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전
혹평 쏟아졌지만... 넷플릭스 1위 '남편들', 나는 끝까지 웃었다
2026.06.28 12:11
오랜만에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자투리 시간이 생겼다. 멀리 교외로 나가기에는 어중간하고, 집에서 가만히 흘려보내기에는 아쉬운 그런 시간. 이럴 때 가장 좋은 친구는 역시 OTT 플랫폼이다. 무엇을 볼까 고민하며 넷플릭스를 켜니 마침 '오늘의 영화 순위 1위'에 올라와 있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박규태 감독의 신작 <남편들>이었다.
| ▲ 넥플릭스 영화 <남편들> 포스터 |
| ⓒ https://namu.wiki/w/%EB%8 |
평소 혼자 영화를 볼 때는 복잡하고 머리가 아픈 서사보다는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선택하곤 한다.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1위'와 '코미디'라는 직관적인 끌림을 믿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에 대한 대중과 평단의 관람평은 혹평이 대부분이다. 개연성이 부족하다거나 코미디의 타율이 낮다는 엄격한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마음 편하게 웃으며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던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탄탄한 서사나 가슴을 울리는 깊은 메시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도한 잔인함이나 자극적인 장면이 없어 주말 오후의 힐링으로 제격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때로 극장용 대작의 무거운 책임감보다, 이런 무해하고 가벼운 쉼표를 더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전남편과 현 남편의 황당한 공조, 그들을 움직인 강력한 동력
| ▲ <남편들>은 범죄 조직에 납치된 여자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친 전남편 충식과 현 남편 민석의 예측불허 합동작전을 그리고 있다. |
| ⓒ 넷플릭스 제공 |
범죄 조직에 납치당한 한 여자를 구출하기 위해, 얼떨결에 힘을 합친 전남편 충식(진선규 분)과 현 남편 민석(공명 분)의 예측불허 합동 작전. 영화의 줄거리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될 만큼 단순하다. 하지만 이 단순한 소동극을 살리는 건 배우들의 독특한 앙상블과 그들의 뒤를 받치는 뜨거운 부성애다.
특히 배우 공명의 발견이 반가웠다. 진선규가 맡은 '황충식'이 물불 안 가리는 다혈질 마약 수사관이라면, 공명이 연기한 현 남편 '이민석'은 온화하고 이성적인 수의사다. 전남편과 현 남편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껄끄러운 관계로 엮인 두 사람. 영화의 진짜 재미는 거대한 액션보다, 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인물의 '온도 차'다.
세상에 둘도 없이 불편한 두 남자가 목숨을 건 공조에 나서게 된 가장 결정적인 동력은 결국 '자식'이었다. 전남편 충식과의 사이에서 태어나 두 사람 모두의 사랑을 받는 딸 연주, 그리고 현 남편 민석의 곁에서 아내 시내(강한나 분)의 뱃속에 자라나고 있는 새로운 생명.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소중한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본능적인 책임감이 두 남자를 움직인 것이다. 과거의 가족과 미래의 가족이 '아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지금 이 순간 가장 든든한 동지이자 보호자로 묶이는 과정은 코믹한 소동극 속에서도 뭉클한 지점을 만들어낸다.
민석은 거칠고 돌발 행동을 일삼는 충식 옆에서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코미디의 코어가 된다. 상황에 밀려 당황하면서도 할 일을 해내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수의사로서 개를 돌보던 상황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개 짖음 방지용 목걸이를 이용해서 마도준이 진실을 말하게 하고, 총을 맞고 의식을 잃은 마도준의 심장충격기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나, 익스트림 스포츠가 취미인 그가 카레이서 저리 가라의 운전 실력을 발휘하는 등 엉뚱한 설정들이 빛을 발한다. 진선규의 수갑 액션과 공명의 카 체이싱 드라이브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볼거리였다.
