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50배·삼전닉스 50배에 뭉칫돈…"무법지대 도박판"
2026.06.28 05:47
국부 유출·규제 형평성 논란…국내 주가 '왝더독'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박수현 기자 =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코스피에 최대 150배 레버리지를 걸 수 있는 선물 상품을 팔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코스피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KORU'에 투자자가 최대 50배 레버리지를 추가로 걸 수 있는 초유의 파생상품이다.
도박에 가까운 투기성 고위험 상품에 수조 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려드는 데도 금융당국은 규제 권한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지난 22일 KORU에 최대 20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KORUUSDT'를 거래 지원(상장)하기 시작했다.
이어 26일에는 KORU에 최대 50배 레버리지를 걸 수 있는 상품을 추가 상장했다.
앞서 지난 2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에 각 20배씩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는 'SAMSUNGUSDT', 'SKHYNIXUSDT', 'HYUNDAIUSDT'를 일제히 상장한 뒤 투자자 반응이 뜨거워지자 신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바이낸스는 현재 SAMSUNGUSDT와 SKHYNIXUSDT도 최대 레버리지 배수를 50배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
KORUUSDT는 코스피가 1%만 상승해도 최대 150%의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조금만 하락해도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상품이다.
특별한 투자 제한은 없다.
원화 입출금 계좌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업비트, 빗썸 같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원화로 테더(USDT)를 구매한 뒤 이를 무국적 거래소인 바이낸스로 보내 거래할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들 고위험 상품에는 이미 거액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그중 상당수가 국내 투자자들 돈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글로벌 차트 분석 플랫폼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KORUUSDT 거래량은 거래지원이 시작된 22일부터 26일까지 7억5천440만달러(약 1조1천586억원)로 집계됐다.
SKHYNIXUSDT의 누적 거래액은 지난 2∼26일 64억2천130만달러(약 9조8천618억원)에 달해 10조원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HYUNDAIUSDT, SAMSUNGUSDT는 각각 4억7천358만달러(약 7천273억원), 5천283만달러(약 811억원)어치 거래됐다.
다른 해외 거래소에도 비슷한 고(高)레버리지 파생상품이 다수 존재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부 유출 논란을 제기한다.
바이낸스 등이 국내 투자자로부터 막대한 거래 수수료를 거둬갈 뿐만 아니라 국내에 머무르며 금융시장을 키울 수 있는 거래 수요나 유동성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만일 바이낸스 거래 과정에서 치명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실상 치외법권에 속해 소비자 보호 안전망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엄격한 금융 규제로 출시도, 상장도 원천 차단된 상품들이 해외 거래소에서는 버젓이 거래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금융당국은 자국민의 바이낸스(Binance.com) 가입 자체를 막아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지 않은 금융상품을 마구 팔고, 국내 투자자들이 이를 마음대로 거래한다"며 "이런 구조에서 소비자 보호는 '눈 가리고 아웅'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증시에선 레버리지 2배 투자만 하려고 해도 돈을 내고 수업부터 들어야 하는데 바이낸스에는 그런 장치도 없다"며 "규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 변동성에 투자자 손실을 우려하던 목소리가 무색해 보인다.
더구나 이런 투자에 사용되는 테더 같은 미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달리 외국환거래법 규율을 받지도 않는다.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국내 증시 호황의 과실을 바이낸스가 따먹고 있다"며 "들여다보면 무법지대 도박판이 따로 없다"고 비판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왝더독'(wag the dog)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간이나 휴일에 바이낸스에서 국내 주식 관련 상품 가격이 이상 급등락 흐름을 보인 경우 다음 날 국내 시장 변동성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낸스는 휴일 없이 24시간 돌아간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만에 하나 바이낸스 유동성이 말라붙고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 국내 주식 파생상품이 갑자기 폭락하면 다음 날 우리 증시가 개장할 때도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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