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초과근무 200시간…생명까지 위협 [노동 사각지대]①
2026.06.27 08:04
■ 잦은 밤샘에 휴일 근무…생명까지 위협받아
지난 4월, 충남 천안에서 30대 여성 공무원 A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10년 차 공무원이자 부서 막내로, 평소 업무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A 씨는 업무가 버겁다며, 주변에 자주 어려움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숨지기 전날에는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초과 근무를 하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보다 두 달 전인 2월에는 서울 강서구에서 한 주민센터 직원이 갑자기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30대 여성인 이 공무원은 폭설로 인한 비상 대기로 36시간을 연속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운동을 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중태에 빠졌다.
중앙 부처가 몰려있는 정부 세종청사도 과로로 인한 공무원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에는 행정안전부 정보자원관리원 소속 공무원이 청사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해당 공무원은 당시 ‘국가 전산망 마비’라는 초대형 사고 발생 이후, 사고 수습과 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연일 밤샘 작업과 함께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몇 년 전, 세 자녀의 엄마였던 30대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복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청사에서 과로로 쓰러져 숨진 뒤, 일부 부처에서는 한동안 주말 근무 금지 지침이 내려지기도 했지만 금세 흐지부지됐다. 부처 공무원들은 여전히 밤샘 근무를 하고 여전히 주말 근무를 한다.
■ 심혈관 질환 70% 급증... 5년 ‘과로’ 사망자 139명
과로는 필연적으로 건강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과로에 따른 공무원들의 건강 문제는 어느 정도인지, 인사혁신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업무상 과로가 원인으로 인정되는 건강 문제는 대표적으로 ‘뇌혈관 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꼽을 수 있다.
정보공개 청구 결과, 과로로 큰 건강 문제가 생긴 공무원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늘고 있었다. 아래 표는 업무상 얻은 ‘뇌혈관 질환’으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공무원들의 요양 청구 건수다.
2021년 118건이었던 공무원들의 공무상 ‘뇌혈관 질환’ 요양 청구 건수는 2023년 123건, 2024년 들어서는 151건으로 늘었다. 2021년과 2024년을 단순 비교하면, 3년 사이 28%가량 증가한 수치다.
‘심혈관 질환’은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 공무상 심혈관 질환 요양 청구 건수는 2021년 56건에서, 2022년 71건, 2024년 97건으로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증가율로 따지면 3년 만에 70%가 넘게 증가했다.
비교를 위해 일반 근로자의 산재 보험 보상 현황을 찾아보니,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병률은 같은 기간 16,231명에서 16,450명으로 0.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공무원들의 관련 질환 증가세가 얼마나 가파른지 이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요양이 필요한 단계를 넘어, 안타깝게 숨을 거둔 사례도 적지 않다. 인사혁신처 정보공개 회신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사이, 뇌혈관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유족 급여’가 승인된 사례는 139건에 달했다. 다시 말해, 과로로 의심할 수 있는 질환으로 순직한 공무원의 숫자가 5년 동안 139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물론 이 숫자도 어렵디어려운 ‘업무상 순직’을 인정받은 경우에 한한다.
■ 한 달 초과근무 200시간... 보상은 남의 얘기
그러면 실제 ‘일이 많은’ 공무원들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당사자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정부 경제부처에서 일하는 사무관 B씨. B씨는 중동전쟁 발발 이후 집에 제 시간에 가본 기억이 별로 없다. 원래도 바빴지만 전쟁 이후의 삶은 그야말로 ‘녹초’다. 야근은 기본. 바쁜 날은 밤이 아닌 오전 7시에 퇴근해서, 오전 9시에 다시 출근한 적도 있었다. 주말도 고스란히 다 반납했다. 물론 퇴근해 집에 가서도 일을 한다. 사실 말이 퇴근이지 장소만 바뀌었을 뿐 24시간 하루 종일 업무가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한 달 평균 근무 시간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B씨는 얼추 계산해도 초과 근무 시간이 200시간은 넘는다고 말했다. 같은 과의 다른 직원은 250시간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단순 계산으로 250시간을 30으로 나누면 하루 8.3시간의 초과 근무 시간이 나온다. 평일로 따지면 하루 16시간. 토요일과 일요일을 합한다 해도, 하루 12시간 이상이라는 비현실적인 근무 시간이다. 저녁이 없는 삶이 아니라 이 정도면 밤과 아침까지 없는 삶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긴 시간 일을 하고, B사무관은 얼마의 보상을 받았을까? 답은 의외였다. 200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했지만, 수당은 100시간 분밖에 받지 못했다. 단단하게 그어진 ‘상한선’ 때문이다. 그마저도 원래는 57시간 분 밖에 못받는 걸, 특수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100시간으로 늘려준 결과라고 한다.
현재 직업 공무원은 초과 근무 수당에 ‘상한선’이 그어져 있다. 규정상 하루 4시간, 한 달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돼 있다.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그 이상의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57시간 이상 일을 안 하느냐? 그건 아니다. 한 달 200시간을 일한 A사무관의 경우 100시간 넘는 시간이 말 그대로 ‘공짜 노동’이다.
그런데 A사무관의 마지막 말이 더 뜻밖이었다. “저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저보다 직급이 한 단계 높은 서기관들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해요.”
사무관은 5급, 서기관은 4급 공무원을 말한다.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 서기관급 공무원을 만나봤다. 정부 부처의 대변인실에서 일하고 있는 C서기관. C씨의 출근 시간은 보통 오전 8시 이전, 퇴근도 오후 8시 정도다. 초과 근무 시간이 하루 평균 3~4시간, 한 달로 따지면 어림잡아도 80시간에 이른다. 더구나 C씨의 경우 퇴근 후에 이뤄지는 업무가 산더미이다. 잠들기 전까지 10분 간격으로 밀려오는 기자들의 전화를 받고, 각 실무부서에 전화를 돌리고, 상황을 파악하고 조정하고, 조치까지 한다. 언론 매체에 예상치 못한 돌발 기사라도 나가면, 그때부터는 시간이 몇 시든 휴식은 포기해야 한다. 새벽도 밤도 주말도 없고, 휴가 때도 예외 없이 전화는 울린다.
하지만 초과 근무 수당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앞서 B사무관의 말대로, 서기관급 이상부터는 초과근무 수당을 아예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사무관은 '열정페이', 서기관은 '공짜노동’"이라는 자조가 나올 수밖에 없다.
C서기관은 요즘 다른 것보다 건강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직은 나이가 젊어 당장의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 과로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동료들을 어렵지 않게 보고 있다고 한다. 며칠 동안의 야간 업무 중에 갑자기 쓰러지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기까지 하는 동료들의 얘기를 1년에 한 번씩은 꼭 보고 듣는 것 같다고 했다. 공직자라는 사명으로 보상 한 푼 없이 살인적인 초과 근무를 하고 있지만,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건강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떨치기 어렵다. (2편에 계속)
[그래픽: 장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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