합니다. 이 전환비용이 바로 가격결정력입니다. 생산은 외부에 맡기는 팹리스여서 공장 건설과 가동률 하락 위험도 직접 떠안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를 만들고, AI 시대를 맞아 위상이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플랫폼에 부품을 대는 회사'로 평가합니다.

TSMC의 프리미엄도 단순히 몇 나노 공정을 보유했느냐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율, 납기, 대량 양산 능력입니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전업 파운드리 회사입니다. 애플·엔비디아·AMD·퀄컴에는 중립적인 제조 파트너사입니다. 첨단공정 수율과 납기, 대량 양산 능력을 여러 세대에 걸쳐 입증했습니다.

시장이 SK하이닉스 손들어준 이유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스마트폰, TV와 가전이 한 몸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투자자는 잘 버는 메모리만 골라 살 수 없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과 파운드리의 투자 부담도 함께 사야 합니다. 이것이 '복합기업·IDM 디스카운트'입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중심의 사업구조가 단순하고 미국 증시에 상장돼 글로벌 자금의 접근성도 높습니다. 삼성전자는 더 넓은 기술자산을 갖고도 복합기업 할인과 한국시장 할인을 함께 받습니다.

애플·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의 차이는 '반복매출'에서 생깁니다. 애플은 기기를 판 뒤에도 앱과 구독, 클라우드에서 돈을 법니다. 알파벳은 검색과 유튜브 이용자를 광고와 클라우드 매출로 바꿉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와 애저(Azure,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보안 서비스를 장기계약으로 판매합니다. 이들은 최종 고객과 직접 연결돼 있고, 한 번 만든 플랫폼에서 여러 해에 걸쳐 현금 수입이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삼성전자는 AI 시대의 필수 부품을 공급하지만 최종 서비스에서 매달 발생하는 수익까지 가져오지는 못합니다. 삼성전자도 한때 애플이나 알파벳처럼 서비스와 콘텐츠 생태계 확장을 시도하다가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접었습니다.

대규모 설비투자도 '삼성전자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입니다. 삼성전자가 향후 10년간 1000조원을 투자한다고 하지만 올해 영업이익 350조원을 벌어도 차세대 메모리 공장, HBM, 첨단패키징과 2나노 파운드리에 다시 넣어야 할 돈이 너무 큽니다. 게다가 공장의 수율이 낮거나 가동률이 떨어지면 감가상각비와 손실은 삼성전자의 몫이 됩니다. 그래서 시장은 영업이익보다 설비투자를 뺀 잉여현금흐름을 봅니다. 같은 이익이라도 팹리스인 엔비디아와 천문학적 투자를 해야 하는 삼성전자의 주주에게 남는 현금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 디스카운트'의 여러 요인들
그러나 하드웨어 문제만 고친다고 글로벌 최고 기업의 몸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2024~2026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정책도 발표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습니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입니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계열사 거래와 현금사용에서 이사회가 대주주만이 아닌 모든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는지, 실패한 투자와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남는 현금을 예측 가능한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돌려주는지가 중요합니다. 단적으로 삼성전자는 과거 HBM 개발에서 결정적으로 실기하고도 누구 한 사람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초유의 노사 갈등을 겪고, 사업부간 성과급 격차 확대로 조직이 반 토막 났는데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사관계와 성과 배분은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보상 기준이 불투명하거나 사업부 간 격차가 납득되지 않으면 핵심인재 이탈과 조직 이기주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기 영업이익만 기계적으로 나누면 미래 연구개발과 사업부 간 협업이 희생될 수 있습니다. HBM과 첨단공정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의 경험과 협업에서 나옵니다. 칩의 공정은 2나노로 가는데 그룹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실을 포함한 상부 조직의 운영체제가 구버전이라면 시장은 높은 배수를 주지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으로 가는 조건은 무엇일까요. 하드웨어 측면의 과제는 분명합니다. HBM4와 그 이후 세대에서 추격자가 아니라 표준을 정하는 선도자가 돼야 합니다. 2나노 파운드리는 발표가 아니라 수율과 대형 고객, 안정적인 흑자로 증명해야 합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패키징, 시스템반도체를 묶어 고객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AI 솔루션을 만들어야 합니다. 갤럭시와 가전의 방대한 기반도 일회성 기기 판매에 머물지 않고 AI 서비스와 구독매출로 연결해야 합니다. 부품을 잘 만드는 회사를 넘어 '생태계를 소유한 회사'로 올라서야 합니다.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의 조건
소프트웨어 측면의 과제는 더 어렵습니다. 이사회가 총수와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대규모 투자에 목표수익률을 제시하고, 결과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필요한 투자를 하고 남은 현금은 명확한 원칙에 따라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돌려야 합니다. 성과보상은 전사 실적과 사업부 실적, HBM 고객 인증과 파운드리 수율 같은 전략성과, 장기 주주가치를 함께 반영해야 합니다. 노조를 '비용요인'이 아니라 기술인재와 조직신뢰를 지키는 '파트너'로 대해야 합니다.

다시 22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삼성전자는 우선주 183조원을 더해 자신이 여전히 국내 최대 시가총액 기업이라고 했습니다. 그 설명은 옳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시총 1위는 유리한 계산식을 찾는다고 얻는 자리가 아닙니다.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350조원의 이익과 함께 그 이익에 21배를 지불하게 만드는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입니다. HBM과 2나노가 하드웨어라면 투명한 지배구조, 책임 있는 자본배분, 공정한 성과보상과 협력적 노사관계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삼성전자가 고쳐야 할 것은 시총 계산식이 아니라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조직의 운영체제입니다. '이름'(名)을 지키는 데서 '실질'(實)을 키우는 데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엔비디아를 추월하는 진짜 글로벌 1등 기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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