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준비 4년은 ‘논란의 연속’…기습 사면부터 4연임까지
2026.06.28 11:00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한 4년의 시간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파울루 벤투 감독이 떠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경질된 클린스만 감독의 뒤를 이어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는데, 이때도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논란이 반복됐다.
감독 선임 과정을 비판하는 여론은 일파만파 커졌다.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정 회장 등 축구협회 임원들을 상대로 감독 선임 절차가 투명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정부는 특정감사에 돌입해 정 회장 등에게 중징계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축구협회는 감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 사이 정 회장은 네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규정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 단체의 회장직을 기업 총수 한 사람이 10년 넘게 유지하는 게 일반 국민들의 상식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뚜렷한 결과가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며 본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결국 월드컵 본선에서 32강에 진출하지 못하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앞서 한국 남자 U-23 대표팀도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국대 감독은 회장님 픽?
축구협회의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낸 것은 국가대표 감독 선발 과정에서 잇따라 발생한 잡음들이었다. 2023년 2월 선임 당시부터 각종 우려가 제기됐던 클린스만 감독은 1년 만에 전격 경질됐다. 2023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게 패배한 뒤 패인을 선수단 내부 불화로 돌린 게 결정타가 됐다. 재임 기간에 재택근무 등 근무 태만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가대표 감독을 추천하는 전력강화위원회가 사실상 무력화 돼 있었다. 최종 후보 2인에 대해서는 정 회장이 직접 2차 온라인 면접도 봤다. 특히 정 회장과 클린스만이 국가대표 감독직에 대해 사석에서 대화를 나눈 뒤 실제 영입 절차가 진행되면서 정 회장의 의중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정 회장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5명의 최종 후보 리스트가 만들어졌을 때 1순위가 클린스만이었다”며 “나와의 친분 때문에 클린스만 감독과 덜컥 계약했다는 식의 구설수에 말릴지는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클린스만 경질 이후 국내외 여러 감독을 물색하던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이 1순위라며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당시 전강위원으로 활동하던 박주호 해설위원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선정 절차에 의문을 제기했다. 감독을 추천을 담당하는 전강위원이 홍 감독 내정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대중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축구협회는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면서 박 위원에게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가 더 큰 역풍을 맞았다. 하지만 문체부는 감사 결과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절차적 하자가 확인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 회장은 2024년 7월 펴낸 자신의 저서 ‘축구의 시대’에서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국가대표팀 감독은 집행부와 전문가 그룹이 토론과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논의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누가 책임이 있느니 없느니 또는 많으니 적으니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감독의 선임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회장이 진다. 아니 협회의 주요 정책과 결정에 대한 최종 책임은 모두 회장에게 있다.” 『축구의 시대』p.251
전 국민 관심사가 된 ‘축구협회’ 개혁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24년 9월 축구협회를 대상으로 현안질의를 실시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 회장을 비롯한 축구협회 주요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협회 관련 의혹 전반을 캐물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축구협회를 향해 날 선 질타를 쏟아냈다.
당시 회의에서 강유정 민주당 의원(현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공정은 입증 가능한 설명의 영역”이라며 “최종 감독 후보자 3인의 평가에 대한 점수표, 회의록, 채점결과가 있느냐”고 물었다. 정 회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인사 비리, 인사 불공정, 이 부분에 대해서 묻고 있는데, 채점 결과를 못 주겠다고 한다.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 회장은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려고 한 것은 아니다.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홍 감독도 “감독 선임 등 모든 축구적인 면에서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특혜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홍 감독 선임 논란에서 시작된 문체부의 특정 감사 결과는 지난해 11월 최종 발표됐다. 문체부는 축구협회에서 총 27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했다며 정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 3명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비상근 임원 34명에게 규정과 달리 자문료 명목으로 총 28억원을 지급한 사실과 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보조금을 허위로 신청한 사실 등도 추가로 드러났다.
축구협회는 감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문체부의 손을 들어줬다. 입법부와 행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축구협회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패소한 축구협회가 1심 판결에 항소하기로 결정하면서 법적 공방은 장기화되고 있다.
'무리수' 4연임과 기습 사면 논란
2013년 처음 협회장에 취임한 정 회장은 지난해 네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 문체부가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조치를 요구하며 정 회장을 압박했지만, 정 회장은 법원에 감사 결과 통보 및 조치 요구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재판부가 이 신청을 인용하면서 효력이 일시 중지되자 정 회장은 그 틈을 타 출마를 강행했다.
회장 선출은 협회 정관에 따라 100명 이상 300명 이내 규모로 선거인단을 구성하게 돼 있다. 정 회장은 경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지만, 소수의 간접 선거 방식이 현행 집행부에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2023년 3월에는 징계 축구인 100명의 ‘기습 사면’을 추진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경기 1시간 전 보도자료를 통해 축구인 사면 안건 의결을 알렸는데, 사면 대상에 승부 조작에 가담해 제명 등의 징계를 받은 선수 52명도 포함돼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축구협회는 3일 만에 다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사면을 철회했다. 정 회장은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책임은 정 회장을 제외한 임원들의 몫이었다. 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일괄 사퇴하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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