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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행만 바라던 한국축구...참담하고 부끄러운 '퇴장'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2026.06.28 12:24

홍명보호 구차한 기대의 종말, 기적은 실력 있는 자들의 몫
2026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시스템부재와 전술적 빈곤이 불러온 파국


한국축구대표팀이 결국 조별리그를 끝으로 짐을 싸게 됐다. 홍명보 감독이 지난 5일(현지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사전캠프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를 떠나 결전지인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이동하기 위해 전세기에 오르고 있다./솔트레이크시티=KFA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결국 기적은 없었다. 바늘구멍 같은 경우의 수에 기대어 타국의 불행을 구걸하던 한국 축구의 구차한 연극은 32강 진출 실패라는 당연한 성적표와 함께 28일 막을 내렸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위(1승 2패)로 '경우의 수'를 따지는 상황에 내몰렸으나 이날 K조의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에 3-1 역전승을 거두면서 실낱같던 32강 진출 가능성도 모두 사라졌다. 실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스포츠의 엄연한 순리 앞에, 요행만을 바라던 대가는 이토록 허망하고 비참했다.

우리는 왜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고 무대에서 스스로 경기를 지배하지 못하고, 타국의 몰락만을 기원하는 처지로 전락해야 했는가. 질문의 화두는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가 아닌, 우리 내부의 뼈아픈 현실을 향해야 한다. 벼랑 끝에 매달려 타인의 불행에 생존을 구걸했던 그 비신사적인 풍경 자체가, 이미 한국 축구의 전술적, 행정적 파산을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츠맨십을 배반한 대가는 이토록 서글픈 자괴감뿐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경기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진행된 가운데 손흥민(가운데)와 선수들이 0-1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몬테레이(멕시코)=뉴시스


◆ 선수를 볼모로 잡았던 '철학 없는 지도자'의 파국

이번 월드컵 내내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은 처참했다. 색깔 없는 전술 패턴은 대안이 없었고, 답답한 경기 운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령 32강에 턱걸이로 올라간들 무엇이 달라졌겠는가. 조별리그 내내 보여준 대표팀의 획일적인 전술 패턴은 상대에게 쉽게 읽혔고, 이를 타개할 창의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더욱 기가 찬 것은 홍명보 감독의 태도다. 입버릇처럼 '책임지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전혀 사퇴할 의사가 없는 한 감독 밑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은 날개 한번 펴보지 못하고 추락했다. 이건 완전한 '인질극'이었다. 선수들이 안쓰럽다는 이유로, 그들을 볼모로 잡고 있는 '원하지도 않는 홍명보호의 승리'를 팬들에게 강요했던 꼴이다. 그리고 그 인질극의 결말은 잔인한 파국이었다.

2024년 7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더팩트DB


◆ 부당한 권력의 예견된 몰락

홍명보호는 출범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했다. 숱한 외인 감독 후보들을 들러리로 세운 채, 정당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무시하고 독단적 밀실 행정으로 탄생한 태생적 한계가 명확했다. 시작부터 축구팬들의 외면을 받았고, 한국 축구의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며 출발한 부당한 권력이었다.

조별리그 내내 보여준 처참한 경기력은 그 정통성 없는 권력이 맞이할 당연한 귀결이었다. 아시아 지역 예선 단계에서부터 약체들을 상대로 숨 막히는 졸전을 거듭하며 간신히 본선 티켓을 쥐었을 때부터 경고등은 켜져 있었다. 예선 내내 드러났던 전술적 무색무취함과 조직력의 부재를 어떠한 피드백도 없이 본선 무대까지 그대로 끌고 왔으니, 결국 세계의 벽 앞에서 처참한 파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참담한 전술적 빈곤의 민낯은 이미 다큐멘터리 ‘국대: 로드 투 노스아메리카’ 속 가나전 전술 미팅 장면에서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화면에 오직 'FIGHT'라는 단 한 단어만 띄워놓고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 세계적인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에게 "단어 알지? 싸워! 나가서 싸워!"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지도자. 이를 지켜보는 선수들의 굳은 표정에서 느껴지던 당혹감과 묘한 허탈감은, 결국 이 팀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 리 만무하다는 확실한 복선이었던 셈이다. 현대 축구의 고도화된 전술 트렌드는커녕, 아무런 전략도 분석도 없이 오직 선수 개인의 역량과 투지만을 강요받던 이 기괴한 ‘인질극’은 결국 예견된 파국을 맞이했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24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 질의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해성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 박주호 전 대한축구협회 전 전력강화위원, 홍 감독,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더팩트DB


◆ ‘파산선고’ 한국 축구, 어떻게 다시 건설할 것인가

이제 부끄러운 가면은 벗겨졌다. 숨을 곳도, 핑계를 댈 경우의 수도 없다. 이제 와서 감독 한 명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뒤늦은 퇴진을 요구한들, 이미 4년을 바친 선수들과 깊은 상처를 입은 팬들의 허탈함에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다 망쳐버린 마당에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본질은 패장(敗將)의 거취를 넘어, 무너진 한국 축구의 주춧돌을 어떻게 처음부터 다시 놓을 것인가에 대한 처절한 재건의 고민이다.

우리는 전임 클린스만 사태에 이어 이번 파국까지, 시스템이 실종된 밀실 행정과 철학 없는 지도자가 국가대표팀이라는 공공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똑똑히 목도했다. 황금 세대의 역대급 재능을 품고도 전술적 빈곤 속에 침몰한 이번 월드컵은 한국 축구 행정과 기술 철학에 내려진 최종 '파산 선고'다.

이제는 패배의 잔해를 치우고 완전히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한다. 감독 한 명 바꾸거나 수뇌부의 이름 몇 개 교체하는 미봉책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학연과 지연,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얼룩진 대한축구협회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과 행정의 투명성 확보가 그 첫걸음이어야 한다. 대표팀 자리는 사적 명예나 보은의 수단이 아닌, 철저한 검증과 고도화된 전술적 데이터 시스템 위에서만 허락되는 엄격한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과거의 영광이나 인맥에 기대어 카르텔을 형성하던 올드 축구인들의 시대는 이제 끝내야한다. 이제는 축구 행정과 기술 전반에 선진 시스템을 이해하고 현대 축구의 글로벌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신진 세대'의 전면 등장이 필요하다. 데이터 중심의 과학적 분석력, 투명한 소통 능력, 그리고 합리적인 행정 프로세스를 갖춘 젊고 유능한 리더십이 협회의 요직을 채워야만 한국 축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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