물론 코미디 영화 특유의 황당하고 다소 지저분한 유머도 등장한다. 손이 묶인 채 입으로 양말을 벗기거나 발로 서로의 비닐을 찢어주는 장면은 말 그대로 '더러운 코믹'의 진수였지만, 그 처절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몸부림조차 가족을 구하겠다는 일념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웃음에 온도를 더했다.
비정한 악역들의 세계, 그 안에서 피어난 반전 순애보
가벼운 웃음 뒤로 부부 사이의 애틋한 순애보가 마음을 잡는다. 그중 하나는 신종 마약 조직의 두목 마도준(김지석 분)과 그의 부인 혜란(이다희 분)의 이야기다.
음지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도준의 추진력과 혜란의 지능적인 설계가 맞물려 마약 시장을 평정해 나간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비정한 범죄 세계에서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유일한 이해자이자 안식처가 되어준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극 중 혜란이 남편을 배신할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편만을 생각하는 깊은 순애보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약쟁이' 도준과 태생부터가 다른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IT 전문가 혜란의 만남과 사랑은 그 자체로 극적이다. 위기의 순간, 냉혹함을 버리고 지독한 사랑꾼이 된 도준의 대사와 위기 탈출 후 혜란의 대사는 이들의 사랑의 깊이를 잘 보여준다.
"내 와이프 건들지 마. 이 개새끼야."
"하지 마, 너 그러다가 진짜 죽어." (도준)
"자기랑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 (혜란)
"사랑은 교통사고처럼 확 오는 거라고요"라던 현 남편 민석의 대사처럼, 비록 범죄자 부부일지라도 서로를 향한 대체 불가능한 맹목적 신뢰와 절대적인 사랑은 지금까지 보아오던 범죄 조직의 부부와는 무척 다른, 신선하고도 애틋한 형태였다.
형태가 변해도 본질은 남는 '관계'와 '진짜 가족'에 대하여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관계의 확장'이다. 전남편과 현 남편이 아내를 구하기 위해 동지처럼 손을 잡는 판타지 같은 설정을 보며, 이제 우리 사회도 이혼한 전 배우자와 친구 같은 관계로 지내거나 그 이후의 삶에서도 서로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영화 속 전남편 충식과 현 남편 민석이 공조의 막바지에 나누는 대화는 이 작품이 관객에게 던지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관통한다. 아내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는 전남편 충식의 속 깊은 고백과, 그런 그를 '형님'이라 부르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현 남편 민석의 따뜻한 연대가 깊은 여운을 더한다.
"이혼한 거 후회하세요?"
"후회 안 해. 시내만 행복하면 그만이지 뭐. 그래도 나는 네가 좋았다."
"저도요, 형님."
"우리가 이대로 죽을 수는 없잖아."
"당연하죠."
"우리에게는 가족이 있으니까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책임감이 가족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조건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어지는 두 사람의 덤덤한 대화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다시금 정의하게 만든다.
"꼭 같이 산다고 가족이야?"
"그럼요, 이렇게 만나서 함께 웃을 수 있으면 가족이죠."
영화는 형태가 어떻게 변하든 본질적인 인간에 대한 존중과 소중한 이들을 향한 책임감이 있다면 어떤 관계든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부족하고 불완전한 남편들이 고군분투하는 소동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따뜻한 가족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평론가들의 엄격한 기준에는 못 미쳤을지 몰라도, 배우 진선규의 단단한 연기와 공명의 담백한 파트너십은 나를 한바탕 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팍팍한 세상 속에서 거창한 서사 없이도 온전히 웃음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소소한 온기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100분이란 얼마나 소중한가.
영화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나는 메모장을 열어 영화 리스트 하나를 추가했다. 이 영화를 만든 박규태 감독의 전작이자, 남북 군인들의 로또 당첨 소동을 그려 큰 호평을 받았던 영화 <육사오(6/45)>다. <남편들>에서 보여준 감독 특유의 무해한 유머 코드가 마음에 들었으니, 조만간 또 다른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주저 없이 그 영화를 틀게 될 것 같다. 주말의 여유를 채워줄 또 하나의 '착한 코미디'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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