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 분노… 전 세계 응원하며 가슴 졸였던 사흘간의 ‘빙고 게임’
2026.06.28 13:08
87%의 높은 확률로 시작했던 한국의 '조 3위 32강 진출' 경우의 수.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렸던 사흘간의 잔인한 ‘빙고 게임’에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홍명보호는 지난 25일 A조 조별리그를 1승2패(승점 3·득실 차 –1), 조 3위의 성적으로 마쳤다. 최악의 경기력에 실망이 컸지만 이때만 해도 ‘조 3위 8강’에 들 확률은 87%로 높은 기대를 받고 있었다. 9개 조 경기가 더 열리는 상황에서 한국은 3가지의 경우의 수만 충족시키면 32강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32강행 경우의 수를 정리한 '빙고판'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엔 “이렇게 전 세계를 응원하면서 본 월드컵은 처음”이라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실소를 자아냈다. 여러 경기의 승무패를 동시에 맞혀야 하는 스포츠토토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명보호와 축구팬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의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패배 이튿날인 26일 E조의 에콰도르가 독일을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9가지 경우의 수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경기로 여겨졌던 독일의 승리가 무산되면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어 F조의 스웨덴도 일본에 2골 차로 패해야 아래로 밀어낼 수 있었지만 1-1로 비겼다. D조 호주와 파라과이의 경기는 호주가 승리하거나 파라과이가 2골 차로 이겨야 했는데 역시 무승부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한국의 32강 확률은 87%에서 54%로 크게 줄었다.
경우의 수는 계속해서 한국을 외면했다. 27일에에는 H조의 스페인이 우루과이를 잡아주며 하나가 충족됐지만, I조의 세네갈이 이라크를 꺾고 G조에선 이란과 이집트가 비겼다.
확률은 31%로 낮아졌다. 결국 28일 3경기 중 2경기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와야 했는데 첫 경기인 L조의 가나가 크로아티아에 패해 한국은 벼랑 끝에 몰렸다. 이 경기 직후 한국의 32강 확률은 17%까지 떨어졌다.
기적을 바라보며 지켜본 우즈베키스탄과 콩고민주공화국의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이 먼저 한 골을 넣어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듯했지만 결국 1-3으로 역전패, 한국의 32강 확률은 ‘0%’로 수렴하고 말았다.
현장을 찾았던 ‘붉은 악마’들도 허탈하긴 마찬가지다. 멕시코에 남아 나머지 경기 결과를 지켜보며 한국의 32강을 기원했던 팬들은 결국 체류비만 더 날린 채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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