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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현장]OMR 답안지 성별 표기 없애자

2026.06.28 19:55

| 정민석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대표

6·3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날, 당락이 결정된 후보자들의 희비가 뉴스를 가득 채웠다. 참정권이 침해받는 초유의 사태에 민주주의 토대가 얼마나 부실한지 확인했다. 궁금했던 것은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이라고 적힌 성소수자 혐오 현수막을 서울 곳곳에 게시한 후보자의 득표율과 선거 결과였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해당 후보는 낙선했다. 여전히 20%가 넘는 콘크리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선거 결과 비평이 쏟아지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항의가 분출되던 6월4일, 학생들은 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를 치러야 했다.

당시 교육감 선거 결과가 미칠 영향과 향후 대응을 고민하느라, 띵동조차 정작 시험을 치르는 성소수자 학생들이 어떤 고통에 노출되어 있는지 미처 살피지 못했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한 것은 “OMR 답안지에 왜 성별 표기를 강요하느냐”고 분노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제보였다. OMR 답안지 성별 표기란 앞에서 좌절해야만 하는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어려움은 참정권 못지않게 중요한 교육권 침해인데도, 이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쉽게 무시되어왔다. 시험을 볼 때마다 자기 부정을 강요당하는 것 같다고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응답을 내놓아야 할까.

지금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총 4회의 차별 진정을 냈다. 그간 17명의 청소년 성소수자가 진정인으로 참여했다. 2023년 7월 첫 진정을 시작으로 지난 3년간 총 18번의 시험이 있었지만, 인권위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사이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OMR 답안지 성별 표기는 삭제됐으나 수능 모의평가에선 여전히 유지된다. 주관기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면서 혼란만 더 가중되었을 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교육청과 협의하겠다는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문부성 전문가 회의는 2026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전국학력고사에서 성별 표기를 기존의 남성, 여성 이외 ‘어느 쪽도 해당하지 않음’과 ‘응답하지 않음’을 추가해 총 4개의 선택지를 두겠다고 했다.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올해 6월 성소수자 이해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성소수자 상담 체계 강화, 성소수자 학생 지원을 위한 학교 환경 정비 등 세부 과제까지 수립했다.

OMR 답안지의 성별 표기조차 삭제하지 못하는 한국 현실을 비추어볼 때 보수 강경파 총리가 재임 중인 일본의 이 같은 변화는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이는 성소수자 인권을 이념의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고, 동시에 한국 정부가 성소수자 학생이 겪는 일상의 고통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해결 의지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띵동은 왜 OMR 답안지에 성별 표기를 둬야 하는지 묻는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함께 인권위에 제출할 다섯 번째 진정서를 준비하고 있다.

선거 이후 교육계는 교권 보호 중심의 ‘참교육’ 논쟁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평등하고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방안이 무엇인지 더 뜨겁게 논의하고 싶다. OMR 답안지 성별 표기 삭제는 성소수자 학생이 존중받는 학교 환경을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정민석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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