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기침하자 美 반도체가 독감?”…코스피 10% 폭락 뒤 세계 반도체주 동반 추락
2026.06.28 06:40
삼성전자·SK하이닉스 12%대 급락에 외국인 5.8조 순매도
레버리지 ETF·차익실현 맞물리며 글로벌 반도체주 동반 하락
“한국이 기침하자 美 반도체가 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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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반도체주에서 시작된 매도세는 미국과 유럽으로 번지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비롯한 세계 주요 반도체주를 끌어내렸다. 연합뉴스 |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0.71포인트(9.99%) 내린 8203.84에 마감했다. 포인트 기준 역대 최대 낙폭이다. 하락률로는 1996년 이후 다섯 번째로 컸다.
장중 지수가 8% 넘게 떨어지면서 전체 주식 거래가 20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삼성전자는 12.31%, SK하이닉스는 12.47% 떨어졌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792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의 하락률은 2008년 12월 24일 이후 17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삼성전자도 2008년 10월 24일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국서 시작된 불안, 한국서 폭발
기술주 매도세는 미국에서 먼저 나타났다. 22일 미국 시장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핵심 AI 연구진 이탈 소식에 5% 떨어졌다.
스페이스X는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6.4% 급락했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AI 인프라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커졌다.
이튿날 충격이 아시아로 번졌다. 코스피는 10% 가까이 떨어졌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3.5% 하락했다.
23일 미국 시장에서는 반도체주 낙폭이 더 커졌다. 나스닥지수는 2.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4% 내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87% 급락했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는 각각 13% 안팎 떨어졌고 엔비디아도 4.1% 밀렸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매도세의 유일한 진원지는 아니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AI 투자비와 고평가 논란이 한국의 반도체주 쏠림과 맞물려 낙폭을 키웠다. 한국 시장의 급락은 다시 미국 반도체주의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HBM4 보도는 불씨…문제는 과도한 쏠림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일부 생산라인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전환 시점을 늦추고 있다는 국내 보도도 매도 재료가 됐다.
범용 D램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일부 제품의 수익성이 HBM에 못지않아 생산라인 전환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시장은 이를 AI용 메모리 수요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물론 이 보도 하나가 시장을 무너뜨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스피는 급락 전날 사상 처음 9100선을 넘어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94.67%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을 넘어선 상태였다.
상승세가 두 종목에 집중된 만큼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자 충격도 컸다. 지수가 밀리자 추가 매도가 나오고, 낙폭이 더 커지면서 다른 업종까지 매물이 번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달러 등 주요 거시지표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외부 충격보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수급 충격에 무게를 뒀다.
키움증권은 다음날 보고서에서도 반도체 쏠림 심화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파급 효과가 현물·파생시장의 동반 매도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레버리지 상품이 매도세 키워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레버리지 ETF의 자산 규모는 2900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시장이 2200억달러 이상, 아시아 시장이 450억달러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반도체주 관련 레버리지 ETF 16개의 자산도 출시 당시 30억달러에서 90억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 이상 따라가도록 설계된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장 마감 무렵 주식이나 선물을 더 팔아야 한다. 하락이 매도를 부르고, 늘어난 매도가 다시 낙폭을 키울 수 있다.
찰리 맥엘리곳 노무라 크로스에셋 전략 총괄은 한국을 ‘AI 병목 투자 거래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HBM과 메모리 반도체에 자금이 집중됐고, 그 중심에 한국 기업들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시장의 작은 움직임이 해외에서 더 큰 충격으로 번진 상황을 나비효과에 빗댔다.
◆AI 투자 심리의 가늠자가 된 한국
이번 급락은 한국 증시의 커진 영향력과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을 비롯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에 있다. 두 회사의 생산계획과 수익성 전망은 국내 투자자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와 유럽 장비업체에 투자한 자금도 함께 반응한다.
AI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 전망이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산업에 대한 기대보다 주가와 투자금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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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9.99% 급락한 뒤 미국과 유럽 반도체주까지 동반 하락한 흐름을 나타낸 이미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2%대 떨어졌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7.87% 급락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
한국 증시는 더 이상 미국 기술주의 움직임만 뒤따르는 시장이 아니다. 세계 AI 투자의 기대와 불안을 먼저 드러내는 시장이 됐다. 이번 폭락은 커진 체급만큼이나 두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시장 구조의 위험도 함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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