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기억을 넘어 공동연대의 미래로
2026.06.29 00:06
김영국 강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강원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핵심을 떠받친 대표적 탄광지역이다. 그러나 폐광 이후 이 지역에 남은 것은 산업 공백과 인구감소, 지역경제 침체였다. 광부를 제대로 기리는 일은 추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들이 일군 도시가 소멸의 공간으로 남지 않도록 새로운 산업과 생활 기반을 세우는 것까지가 국가와 지역의 책무다.
현실은 엄중하다. 태백·삼척·영월·정선의 인구는 1995년 이후 약 10만 명 줄어 현재 17만 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네 지역의 고령화율은 모두 30%를 넘어섰다. 2001년부터 2024년까지 폐광기금으로만 약 1조 8300억 원이 투입됐지만, 지역의 삶은 그만큼 달라지지 않았다. 상당한 재원이 대체산업보다는 기반시설과 관광시설에 분산됐고, 각 시·군은 비슷한 시설 유치 경쟁을 반복했다. 지역개발의 한계는 예산부족 보다는 조정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4개 시·군에 87개 사업, 총 2조3669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체 예산의 66%를 대체산업 육성에 배정한 것은 분명한 방향 전환이다. 사전 타당성 검토와 전 주기 성과관리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점은 과거와 다르다. 그러나 예산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쓰는 방식이다. 이 체계가 4개 시·군의 행정 칸막이 안에 갇힌다면 또다시 분산과 중복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네 지역을 하나의 전환권역으로 묶는 공동 거버넌스다. 4개 시·군과 주민, 경제계, 강원랜드, 대학·연구기관이 참여하되 어느 한 지역이나 기관에 종속되지 않는 공동협의체가 있어야 한다. 이 협의체는 권역 전략과 공동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상설사무국은 사업 발굴과 국비 확보, 집행과 성과관리를 맡아야 한다.
핵심은 기능 분담과 성과 공유다. 각 지역이 모든 산업과 시설을 따로 갖추려 경쟁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 강점에 따라 대체산업·광해복구·교통·관광 기능을 나누고 연결해야 한다. 공동사업에는 입지, 고용, 지역기업 참여, 수익 재투자 원칙을 담은 성과공유협약이 뒤따라야 한다. 연대는 모든 것을 똑같이 나누는 일이 아니다. 역할과 기여, 피해 정도를 반영해 공동의 성과를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일이다.
이 연대는 산업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확장돼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의료·교육·돌봄·교통을 각자 유지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필수 서비스는 공동생활권의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관광 역시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운탄고도, 탄광마을, 산업유산, 지역축제를 하나의 권역 상품으로 묶어야 한다. 개별 시설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연결성이 경쟁력이 돼야 한다. 공동포럼의 역할도 중요하다. 공동사업을 발굴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하며, 다음 예산과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정책 실험실이 돼야 한다. 광부의 날이 매년 반복되는 기념행사에 머물지 않으려면, 그날 제기된 의제가 실제 사업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과거 석탄은 갱도와 철도, 공장과 도시를 연결했다. 이제는 사람과 자원, 지역의 미래를 연결하는 새로운 체계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제1회 광부의 날은 산업의 종언을 확인하는 날이 아니라, 탄광지역이 공동의 미래를 시작하는 날이어야 한다. 그때 광부의 헌신은 과거의 기억을 넘어 지역의 미래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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