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의 상선 공격에 보복공습…이란도 "미군기지 때렸다"(종합2보)
2026.06.27 09:24
미-이란 모두 합의 깨는 데는 신중할 이유 존재…돌발상황 따른 확전 우려도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거대한 반미 광고판 근처를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워싱턴=연합뉴스) 강훈상 기자·이유미·조준형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정식 서명한 지 9일 만인 26일(현지시간) 다시 무력충돌했다.
미국과 이란이 MOU 체결 이후 후속 협상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양측이 다시 화력을 주고받음에 따라 종전 합의가 고비를 맞게 된 모습이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중부사령부 소속 부대는 26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선에 대한 어제(25일) 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 조치로서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군 항공기들은 이날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저장 시설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고 중부사령부는 설명했다.
미군이 이번 공격의 명분으로 삼은 이란의 25일 공격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던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 러블리'에 대한 드론 공격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부사령부는 "상선에 대한 이란군의 부당한 공격은 명백히 휴전을 위반한 것"이라며 "나아가 이란의 위험한 행동은 이 중요한 국제 무역 통로를 지나는 상업 물동량이 점점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 항행의 자유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부사령부 전력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에 대해 안전한 통항 조정 및 지원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며 "미군은 이란과의 합의 사항이 모든 측면에서 준수되고 이행되며 완전한 효력을 발휘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현지에 주둔하며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휴전 합의에 서명했다. 우리는 그 합의를 준수해 왔다"고 밝힌 뒤 "만약 그들(이란)에게 MOU의 이행 방식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그들은 전화로 연락하면 된다. 하지만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설 것"이라고 썼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에 대해 "명백히 어리석은 휴전 합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백악관이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에서 종전 양해각서에 서명하는 모습(왼쪽)과 이란 대통령궁이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를 보여주는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이란 대통령궁·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군 공습에 이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군의 이날 공격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중동 내 미군 기지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현지시간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남부 레바논 휴전 위반에 이어 몇 시간 전 약속을 저버리는 미국 정권 역시 늘 그랬듯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혁명수비대 해군이 이런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 역내 미국 테러리스트 군대 기지 여러 곳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어 "미국은 다양한 구실을 대며 호르무즈 해협의 비인가 경로를 통과하던 위반 선박의 통항을 이유로 이란 해안을 공격했다"며 자신들에 대한 미군의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이란 국영방송은 26일 호르무즈 해협에 인접한 이란 남부 항구도시 시리크의 통신탑이 발사체 2발에 맞았다고 보도했다. 국영방송은 또 호르무즈 해협의 케슘섬에도 발사체 2발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발사체의 발사 주체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 의회의 에브라힘 아지지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도 27일 엑스에 "미국이 또 협상 도중 이란을 공격했다"며 "실패한 미국 대통령이 협상이나 휴전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지지 위원장은 이어 이슬라마바드 합의서(종전 MOU) 5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대한 통제 절차와 권한은 이란에 있다고 주장한 뒤 미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위반하려 한다며 향후 위반이 반복되면 더 광범위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14일 합의하고 17일 정식 서명을 거쳐 발효된 종전 합의 MOU는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후 양측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대이란 제재 해제 등을 놓고 후속 협상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한때 협상이 연기되는 등 위기를 겪었고 이번 공방으로 종전 MOU는 잉크가 마르기 무섭게 시험대에 선 형국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미군의 대이란 공격은 우선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MOU를 통한 이란과의 종전에 나서면서 염두에 둔 최대 목표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정상화였는데, 이란의 상선 공격으로 해협 통항에 다시 차질이 조성되자 군사공격으로 대이란 강경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공격을 받은 이란이 다시 미군 기지에 대한 반격에 나선 것은 자신들이 열세의 입장에서 MOU에 합의한 것이 아님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비핵화 및 제재 해제 등을 놓고 진행할 대미 협상에서 호락호락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전쟁 재개에 따를 정치적 부담이 큰 미국 트럼프 행정부나, MOU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성과로 여기는 이란 모두 확전을 통해 종전 합의를 파기하는 데는 신중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상호 신뢰가 부족한 양측이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한 채 강대강의 군사대응을 이어가다 상당한 군인 인명 피해 등 통제가 쉽지 않은 돌발 상황에 직면할 경우 위태로운 양국 간 MOU 체제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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