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는 내 것!" 이란 힘자랑에 트럼프 뿔났다… 종전 협상 중 공습 도박
2026.06.27 18:31
이란 “바보짓에 강력 대응” 미러링
긴장 재고조에 통행량 회복세 제동
이란이 무력으로 다시 위기감을 조성하며 호르무즈해협 장악력을 과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분통을 터뜨렸다. 종전 협상판을 엎을지도 모르는 도박성 공습을 미국이 감행하고 나섰다.
폭력엔 폭력
중동 미군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는 26일(현지시간) 엑스(X)에 성명을 올려 당일 항공기들을 동원해 이란의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저장 시설 등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고 밝히며 전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상선을 공격한 데 대한 “강력한 대응(powerful response)”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 당국자는 상선 피격에 대한 보복일 뿐, 전투 작전 재개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언론에 말했다.
미국이 문제 삼는 것은 이란의 무력 사용이다. 미국과 이란 대통령의 17일 서명을 거쳐 발효된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에는 양측이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한다고 명시돼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X를 통해 “이란은 휴전 합의에 서명했다. 우리는 그 합의를 준수해 왔다”고 주장한 뒤 “만약 그들(이란)이 MOU 적용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전화하면 된다. 하지만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해 “명백히 이것은 휴전 합의의 어리석은 위반(foolish violation)”이라고 비판했다. 얼마 뒤 백악관 취재진에도 “그들(이란)이 공격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군 공습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큰 것 같지는 않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날 호르무즈해협에 인접한 이란 남부 항구도시 시리크의 통신탑이 발사체 2발에 맞았다고 전했다. 시리크에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 기지가 있다. 미국은 25일 상선 공격을 IRGC가 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영방송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의 케슘섬에도 발사체 2발이 떨어졌다.
이란의 보복이 가해진 곳은 중동 내 미군기지다. IRGC는 현지시간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남부 레바논 휴전 위반에 이어 몇 시간 전 약속을 저버리는 미국 정권 역시 늘 그랬듯 합의를 위반했다”며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 역내 미 테러리스트 군대 기지 여러 곳을 타격했다”고 알렸다. 더불어 “어떤 새로운 어리석은 짓(any new folly)도 역내 침략자들의 환상을 산산조각 낼 강력한 대응(strong response)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도 했다. 미국 측 얘기를 거울로 비추듯 그대로 흉내 내 돌려준 것이다. 이른바 ‘미러링’이다.
예고된 갈등
사실상 예고된 갈등이었다. MOU의 호르무즈해협 개방 관련 조항의 내용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MOU 5조에는 “상선들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이란이 구체적인 조치들을 준비할 것(will make arrangements)”이라고 돼 있다. 이란은 이 조항을 통해 자국에 해협 통항 관리 권한이 부여된 것으로 본다. 이란 의회의 에브라힘 아지지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은 27일 X를 통해 호르무즈해협 통항에 대한 통제 절차와 권한은 이란에 있다고 주장했다.
25일 이란으로부터 자폭 드론 공격을 받은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러블리호(號)는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권고대로 미군의 지원을 받으며 오만 해안을 따라가는 남측 항로를 이용해 해협을 통과하려 했다. 에버러블리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IMO가 선박 및 선원 철수 계획의 이행에 착수한 23일 이후 “지난 사흘 반 동안 선박 115척 선원 2,500명이 호르무즈해협을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통제 우회 시도가 이란을 자극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통항 선박들은 이란에 가까운 북측 항로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공격당할 각오를 하라는 IRGC의 위협을 무선통신으로 들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26일 낸 성명에서 “모호한 협의, 병행 항로나 이란의 연안국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 등으로는 안전한 해협 통항이 보장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해운업 민간기구 빔코(BIMCO·발트해 및 국제 해사위원회)의 보안 책임자 야콥 라르센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MOU 5조에 대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피격 가능성만으로도 대다수 선박들이 통항을 포기한다는 점이다. 해협 긴장 수위가 다시 올라가자 금세 통행량 회복세에 제동이 걸렸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케이플러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통항 선박 수가 24일 73척에서 25일 54척으로 감소했고 26일 정오 무렵에는 14척까지 줄었다. IMO는 해협 고립 선박 철수 작전을 일단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가 지나치다는 자국 내 불만을 감내하며 이란과의 종전 합의를 서두른 것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호르무즈해협 통항 정상화를 통한 기름값 안정이 워낙 다급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60일간 MOU 후속 협상 뒤 최종 합의 때 전쟁 전처럼 비용 없는 해협 자유 통항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의 해협 장악이 기정사실화한다면 미국의 협상 유인이 사라질 수 있다. 선거 전 전쟁 재개에 따를 정치적 부담이 큰 트럼프 행정부나 MOU를 성과로 여기는 이란 정권 둘 다 합의 파기에 신중할 공산이 크지만, 충돌이 잦을 경우 우발적 확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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