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 이상 쏜다"…삼성·SK '반도체 메가 투자'에 여야 '동상이몽'
2026.06.28 18:17
호남엔 반도체, 영남엔 피지컬 AI…삼성·SK, 29일 전국 투자지도 공개
李대통령 "서남해안은 미래산업 최적지"…與 "균형발전의 대전환" 반색
野는 전면 백지화 촉구…"기업 팔 비틀기" "정책적 협박" 공세 확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담은 초대형 투자 계획을 29일 공식 발표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뿐 아니라 충청권 데이터센터, 영남권 피지컬 AI(인공지능) 관련 투자 방안도 함께 공개될 전망이다. 투자 규모가 10년간 2000조원에 가까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번 투자의 파급력과 실효성이 산업계와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호남 이어 영남도…삼성·SK '메가 투자' 청사진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한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개괄적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구상에는 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동시에 충청권에 데이터센터, 영남권에 피지컬 AI 관련 투자를 집중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행사에 참석한다.
공개할 투자안의 핵심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다. 삼성전자는 광주 군공항기지를 반도체 전공정 팹 부지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 전공정 팹 4~5기가 들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SK하이닉스도 광주 지역에 전공정 팹 4~5기를 조성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과 온양에 패키징 공장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삼성은 서남권 반도체와 관련해 600조원 이상, SK의 반도체 신규 투자 규모도 약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외 투자도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천안캠퍼스를 기반으로 100조원 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울산을 시작으로 전국 5개 거점 지역에 기가와트(GW)급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신설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울산, 경남 창원 등 영남권을 피지컬 AI 제조 전진기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투자는 정부의 대대적 지원 속에 관련 기업의 결단으로 가장 합리적인 반도체산업 중심지를 추가 조성하는 것"이라며 "서남해안은 최첨단 미래산업의 세계적 최적지"라고 평가했다.
야권이 정부 압박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기업 환경 조성과 공직자의 설득·요청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들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결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런 건 직권남용이나 강요·지시가 아니라, 행정지도나 조성행정"이라고 밝혔다.
野 "정치 논리가 시장 흔들어"…與 "발목 잡기 정치 공세"
여당과 청와대는 이번 투자를 국가 산업 지도를 새로 짜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용인 중심 반도체 생태계만으로는 AI 시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호남·충청·영남을 각각 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 AI 거점으로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서남권 일자리와 인프라를 늘리고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는 지역균형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동시의 야권의 비판을 '지역감정'과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임세은 민주당 선임부대변인은 28일 논평에서 "국가의 미래가 걸린 투자를 합리적 대안도 없이 발목잡기 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정치 공학적 딴지걸기"라며 "철 지난 빅딜 프레임으로 국익을 가로막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임 선임부대변인은 "'왜 호남인가'라며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일방적인 시선"이라며 "특정 정부가 갑자기 만들어낸 정치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미 전문가들이 경쟁력을 인정했던 지역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국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백조 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투자는 정치권력 입맛대로 추진되는 과거의 구조가 아니다"라며 "기업이 사업성을 치밀하게 따져 움직이는 시장 경제의 논리를 '국가권력의 폭력적 강압'이라는 낡은 프레임에 가둬 해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우리 산업 전반을 새롭게 재편하는 일"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제발 어깃장 좀 놓지 말라.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법이라지만, 뱉는다고 다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균형 발전의 대전환'"이라며 "이 역사적 성과를 정쟁으로 훼손하려는 시도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권은 정부가 기업 투자 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투자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나아가 '투자 시너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핵심 설계·엔지니어 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데다, 대규모 용수 확보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인허가권과 규제라는 생사여탈권을 쥔 권력이 방향을 정해두고 압박하는 순간, 그것은 설득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강요'이자 '정책적 협박'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4류 정치가 세계 초일류 기업에 '행정지도'를 한다니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며 "반도체는 정치의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다. 균형발전 논리도 이미 오염돼 버렸다. 그만 멈추시라"고 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도 자발적이라고 이야기했었다"며 "기업의 투자 결정에 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한 동기로 개입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모 절차도, 유치 경쟁도 없는 깜깜이 밀실 속에서 닥치고 무조건 호남으로 가고 있다"며 "내일 발표를 취소하고 그동안의 밀실정책을 백지화하고 공정한 경쟁으로 결정하기를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투자 결정이 법적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정치적 사유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 주주에 대한 배임이자 직권남용"이라며 "즉각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직권남용죄 고발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28일 이 대통령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직권남용, 협박, 강요, 공직선거법 및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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