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도, 남아공도 아는 문제를 왜 홍명보 감독만 모를까?
2026.06.28 08:00
월드컵 현장의 취재 열기는 뜨겁지만, 그만큼 제한적이기도 합니다. 4년에 한 번, 각 팀이 목숨을 걸고 준비하기에 각 대표팀은 미디어 활동을 최소화하는 걸 넘어 취재진을 향한 '연막 작전'을 펼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장을 가게 되면 취재진끼리 서로가 서로를 인터뷰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요. 남아공 대표팀의 몬테레이 입성 현장에서 만나 인터뷰를 통해 친분을 쌓은 음코토지시 두베 남아공 파포스트 기자는 3차전 킥오프 직전 KBS 취재진에게 메시지 한 통을 보내왔습니다.
"손흥민이 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는지 아는 바가 있냐"는 거였습니다.
■"손흥민의 부재, 한국 공격진의 파괴력을 반감시키는 선택"
남아공의 1대 0 승리,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졸전을 마주한 뒤 음코토지시 기자를 다시 만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연관 기사] 남아공 기자도 놀란 ‘손흥민 선발 제외’…실제로 상대 전술이 바뀌었다)
기자는 KBS 취재진에게 당시 라인업지를 보고는 "손흥민이 부상인지, 혹은 (내가 모르는) 경고 누적 징계가 있었는지 싶었다"고 말해 쓴웃음을 짓게 했는데요.
뒤이어 그가 내놓은 분석은 어쩌면 뻔하기도 하지만,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에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더욱 원망스럽게만 느껴졌습니다.
| "손흥민이 그라운드 위에 서면 동료들에게도 큰 플러스 요인이 되잖아요.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고, 기술적으로 손흥민은 골을 넣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 수비수들을 끌어들이는 역할까지 할 수 있죠." "한국 감독이 공격의 실마리를 푸는 데 실패했다고 봐요. 사실 남아공의 센터백 두 명은 지금 20살, 22살로 매우 어려요. 박스 안쪽으로 계속 한국의 공격 기회가 이어졌다면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말이죠. 결국 전반전 손흥민의 부재는 한국 대표팀이 가진 공격의 파괴력을 반감시키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홍 감독의 '경직된 전술' …남아공은 손흥민 없자 유연하게 대처
실제로 남아공 기자는 KBS와의 인터뷰 이후 남아공 대표팀이 손흥민의 선발 제외에 따른 전술 수정이 있었음을 확인해 줬습니다. 남아공 대표팀의 전력 분석관이 선발 라인업에서 손흥민이 빠진 걸 확인한 뒤, 경기 운영 계획을 수정한 겁니다.
당초 그들의 구상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시톨레와 음바타)가 내려앉아 수비적으로 공간을 지키는 전략이었지만, 손흥민이라는 위협적인 존재가 사라지자 두 명 중 한 명을 전진 배치하면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려고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후반전 손흥민이 교체 투입되자, 남아공 대표팀은 다시 원래의 구상대로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이 다시 낮은 위치로 내려앉도록 지시했습니다.
여기에 휴고 브로스 감독은 후반 17분 팀의 핵심 윙어지만 당일 폼이 좋지 않았던 오스완 아폴리스를 빼고, 츄팡 모레미를 투입했는데요. 모레미는 교체 투입 1분 만에 팀의 결승골을 도와 남아공의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도박수를 건 홍명보 감독은 졸전의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회피한 반면, "전술적인 측면에서 한국보다 조금 더 우위에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한 휴고 브로스 감독은 단숨에 명장 반열에 올랐습니다.
74세로 고령인 브로스 감독은 당초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감독직을 내려놓으려는 계획이었는데, 남아공 체육부 장관은 브로스 감독의 계약을 연장해 다음 세대의 연착륙을 이어 가주길 바라는 마음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망한 팬들도 발 동동…붉은악마 응원, 계속될 수 있을까?
LA에서 열릴 A조 2위와 B조 2위의 32강전에 쏠렸던 시선, 특히 최대 규모의 한인 커뮤니티가 있어 우리가 무승부 이상만 거둬 A조 2위를 사수한다면 그 경기는 상암 못지않은 홈구장 분위기가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남아공과 캐나다의 맞대결로 확정됐고, 티켓값은 며칠 새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습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리셀 사이트에 재판매 글을 올려뒀지만, 여전히 티켓을 팔지 못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남아공과의 경기 하루 전날 32강전 티켓을 구매했다는 미국 얼바인 교민 이채원 씨는 "캐나다로 상대가 확정되고 난 뒤, 캐나다 팬들이 많이 몰려올 것 같았고, 남아공전에서 '설마 지겠어'라는 마음으로 구매했었다"면서 "지금은 반값에 올려놔도 팔리지 않는다. 안 팔리면 캐나다와 남아공의 경기라도 보러 가야지 않을까"라고 탄식했습니다.
여기에 LA의 한식당 중에서는 한국이 올라와 단체 응원전이 이뤄질 것을 대비해 대형 스크린까지 빌려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조별리그 기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응원을 주도한 조호태 붉은악마 의장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조 의장은 "조 2위로 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됐을 때 한국 시간으로 29일 새벽 4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32강전 경기의 응원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려고 준비 중이었다"며 "여전히 남은 경우의 수를 지켜보며 관계 기관과 회의를 하고는 있지만 '죽은 회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걱정인 건, 정말 극적으로 32강을 가더라도 이미 잃어버린 민심입니다.
조 의장은 "스포츠에서 당연한 건 없지만, 이번 월드컵은 조 편성을 포함해서 선수들 면면까지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는 대회 아니었나. 첫 경기도 잘 치렀고, 멕시코와의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기에 기대감이 커서 많은 분들이 거리로 나오셨는데, 실망감이 너무 커서 만약 이대로 32강에 가더라도 응원전에 몇 명이 모이실지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4년의 기다림을 너무나도 허무하게 날려버린 홍명보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경우의 수가 남아있다지만, 이대로 토너먼트에 올라간들 한국 축구의 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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