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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홍명보·이임생, 그들이 만든 ‘잃어버린 4년’

2026.06.29 00:12

한국 축구, 싹 갈아엎어라 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으로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이 사임한 뒤 대한축구협회(KFA)가 보인 행보는 한 편의 코미디였다. 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을 후임으로 선임했다. 정몽규 회장이 개인적으로 클린스만의 팬이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알려졌다. 클린스만은 이미 독일 대표팀 등에서 실패한 전력이 있었고, 한국에서도 그 평판은 어긋나지 않았다. 손흥민 등 선수 개인의 기량에만 의존하며 팀의 조직력을 무디게 했고, 한국보다 미국 자택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았다.

방종의 결과가 2024년 2월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0-2 완패였다. “우승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준결승전에서 유효슈팅은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대회 도중에는 손흥민과 이강인의 내분 사실까지 드러났다. 협회는 위약금 70억원을 물어주며 클린스만을 1년 만에 내보냈다. 이후 감독 선임을 차일피일 미루며 황선홍·김도훈 임시감독 체제로 임기응변식 버티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A대표팀을 겸했던 황선홍 감독이 무리하면서 올림픽 대표팀의 본선 진출이 40년 만에 무산되는 대참사까지 벌어졌다.

협회는 5개월간 유럽에서 검증된 외국인 감독들을 면접해 놓고도 막판에 홍명보 감독을 낙점하는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이 “홍 감독 선임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내부에서 국내 감독을 무조건 지지하는 위원이 많았다”고 폭로했다. 당시 감독 면접 등 선임 작업을 주도한 건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였다. 특정 학맥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이들 간 밀어주기 의혹이 일기도 했다. 축구계 전반이 이처럼 구태의연하게 운영되는 가운데 한국 축구는 끊임없이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홍 감독 체제로 지난해 7월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긴 했지만, 파멸을 예고하는 경고음은 멈추지 않았다. 지역 예선에서 팔레스타인·오만 등 아시아 최약체들을 상대로도 무기력한 무승부를 거듭했다. 동아시안컵에선 2.5군이 출전한 일본에 시종일관 끌려다니다 우승컵을 내줬고, 브라질(0-5)·코트디부아르(0-4)와의 친선경기에서는 전술적 대책 없이 무너졌다. 이 모든 경고음을 외면한 대가는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의 참혹한 실패다.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조직 자체가 완전히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축구는 4년 만에 원점 수준이 아니라 더 깊은 심연으로 추락했다. 정몽규 회장은 월드컵 이후 사퇴하기로 했고, 홍 감독과의 결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감독 한 명을 바꾸는 인적 쇄신으로 끝내선 안 된다는 게 축구인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이천수는 “협회의 행정 시스템부터 K리그 운영, 유소년 육성 체계에 이르기까지 한국 축구 전반을 완전히 뜯어고쳐야만 미래가 있다”고 했다. 박지성 위원은 “무너진 기반을 바로잡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려면 최소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며 뼈를 깎는 개혁을 주문했다. 신뢰를 잃은 지도부의 퇴진과 함께 한국 축구 전반의 구조적 대수술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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