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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진출 원하지만…'정보 부족'에 발목 잡힌 K핀테크

2026.06.28 08:01

[K핀테크 해외진출 2막]①
‘여전히 1순위 시장’ 동남아…정보 부족·규제 불확실성은 부담
현지 핀테크 급성장에 경쟁 심화…기술금융 수요는 여전해 기회 있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에서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금융당국의 핀테크 해외 진출 지원 역사는 10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차이나 데모데이’를 개최하며 국내 핀테크 기업의 중국 진출을 지원했다. 이후 사드(THAAD) 사태와 중국 규제 강화 등을 거치면서 무게중심은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로 이동했다. 금융위와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데모데이를 계기로 현지 진출 프로그램을 본격화했고, 동남아는 자연스럽게 K핀테크의 핵심 해외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여전히 K핀테크에게 해외 진출은 쉽지 않은 영역이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가 발간한 ‘2024 핀테크 산업 현황’(2025년 7월 1일~8월 22일 608개사 조사)에 따르면 국내 핀테크 중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곳은 10.4%에 불과했다. 10곳 중 1곳 정도가 해외시장 문을 두드려 본 셈이다. 금융당국이 장기간 해외 진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영역인 셈이다.  

K핀테크는 그나마 금융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미성숙했던 동남아 시장을 공략해왔다. 하지만 핀테크 관계자들은 여전히 정보력 부족, 규제 불확실성 등의 요소로 동남아 시장 진출이 쉽지 않다고 얘기한다.

‘정보 부족’과 ‘규제 불확실성’ 리스크 존재

‘2024 핀테크 산업 현황’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해외 진출 거점 지원(30.3%)과 해외시장 정보 제공(28.9%)을 꼽았다. 현지 규제 정보나 투자 유치 지원보다 시장 정보와 네트워크 부족을 더 큰 애로사항으로 지목한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지난해 조사 결과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시장에서는 빅테크와 금융회사 간 경쟁이 치열한 반면 중소 핀테크의 성장 공간은 제한적이다. 이에 해외 진출 수요는 높지만 현지 시장 정보와 네트워크 확보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기술금융 관련 핀테크 업체 대표는 “동남아의 경우 여전히 시장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기대하기 힘든 곳들이 많다”면서 “‘동남아에 진출하고 싶다’는 기업은 많지만 어떤 기업을 만나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내가 가진 기술을 사갈 바이어와 수요처를 찾는 과정 자체가 매우 까다롭다는 얘기다.

중소 핀테크들만의 고충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중소 핀테크의 경우 대표가 영업과 투자유치, 사업개발을 모두 맡는 경우가 많아 현지 기관 및 파트너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각종 보고와 일정 조율 부담이 커 프로그램 참여를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이 실제 계약이나 사업화로 이어지기보다 행사 참여와 네트워킹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효과를 고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규제 불확실성 역시 부담 요인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금융 인프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관련 제도와 규제 체계는 여전히 변화가 잦은 편이다. 사업 모델이 규제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 핀테크 산업 특성상 향후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은 “동남아 국가들은 성장성이 높지만 정책과 규제 체계가 선진국만큼 정교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정책 변화에 따른 규제 리스크가 존재하고 현지 파트너 확보 여부도 사업 성패에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매력적인 동남아…달라진 경쟁 환경

그렇다고 동남아의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동남아를 가장 유망한 해외 시장으로 꼽는다. 다만 경쟁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변화는 현지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이다. 베트남 최대 전자지갑 모모(MoMo)는 3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단순 결제를 넘어 송금·투자·보험·공과금 납부까지 제공하며 베트남 대표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OVO가 결제·송금·투자·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 핀테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차량호출 플랫폼 고젝(Gojek)과 전자상거래 기업 토코피디아(Tokopedia)가 합병한 고투(GoTo)는 지난해 총거래액(GTV) 500조원 규모를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싱가포르 기반의 그랩(Grab)과 씨그룹(Sea Group) 역시 금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랩은 차량 호출과 음식배달 서비스를 기반으로 결제·대출·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으로 성장했고, 씨그룹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Shopee)와 디지털 금융 플랫폼 씨머니(SeaMoney)를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금융 인프라 기술 분야는 여전히 K핀테크에게 기회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금·결제 중심 소비자 서비스는 현지 기업들의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비대면 본인확인(eKYC), 자금세탁방지(AML), 이상거래탐지(FDS), AI 신용평가 등 금융 인프라 기술 분야는 여전히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영국 등 핀테크 선진국에서도 한국의 금융 인프라 기술은 인정받는 수준”이라며 “동남아 역시 소비자 플랫폼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금융기술 수요는 여전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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