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5% 오를 때 10% 하락… 코스닥의 눈물
2026.06.29 00:32
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추이는 ‘악어의 입’처럼 벌어졌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지난 26일까지 95% 급등한 반면, 코스닥은 오히려 10% 하락했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투자가 몰리면서,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은 더 소외된 것이다.
코스닥 소외 현상은 ‘한국판 나스닥’을 꿈꾸며 코스닥이 문을 연 1996년 이래 30년간 반복됐다. 닷컴 버블 때인 2000년 3월 2834.4까지 찍은 후 반년 만에 3분의 1 수준인 1000대로 떨어졌다. 그 후 코스닥은 20년간 출발선인 100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2021년 1000선 회복 후 올 들어 볕이 좀 드나 싶었지만 코스닥 핵심 업종인 바이오가 주춤하면서 오히려 다시 출발선보다 15% 아래로 내려갔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은 30년간 지수가 23배(2200%) 급등한 것과 대비된다.
더구나 코스닥은 투자 사기와 좀비 기업이 넘친다는 우려가 높지만, 금융당국은 제대로된 감독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외면을 받았다. 장기 투자자가 없으니 다시 주가조작 세력이 판을 치고 풍문에 춤추는 천수답 장세가 펼쳐졌다. 코스닥 30년은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코스닥은 개인 매매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그러다 보니 개인 호주머니를 털려는 시도가 횡행했다. 테마주에 유혹된 개인 돈을 일부 대주주가 배임·횡령으로 챙겼다. 사고가 나기 전 경영진 교체, 불투명한 관계사 자금 대여 등 전조 증상이 반복됐지만 감독당국은 사후 처리에만 급급했다.
좀비기업 퇴출도 원활치 않았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3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은 좀비기업은 코스닥에서 4개 중 1개꼴(2024년 3분기 23.7%)에 달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좀비기업만 제대로 퇴출시켜도 코스닥이 37% 더 올랐을 것으로 분석했다.(2024년 6월 말)
주식 시장을 운영하는 한국거래소 내부에선 코스닥을 ‘코스피의 2중대’나 잠시 거쳐가는 간이역 정도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다. 한 스타트업 임원은 “코스닥 상장을 문의하면 직원이 ‘왜 상장하려는가?’ 등을 꼬치꼬치 캐물을 때가 많은데 마치 취조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포스코DX 등 코스닥에서 덩치를 키운 우량 혁신 기업들은 코스피로 대거 이전 상장했다. 시장의 기둥이 빠져나가니 지수가 하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한국거래소라는 한 지붕 아래 코스피와 코스닥이 묶여 있어 서열화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가 코스피 위주로 움직이다 보니, 코스닥이 혁신 기술주 육성이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독립된 거래소다. 중국도 기술주 중심의 커창판(科創板)을 독립 운영 중이다. 커창판은 상하이증권거래소 소속이지만 상장 심사를 독립적으로 해서 심사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등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도 코스피와 코스닥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자는 안이 정치권과 업계에서 최근 제기됐다. 거래소는 개편 방안으로 분리보다는 코스닥 상장사를 프리미엄·스탠다드 등으로 나누는 승강제를 내놨다. 프리미엄 등급에 시가총액 상위 70개사가 거론된다. 하지만 편입 기준이 시가총액과 매출액·영업이익 등 재무 지표 위주로 설계돼 미래 성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결과 혁신 기술 기업과는 거리가 먼 전통 제조업·유통업 등이 우대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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