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시대 열리나…삼성·SK '2000조' 쏟아붓는다
2026.06.28 17:35
李, 29일 3대 메가프로젝트 공개
기업압박 논란엔 "직권남용 아냐"
삼성과 SK가 29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담은 초대형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두 회사는 충청과 영남권 투자 방안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10년간 2000조원에 가까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발표는 호남 등 서남권에 대대적인 대기업 투자가 이뤄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야권에선 정권 압박에 따라 이뤄진 발표라고 비판하고 있어 정치 논란으로 확산할 우려도 제기된다.
28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한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개괄적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동시에 충청권에 데이터센터, 영남권에 피지컬 AI 관련 투자를 집중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SK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도 공개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행사에 참석한다. 호남에 반도체 팹(제조 공장)을 6기 이상 짓는 게 삼성과 SK 발표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27~28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투자는 정부의 대대적 지원 속에 관련 기업의 결단으로 가장 합리적인 반도체산업 중심지를 추가 조성하는 것”이라며 “서남해안은 최첨단 미래산업의 세계적 최적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야권에선 “전력과 용수, 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한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은 정치권력이 개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기업 환경 조성과 공직자의 설득·요청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들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결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광주 외 지역에도 반도체 관련 설비가 신설된다.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과 온양에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다. 삼성은 서남권 반도체와 관련해 6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팹 6기를 짓기 위한 투자액(360조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SK의 반도체 신규 투자 규모도 약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투자 발표안에 반도체 외 분야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 거점인 아산·천안캠퍼스를 기반으로 100조원 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천안사업장,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투자를 확대한다. SK그룹은 울산을 시작으로 전국 5개 거점 지역에 기가와트(GW)급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신설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는 30일 광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다음달 2일 아산에서 투자 관련 비전을 설명할 계획이다.
29일 행사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다른 주요 그룹 관계자도 참석해 지방 투자 관련 발언을 한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공장이 몰려 있는 울산, 경남 창원 등 영남권을 피지컬 AI 제조의 전진기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 한화, 두산 등도 지역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초대형 투자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대한민국 반도체 생태계(소재·부품·장비 기업)와 핵심 설계·엔지니어 인력이 수도권에 절대적으로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도체 공장 가동의 필수 요건인 대규모 용수 확보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역시 기업에 커다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추후 정치 공방에 얽힐까 불안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질적 인력난을 겪는 상황에서 수도권 인력을 어떻게 호남으로 이전시키거나 현지에서 대체할 것인지가 숙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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