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은 ‘열정페이’ 서기관은 ‘공짜노동’ [노동 사각지대]②
2026.06.28 08:00
■ 공무원판 ‘열정페이’에 ‘공짜노동’... 사무관·서기관 74% ‘보상 불만’
한두 명 얘기 들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공무원 과로의 실체에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해, 좀 더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했다.
하지만, 적확한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검색을 통해 찾은 가장 최근의 자료는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보도자료’ 정도다. 인사혁신처는 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직 업무 효율 개선으로, 최근 8년 사이 국가공무원의 초과근무 시간이 47%나 줄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공식 카운트된 ‘수당 지급’ 기준이다. 앞서 A사무관과 B서기관의 사례처럼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근무, 말 그대로 일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한 ‘공짜 노동’은 제대로 파악된 자료가 아예 없었다.
그래서, 공무원 근무 시간을 자체 설문 조사를 통해 직접 파악해 보기로 했다. (※이 설문 조사는 표본의 숫자가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대강의 얼개를 파악하는 수준으로만 볼 것을 권한다. ‘공짜 노동’ 실태에 대한 추가적인 정부 차원의 대규모 조사가 필요하다.)
설문은 정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8개 부처 서기관과 사무관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이 중앙 정부 부처의 실무를 수행하는 핵심 인력이고, 업무량도 비교적 많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부, 국토교통부, 기후환경에너지부 등 8개 부처의 사무관 40명, 서기관 39명 등 모두 79명이 답했다. 각 응답자는 모바일을 통해 직접 10개 문항에 비대면으로 응답했다. 또한 익명을 철저히 보장했다.
먼저 최근 3개월 사이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을 물었다. 이 질문에는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현행 <근로기준법상> 일반 근로자의 상한 근로 시간인 주당 52시간을 넘겨서 일했다고 답했다. 50시간에서 52시간 사이를 답한 14명을 합할 경우, 절반 이상이 법정 근무 시간을 넘기거나 그에 육박해 일한다는 답이다. 하루 8시간, 이른바 ‘나인 투 식스’로 일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2명, 3%밖에 되지 않았다.
'52시간 이상' 응답 공무원 가운데는 한 주에 80시간 이상 일했다고 답한 공무원도 4%나 됐다. 일주일에 80시간이면, 토요일과 일요일을 합쳐도 하루 평균 11.4시간의 초고강도 노동이다. 여기에 퇴근 후 업무까지 합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내친김에 퇴근 후에 집에서 일하는 '사무실 외 노동'의 시간도 물어봤다.
퇴근 후에 자택에서 일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52시간 이상 근무자는 절반에 가까운 49%로 늘고, 50시간 이상 근무자는 무려 69%로 늘어난다. 집에 가서 하는 일은 출퇴근 기록부에만 잡히지 않을 뿐, 실제 노동 시간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근무 시간이 길면,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근무 시간의 만족도나 수용도는 어떨지, 이번에는 근무 시간의 ‘적정성’에 관해 물었다.
예상대로 절반 이상인 54%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20%는 많이 불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근무 시간에 만족하다는 응답은 ‘조금’과 ‘많이’를 합쳐 단 9명, 11%밖에 되지 않았다.
■ 일하고도 못 받는 돈… ‘공짜노동’의 생활화
일을 많이 하면 그에 대한 보상이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면 보상은 어떨까? 보상에 대한 응답자들의 만족도는 근무 시간에 대한 만족도보다도 훨씬 더 낮았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77%가 일한 시간의 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받았다고 응답했다. 자신이 일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모두 다 보상받았다고 말한 사람은 응답자의 23%밖에 되지 않았다.
현행 보상 시스템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가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74%가 현재의 보상 시스템에 ‘불만족’ 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많이 불만족’ 이라는 응답이 ‘조금 불만족’ 응답의 2배에 이르는 49%를 차지할 정도로, 보상의 ‘적정성’에 불만을 가진 응답자의 비율이 높았다.
보상에 '조금 만족'한다는 응답은 단 2명, 3%에 그쳤다. '많이 만족'한다는 응답 항목도 넣었지만 단 1명도 선택하지 않았다. (3편에 계속)
[그래픽: 장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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