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처용' 울산 대표축제로 컴백.. 종교 논란은 숙제
2026.06.28 10:01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인 직접 축제 방향 제시, 준비 지시
올해는 공업축제는 과도기.. 내년부터 처용문화제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울산의 대표 축제가 4년 만에 다시 '처용문화제'로 전환된다.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인 체제의 민선 9기 인수위원회는 올해 10월로 예정된 '울산공업축제'는 과도기 성격으로 치르고, 내년부터 처용문화제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8일 울산시에 따르면 김 당선인은 최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축제의 방향과 성격을 직접 제시하고 전환 준비를 지시했다. 그는 "처용문화제라고 이름 하긴 했지 콘텐츠는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울산 곳곳에 산재된 전통문화를 활용해 시민이 적극 참여하는 시민주도형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기존 공업축제를 경제개발 시대의 개발 논리에 머문 관 주도 행사로 평가했다. 예산 규모에 비해 관광객 유입이나 지역 문화 활성화 효과는 낮았다고도 지적했다. 대행사 용역을 통해 시민을 손님으로 만들고 경품을 나눠주는 방식의 행사는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역 문화·예술계는 환영했다. 울산 민예총(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은 "처용은 울산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자산이며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와 더불어 울산의 문화도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라고 밝혔다. 이어 "처용문화제가 사라지면서 서울과 경주 등 타 지역에서 처용 관련 콘텐츠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울산이 자신의 문화적 원형을 지키지 못하면 도시 정체성과 브랜드 주도권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보고 후 울산시는 축제 주관 부서를 문화관광체육국으로 일원화하는 등 준비에 들어갔다. 다만 김 당선인이 제시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 처용문화제가 안고 있던 해묵은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
■ 처용문화제를 둘러싼 유효한 논란
처용문화제는 1967년 기업 중심의 울산공업축제로 시작됐다. 이후 공해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미지 쇄신을 위해 1995년 처용문화제로 명칭이 변경됐고, 2023년 중단될 때까지 울산 대표 축제로 운영됐다. 이 기간 종교, 학술, 콘텐츠 분야에서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종교계는 관용과 화합의 정신으로 해석되고 있는 처용 설화에 대해, 아내의 부정을 용인하고 처용이 노래와 춤으로 대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무당인 처용을 믿고 따르는 무속 신앙을 기리는 행사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종교 편향이라는 입장이다. 이 논란은 처용문화제의 명칭 폐지와 아울러 '울산시기독교연합회' 등 4개 단체가 처용문화제 예산 지원 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이 요구가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처용문화제 예산은 공업축제로 전환을 앞둔 2023년 당초예산 편성안이 3억원대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학술적으로는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 연구는 설화를 불륜과 간통의 서사로 규정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역신의 범처를 불륜이 아닌 질병의 상징으로, 처용의 가무를 경고의 행위로 봤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위원회는 2009년 9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처용무'를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했다. 이후 처용문화제는 다시 관심을 받았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처용무 시연 외에는 다른 지역 축제와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처용월드뮤직', '에이팜' 등을 통해 동서양 음악 문화를 엮어보기도 하고 2021년 제55회 축제에서는 처용무를 재해석해 음악과 노래, 춤으로 민족 문화를 강조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콘텐츠 논란은 가라앉질 않았다.
결국 민선 8기 김두겸 시장은 2023년 처용문화제를 폐지하고 울산공업축제를 35년 만에 부활시켰다. 그는 울산의 정체성을 제조업 기반의 산업도시로 규정하고, 기업 상징물을 앞세운 거리 퍼레이드를 축제의 메인 행사로 삼았다.
■ 명칭보다 독립성과 콘텐츠가 중요
처용문화제 재개를 명칭 변경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먼저 축제의 성격과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내 다수의 축제는 기업과 대규모 산업 시설이 없는 농어촌에서 관광객을 유치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열린다. 반면 대도시에서 이뤄지는 축제는 시민이 소비자가 되는 문화·예술 향유, 여가 생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어디에 무게 두느냐에 따라 축제의 성공 여부도 달라진다.
정치적 일관성 확보가 필요하다도 의견이 나온다. 민선 7기 처용문화제 → 민선 8기 공업축제 → 민선 9기 처용문화제로 이어지는 변경 과정에서, 울산시장 교체와 무관하게 운영될 수 있는 독립적인 축제조직위원회 또는 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종교적 합의도 과제로 남아 있다. 처용을 무속적 인물이 아닌 다문화 포용과 방역의 상징으로 재해석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처용을 역사적 인물로 재조명해 '처용'이라는 명칭이 울산지역을 상징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학술 연구 역시 문학·종교적 관점에서 벗어나 처용 설화의 배경인 울산의 지리적·문화적·역사적 관점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유네스코 등재 유산인 처용무를 현대적 댄스, 음악, 미디어아트와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천년 전 울산에서 등장한 처용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 pop Demon Hunters)'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 핵심 내용이 예술로 초자연적 존재를 물리치거나 다스린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또 울산이 신라의 국제 무역항이자 실크로드의 종착지였다는 역사성과 연계한 다국적 문화 콘텐츠로 축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울산항에 드나들던 아라비아, 페르시아, 당나라 상인들의 문화를 재현한 야시장, 실크로드 미식회 등이다. 울산시도 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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