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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순위만 바꿔도 구매 34%p↑…공정위, 플랫폼 자사우대 효과 실증

2026.06.28 12:00

3072명 대상 실험…라벨 상품 구매율은 4.5%p 늘어 '역효과'
공시 확인한 소비자는 10.7%뿐…"왜곡 인식도 못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2024.11.12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이 검색·추천 알고리즘 순위만 조작해도 소비자의 구매 선택이 크게 왜곡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자사 상품임을 알리는 '라벨'이나 정렬기준을 공개하는 '공시' 같은 정보제공형 시정조치는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2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반 자사우대 행위에 관한 소비자 행동 실험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디지털 플랫폼이 검색·추천·랭킹 알고리즘으로 자사 상품을 우대 노출할 때 소비자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수행됐다.

연구진은 실제 온라인 쇼핑몰 인터페이스를 재현한 가상 쇼핑몰을 구축하고 소비자 3072명을 대상으로 무작위통제실험(RCT)을 실시했다. 실험 설계와 실증 분석은 신은철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의 자문을 받아 내부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가 공동 수행했다.

실험 참가자는 블루투스 스피커, 비타민C, 롤 화장지 등 세 가지 상품군 중 두 가지를 무작위로 배정받아 두 차례 쇼핑 과제를 수행했다. 1회차는 모든 참가자에게 동일한 환경에서 자사우대 조작 없이 진행됐고, 2회차에는 라벨 표시와 정렬기준 공시 여부에 따라 4개 집단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인터페이스가 적용됐다.

연구 결과 소비자들은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순위에 강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체 구매의 51.7%가 상위 5개 상품에 집중됐고 94.6%는 첫 페이지 안에서 구매를 마쳤다. 기본 정렬순서를 바꾼 소비자는 25.2%에 불과했고 필터 기능을 전혀 쓰지 않은 소비자도 83.8%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만 10% 비싼 자사우대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배치하자 해당 상품 구매율은 자사우대 전 1%에서 후 35%로 약 34%포인트(p) 뛰었다.

반면 원래 상위권에 있던 경쟁 상품은 순위가 밀리면서 구매율이 52%에서 20%로 약 32%p 떨어졌다. 가격 외 경쟁력에 변화가 없었는데도 순위 조작만으로 구매 선택이 크게 바뀐 셈이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플랫폼이 제시하는 순위를 품질이나 적합성을 반영한 신호로 오인하기 쉽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선택 왜곡을 완화하기 위한 정보제공형 시정조치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자사우대 상품에 부착한 라벨은 소비자의 적극적인 탐색을 줄이고 오히려 해당 상품 구매율을 4.5%p 더 높이는 역효과를 냈다.

정렬기준에 사업적 이해관계가 반영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공시 배너를 실제로 확인한 소비자는 10.7%에 그쳐 대다수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다만 공시를 확인한 일부 소비자 집단에서는 자사우대 상품 구매율이 18.4%p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더 비싼 자사우대 상품을 구매한 경우에도 이를 손실로 인식하지 못했다. 오히려 구매 만족도와 랭킹 신뢰도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여, 알고리즘에 의한 선택 왜곡을 소비자 스스로 알아채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이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번 연구가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반 자사우대 행위가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실험으로 규명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알고리즘의 기밀성과 불투명성으로 행위와 시장 성과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플랫폼 시장 특성상, 무작위통제실험과 같은 방법론이 향후 경쟁정책 연구와 법집행을 보완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디지털 시장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경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실험 연구, 계량경제분석, 행동경제학적 접근 등 다양한 경제분석 방법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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