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종전? 다시 터진 포성에 고조되는 '호르무즈 전운'
2026.06.27 20:42
美, 이란 드론 공격에 미사일 시설 공습…이란도 미군 기지 타격 주장
양측 "상대가 먼저 합의 위반"…종전 MOU 체제 첫 군사적 시험대
전면전 부담 속 협상 채널은 유지…우발 충돌 땐 확전 가능성도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발효한 지 9일 만에 충돌하면서 중동 전운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심화되면서, 후속 핵 협상과 대이란 제재 완화 논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26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 러블리'가 전날 드론 공격을 받은 데 대한 대응으로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번 공격이 휴전 합의를 위반한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규정했다. 중부사령부는 "상업용 선박을 대상으로 한 이란군의 부당한 공격은 휴전 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25일 발생한 공격에 대한 강력 대응 조치로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중요한 국제 무역 통로를 통해 무역, 물류가 점점 더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이란의 위험한 행위가 항행(航行)의 자유를 훼손했다"며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안전한 통행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양국 합의가 모든 측면에서 준수되고 이행되며 완전한 효력을 발휘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의 드론 공격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공격용 드론을 발사한 것에 대해 "그들이 발포한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는 "이란이 최소 4대의 일방향 공격용 드론을 발사했다"며 이를 '명백히 어리석은 휴전 합의 위반'이라 규정했다. 다만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휴전이 여전히 유효할지 "곧 알게 될 것"이라며 말을 흐렸다. 휴전 위반에 대한 제재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상황에 대해 "드론 중 1대는 매우 고가의 화물선을 정통으로 타격해 상부 갑판에 명중했다"며 "피해가 발생했지만, 선박은 항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우리가 나머지 드론 3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체결한 종전 MOU에는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도 이란의 책임을 거듭 부각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란은 휴전 합의에 서명했고 우리는 이를 준수해 왔다"며 "MOU 이행 방식에 이견이 있다면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27일 성명에서 "미국이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역내 미군 기지 여러 곳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여러 구실을 내세워 이란 해안을 공격했다"며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이 휴전을 위반한 데 이어 미국도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구실 삼아 이란 영토를 공격했다"며 "침략에는 단호히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은 호르무즈 해협과 인접한 남부 시리크의 통신시설과 케슘섬 일대에 발사체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은 "미국이 또다시 협상 도중 이란을 공격했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관련한 합의도 미국이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합의 위반이 반복될 경우 더 광범위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이 지난 17일 종전 MOU에 정식 서명한 지 불과 9일 만에 발생한 첫 대규모 무력 충돌이다. 양측은 MOU 체결 이후 이란 핵 프로그램과 대이란 제재 해제 등을 놓고 후속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 충돌이 재개되면서 협상 국면도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의 이번 공습은 단순한 보복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다시 위협할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경고의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MOU를 통해 가장 중시한 성과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 통항 재개인 만큼 이를 흔드는 움직임에는 즉각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란의 반격도 협상력을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군사적 압박에 밀려 MOU에 서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면서 향후 비핵화와 제재 해제 협상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양측 모두 협상을 스스로 무산시키기는 쉽지 않은 처지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를 이번 합의의 핵심 성과로 내세우고 있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 역시 전쟁 재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이란도 제재 완화와 핵 협상을 통해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만큼 MOU 파기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상호 신뢰가 취약한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이 반복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양측 모두 확전을 원하지 않더라도 상당한 인명 피해나 오판이 발생하면 군사 대응 수위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동 정세 전반도 여전히 불안정하다. 국무부의 중재 아래 지난 4월부터 협상을 벌여 온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26일 워싱턴 DC에서 휴전을 위한 기본 협정에 합의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중재와 지원 아래 지속적인 평화·안보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번 협정이 "레바논의 주권을 회복하고, 헤즈볼라 무장을 해제하며, 테러 인프라를 해체하고,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위협이 제거되면 이스라엘이 국경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하고 체계적인 절차를 마련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여전히 주둔하고 있는 상황을 문제 삼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이번 합의의 일환으로 남부 레나티강 인근 두 지역에서는 철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충돌에 레바논·이스라엘 전선까지 맞물리면서, 종전 MOU의 성패는 군사적 충돌을 통제하면서 후속 핵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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