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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행복…장애인 자립 기반”인데…더딘 지원法 개정[안현덕의 LawStory]

2026.06.28 08:01

‘굿패커 사원 ○○○’ 명찰…하루 4시간 2교대 근무
시니어 근로자·발달장애인 서로 돕고 소통하는 모델
김앤장 100% 자회사된 뒤 직원 수 14명→34명 성장
안정된 직장→장애인 ‘홀로서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반면 중증장애인상품 판매 활성화 위한 법률개정안은
여야 모두 발의했지만 국회 무관심 속 여전히 계류 중
지난 2024년 4월 ‘장애인과 비장애인, 우리 서로를 응원해요!’를 주제로 김앤장 법률사무소 건물 로비에서 열린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에서 관람객들이 각종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김앤장 법률사무소
서울시 중랑구에 위치한 장애인 표준 사업장 ‘더사랑(대표 권문경)’. 발달장애인 디자이너 윤은석 작가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새 달력에 넣기 위한 디자인 작업으로 윤 작사는 ‘수국’을 바라보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각기 다른 색채의 파란색 점들이 태블릿 PC 화면을 수놓자, 이내 ‘진심’이 꽃말인 수국이 활짝 피어올랐다.

윤 작자가 매일 아침 9시까지 출근하는 이곳은 더사랑. 시니어(고령) 근로자와 발달장애인이 함께 근무하는 공간으로, 이들의 가슴에는 ‘(굿 패커(Good Packer) 사원 ○○○’이란 명찰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발달장애인 ‘○○○’씨가 더사랑의 구성원이자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해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매일 출근하는 ‘행복’이 이들이 스스로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었다.

권문경 더사랑 대표는 “시니어 근로자와 발달장애인들이 서로 돕고 소통하며 포장, 재가공, 임가동 등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며 “이들이 더불어 일한다는 의미를 더사랑 브랜드인 굿 패커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굿 패커에는 곰·부엉이 그림과 함께 ‘Packing With Disabled & Senior Parthers)’라는 문구가 담겨있다. 곰은 ‘조금은 느리지만 믿음직스러운 청년 직원(발달장애인)을, 부엉이는 지혜롭고 넓은 품을 가진 노인 선생님(시니어 근로자)를 표현했다는 게 더사랑 측 설명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더사장’의 브랜드 ‘굿 패커(Good Packer)’. 사진제공=더사랑
더사랑이 장애인 표준 사업장으로 첫 발을 디딘 건 2010년 이었다. 3명 정도의 소규모 인원으로 시작했다. 특히 2019년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동반자이자 든든한 파트너로 만나면서 사업 안정·지속성을 확보했다. 당시 직원이 14명(발달장애인 10명·시니어 근로자 4명)에서 이달 기준 34명(발달장애인 24명·시니어 근로자 10명)으로 늘어날 정도다.

박중원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고민하던 중 노인·발달장애인 문제에 눈을 돌리게 됐다”며 “더사랑이 추구하는 기업 모델이 발달장애인·시니어 근로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라 (더사랑과)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사랑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100% 지분을 지닌 회사”라며 “적극적인 투자·지원을 위해 통상 51%가 아닌 100% 지분 인수를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더사랑의 근무 형태는 하루 4시간, 2교대 방식. 발달장애인·시니어 근로자가 2인 1조로 근무한다. 발달장애인이 6~8시간 장시간보다 4시간 일하는 게 안정적으로 오랜 기간 근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또 전체 근로자 중 30%는 중증 발달장애인 및 취약계층에서 채용한다는 원칙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다만 채용 방식이나 휴가 제도 등은 여타 직장에서 일하는 비(非)장애인 근로자와 동일하게 운용 중이다. 채용은 면접에 이은 3개월 수습기간을 거쳐 결정된다. 정직원 채용 이후에는 명함 지급, 휴가, 워크숍, 교육, 시무·종무식, 근속 포상 등 복지가 여느 직장에서 근무하는 비장애인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아울러 각종 사기 사건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발달장애인 직원을 위해 범죄예방교육을 실시 중이다. 더사랑은 현재 발달장애인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승진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중랑구에 위치한 장애인 표준 사업장 ‘더사랑’ 사무실에 발달장애인 등 직원들의 사진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김앤장 법률사무소
권 대표는 “한 발달장애인 직원의 부모님으로부터 ‘자녀 명함을 친인척들에게 모두 보여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장애가 있는 본인 자녀가 스스로 일해 돈을 버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우뚝 섰다는 점에서 무척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장애가 있다고 일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려는 욕구가 없는 게 아니다”며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들도 함께 일하고 살아간다’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킬 수 있도록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비롯한 각종 전시회 개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앤장과 손 잡고, 발달장애인 ‘자립형 근로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편 인식 개선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발달장애인이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서는 지원도 필요하지만 안정적 직업을 갖게 하는 부분도 중요하다”며 “다소 작업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40대 이후 중장년 발달장애인들이 꾸준히 일하며 자립하기 위한 방안에도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평생 플랜’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취업으로 발달장애인이 ‘홀로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 부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률 개정 등 정치권 움직임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의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3건의 중증장애인생상품 우선구매 특별벌(중증장애인생산품법) 개정안이 의원 발의됐다.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생상품 구매 목표를 100분의 2 이상으로 한다(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 발의안)’거나 ‘9월 9일을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 구매의 날로 또 해당일로부터 1주일을 우선 구매 주간으로 정한다(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발의안)’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도 ‘중증장애인생상품 제공에 공사가 사반되는 경우 의무적으로 분리발주해 우선 구매 제도의 취지를 살리자’는 내용의 중증장애인생산품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게 하는 등 판매를 촉진하고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 모두가 뜻을 같이 해 중증장애인생산품법 개정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국회 통과 등은 여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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