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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지독한 카드 고지서?…고전 환상 깬 ‘로미오와 줄리엣’ [D:헬로스테이지]

2026.06.28 12:53

제20회 DIMF 창작지원작 선정
셰익스피어 고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
[데일리안 = 박정선 기자] 원수 집안이라는 장벽을 허물고 목숨까지 바쳤던 세기의 연인이 결혼 2년 차에 서로를 ‘괴생명체’라 부르며 이혼 서류를 준비한다. 지난 20일과 21일, 대구 대덕문화전당 드림홀에서 공연한 뮤지컬 ‘다시,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원할 것 같던 로맨스의 화려한 결말 뒤에 숨겨진 지독한 현실을 전면에 내세운다. 제2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현대적이고 위트 있는 감각으로 재구성했다.

작품의 주인공 로미오는 가문의 후광을 거부하고 출신을 숨긴 채 명성을 얻은 연극 연출가이고, 줄리엣은 신인 극작가다. 이들은 뜨거운 사랑 끝에 결혼했으나 당장 먹을 식량이 모자란 팍팍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사사건건 다투다 결별에 합의한다. 그러나 가문의 평화 훈장 소동에 휘말리며, 지역 귀족인 레인스 자작의 계략과 제작자 안토니오의 압박으로 인해 신임 주교 부임 축하 공연을 함께 만들게 된다. 이혼을 코앞에 둔 부부가 글로브 극장이라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합작을 시작하는 과정이 극의 중심 줄거리다.

202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으로 첫선을 보였던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구조적 장치는 무대 중앙에 마련된 또 다른 작은 무대와 극중극의 활용이다. 이혼을 앞둔 두 사람이 자신들의 실제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극을 집필하고 준비해 나가는 과정을 액자식 구성으로 풀어냈다.

무대 위에서는 당장 빵값과 식탁 매너를 두고 핏대를 높여 싸우는 현실 부부의 모습이 펼쳐지고, 보조 무대에서는 이들을 투영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과거의 애틋했던 감정과 상상을 교차하며 연기한다. 90분 동안의 시각적·감정적 대비는 통통 튀는 대사와 중독성 있는 음악과 어우러져 극 초반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참신했던 설정과 형식의 매력이 극 후반부까지 단단하게 이어지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특히 외부 악역인 레인스 자작의 방해 공작이 서사의 중심축을 차지하면서, 두 가문의 충돌이 지닌 본질적인 드라마의 무게감이 다소 약화되고 갈등 구조가 평이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형식을 통해 확보한 풍자의 날카로움이 얕은 에피소드 위주로 흘러가면서 뒷심이 다소 부족해진 인상이다.

결말부의 사건 해결과 화해 과정 역시 서사적 정교함이 더 필요해 보인다. 소식지 살포를 통해 악당의 악행을 폭로하며 로미오가 누명을 벗는 과정이 다소 급작스럽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후 줄리엣이 홀로서기를 위해 떠났다가 2년 후 다시 돌아와 갈등 역시 사랑의 한 단면임을 깨닫고 손을 맞잡는 마무리 역시, 전반부의 현실 풍자에 비해 소동극 위주의 안전한 해피엔딩을 선택하면서 서사의 밀도가 다소 옅어졌다.

뮤지컬 ‘다시, 로미오와 줄리엣’은 신예 창작진의 참신한 형식적 시도와 대중적인 넘버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신작이다. 극중극 구조를 통해 고전의 환상을 깨뜨리겠다는 기획 의도는 명확했으나, 후반부 서사의 전개 방식과 캐릭터의 깊이 조절에서는 다소 발전의 과제를 남겼다. 향후 정식 상업 공연으로 나아가기 위해 에피소드를 정교하게 다듬고 갈등의 내밀한 인과관계를 보완한다면 한층 더 완성도 높은 창작 뮤지컬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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