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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렸다”던 홍명보, 버린 건 한국 축구였다

2026.06.29 00:19

홍명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저는 저를 버렸습니다.” 2년 전 홍명보(57)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하며 던진 말이다. 그가 버린 건 자신이 아니라 한국 축구였다.

48개국으로 확대된 월드컵에서 32강조차 오르지 못했다. 과거 32개국 체제로 환산하면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는 치욕이다. 역대 최상의 조편성에 손흥민·이강인·김민재라는 황금세대를 쥐고도 그랬다. 그가 감독을 맡은 2014년(1무2패)과 이번 월드컵은 2002년 이후 24년간 여섯 번의 월드컵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 중 하위 1, 2위다.

남아공전에서 지고 있는데도 페널티 박스 안에 선수가 없었다. 팬들은 이기려는 의지가 없나, 전술이 없나 의아해했다. 선수들은 이강인에게 공을 주고 나 몰라라 하는 듯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패스 횟수 3위지만 의미 없는 백패스였다. 홍명보가 고집하는 스리백 축구는 안전하게 볼 돌리는 자리 지키기, 실점 안 하기에 가까웠다. 팬들 사이에서 전술 ‘라볼피아나’가 ‘나 볼 피하나’로 패러디됐고, ‘뒤키타카(뒤+티키타카)’라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때 이강인이 코치에게 다급하게 뛰어가 무슨 말을 했다. 입 모양을 읽은 이들에 따르면 “(이)재성이 형 지금 들어와야 돼, 나중에 들어오면 늦어요”라는 내용인 듯하다. 선수가 감독의 작전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읽힌다.

쿠팡플레이 다큐멘터리에는 홍 감독이 ‘FIGHT’ 한 단어만 띄워 놓고 “싸워, 오늘 경기장 나가서 싸워”라고 한다. 중학교 코치도 이렇게 안 한다.

홍명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강정현 기자
2014년 탈락 때도 했던 공항 귀국행사, 이번엔 아예 없앴다
대회 전,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가 포르투갈 매체에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감독은 팀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내게 원했던 역할은 필드 코치”라고 밝혀 ‘홍명보는 얼굴마담’이라는 논란도 있었다.

선수 기용에서도 문제가 보였다. 남아공전 교체 투입 후 기자가 “감독에게 특별한 지시를 받았냐”고 묻자 손흥민은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다”고 답했다. 감독이 팀 최고 공격수와 소통을 안 했다는 얘기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주전 윙백으로 뛰며 공격포인트를 꾸준히 쌓아온 옌스 카스트로프는 오로지 월드컵을 위해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체코전, 멕시코전 내내 그를 벤치에만 앉혔다. 남아공전 후반에야 45분을 뛰었지만 너무 늦었다.

김민재는 남아공전 교체 직후 양팔을 벌리는 제스처로 코치진에 대한 불만 의혹을 샀다. 경기 후 편지로 해명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28일 김진규 등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두가 머리를 박고 뛰겠다”고 했다. 이전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건가. 설영우는 남아공전이 끝난 지 1시간 만에 악플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오버래핑보다 고소 선언이 빠르다”는 조롱을 받았다. 월드컵 기간 중 댓글에 신경 쓰는 팀은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선수들이 경기가 아닌 딴 곳에 에너지를 쏟는데 감독은 통제하지 못했다.

30일 귀국길에는 8명의 선수만 동행하고, 손흥민을 포함한 나머지는 개별 입국한다. 갑자기 탈락이 결정되면서 선수들의 비즈니스 항공권을 한꺼번에 구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귀국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2014년엔 팬들이 던진 호박엿을 맞으며 고개를 숙였던 홍 감독이다. 이번엔 그 자리조차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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