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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상에 '거룩함' 담아내다 [김용우의 미술思]

2026.06.28 12:47

더스쿠프 아트 앤 컬처
김용우의 미술思 66편
폴 고갱 '이아 오라나 마리아'
고갱, 낯선 섬 타히티 간 이유
많은 걸작 이 외딴 섬에서 그려
원초적 삶과 순수한 자연환경
인간적 고뇌 표현할 최적 장소
폴 고갱, 이아 오라나 마리아, 1891년, 캔버스에 유화, 114×88㎝,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미국 뉴욕. [그림 | 위키백과]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1848~1903년)이 굳이 '외딴' 타히티섬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흔히 말하길, 원초적 인간의 삶과 원시적 환경, 그리고 강렬한 색상을 찾아 타히티섬으로 갔다고 한다. 정말 그것 때문일까. 고갱이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자연에서 말하고자 했던 건 뭘까. 

질문을 풀기 전에 '타히티섬'이 어디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남태평양 타히티(프랑스령)까지의 거리는 무척 멀다. 마르세유 항구를 떠나 대서양을 건너 남미를 돌아 태평양을 항해하는 코스다. 요즘처럼 제트 비행기를 타고도 20시간 이상 걸린다. 당시의 증기선으로 가면 족히 20일은 필요했을 것이다. 

고갱이 이렇게 먼 곳을 선택한 이유는 그의 인간관계와 무관치 않다. 그의 가정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증권회사 직원으로 근무했지만 오래 다니지 않고 퇴사한 탓에 생활이 곤궁했다.

그런데도 그림을 핑계로 다섯명의 아이들도 챙기지 않다가 이혼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성격과 행동까지 괴팍해 주위에 친구도 없었고, 화단의 인정도 받지 못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고갱이 선택한 곳이 순수의 자연과 원초적 삶이 있는 섬, 바로 타히티였다. 

역설적이게도 고갱이 타히티에 머문 시기는 화가 생애 중 가장 중요한 때였다. 고갱은 자신의 걸작 중 대부분을 이때 그렸다.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삶과 순수의 자연환경은 그가 추구하는 인간적 고뇌를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던 셈이다. 

그 시기 걸작 중엔 '이아 오라나 마리아(IA ORANA MARIA·성모님께 경배)'가 있다. 성모와 아기 예수께 경배하는 타히티 원주민을 그린 이 작품은 '서양의 기독교'를 이야기한다.

작품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 보자. 경배의 무리는 타히티 원주민이다. 맨 왼쪽 끝에 황금빛 푸른 날개의 천사가 등장한다. 고갱 작품에서 보이는 특징 중 하나다. 당시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는 '천사를 그리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 했다. 인상주의 화가들 역시 사물을 직접 관찰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대상의 느낌을 잡아내 그림에 담았다. 
폴 고갱, 후광이 있는 자화상, 1889년, 패널에 유화, 79×51㎝, 미국 국립미술관, 미국 워싱턴. [그림 | 위키백과]
하지만 고갱은 달랐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천사'를 주저없이 그렸다. 고흐가 '별이 빛나는 밤'에서 밤하늘 축제를 벌이는 '대기大氣'의 흐림을 그린 것과 같은 형식이다. 이는 인상주의 화풍에 나타난 커다란 변화다. 미술계에서 고흐와 고갱을 후기 인상주의로 분류하는 이유다. 

이 작품은 내용뿐만 아니라 조형적인 측면에서도 획기적이다. 고갱을 한마디로 말하면 색상의 천재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뛴다. 화려하고 원초적이며 완벽하다. 이 작품에도 강력한 색상들을 빈틈없이 조화시켜놨다.

마리아의 붉은 색상과 그 뒤편의 초록색을 대비시켜 원시적이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순례자, 천사, 그 주위의 청색 배경은 앞쪽에 배치한 따뜻한 노랑과 붉은 색상의 성모, 예수, 과일 등 예물에 원근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이아 오라나 마리아(IA ORAN MARIA)'가 들어간 노란 박스는 그대로 예물을 떠받는 제대祭臺가 된다. 

화려한 색상에 거룩함을 담아내는 고갱의 표현과 조형은 고흐, 폴 세잔과 함께 앙리 마티스의 '야수파', 파블로 피카소의 '입체주의'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근대 회화의 새로운 지평은 그렇게 열린다. 고갱이 남긴 아름다운 유산이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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