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가 삼킨 광장과 공론장, 데이터로 '동원 체계'를 해체하다
2026.06.26 14:46
| ▲ 뉴스앤조이는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를 종교·미디어·정치가 결합된 구조적 동원 체계로 분석했다. |
| ⓒ 뉴스앤조이 |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공론장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목격했을 때 뉴스앤조이는 깊은 부채의식을 느꼈다. 적자에 시달리는 열악한 독립언론의 환경 속에서도 12·3 내란 이후 거리로 쏟아져 나온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를 반드시 기록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믿었다.
뉴스앤조이의 기획 탐사보도 '아스팔트의 그림자'는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를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나 일부 인물의 일탈이 아닌, 종교·미디어·정치가 결합한 구조적 동원 체계로 분석해 냈다. 기존 보도들이 특정 사건 하나만 단편적으로 조망했던 것과 달리, 이 보도는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가 처음 어떻게 형성되고,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몸집을 불리고 연결되었는지를 통시적인 흐름으로 추적했다.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집회와 손현보 목사의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등 얼핏 별개로 보이던 움직임을 하나의 거대한 연결망 속에서 조망하며, 인플루언서와 유튜버, 시민단체, 정치권 인사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는지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집회 참여 이후 언론 노출과 정치권 진입, 선거 개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실증적으로 추적한 점은 언론계에 큰 인상을 남겼다. 유튜브 구독자 변화, 언론 인터뷰, 정치인 및 후보자와의 접촉 등을 교차 분석해 종교적 언어와 미디어 플랫폼이 결합할 때 영향력이 어떻게 증폭되는지 증명한 것이다. 나아가 교육감 선거와 혐오 현수막 논란, 그리고 입법 반대 사이트 '브이포코리아'를 통한 온라인 여론 조직화까지 분석하며 거리 집회가 온라인 정치 활동으로 확장되는 양상도 짚어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한국 사회 공론장과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환기한 뉴스앤조이 '아스팔트의 그림자'를 5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선정했다.
지난 6월 2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민언련 교육관에서 최승현 뉴스앤조이 기자를 만나 취재과정과 보도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끄러운 소수,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절대 작지 않다"
- 극우 개신교 문제를 다루다 보면 자칫 잘못하면 개신교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이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 취재과정에서 꼭 지켰던 원칙이나 취재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
"교회 다니는 사람들한테는 영원히 풀지 못하는 꼬리표 같은 질문이다. 늘 우리에게 '일부를 보고 개신교 전체를 매도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그런데 실제로 저희 기자들이 보기에도 그들이 일부가 맞다. 교회 안에서 이를 연구하는 신학자들이나 사회학자들이 지적하는 개념이 바로 '과잉대표론'이다. 아주 소수의, 시끄러운 소수가 한국 개신교라는 집단 전체를 과도하게 대표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온 지 꽤 됐다.
저희도 이런 보도를 내보내면 여전히 수많은 댓글 테러에 시달린다. '왜 이런 기사를 써서 교회를 욕 먹이느냐', '너희가 기독교 언론사 맞냐', '어디 가서 좋은 일 하는 교회나 많이 보도해라' 같은 반응들이다. 이게 거의 10년, 20년 이상 저희를 따라다닌 질문이라 사실 저희 기자들은 이제 어느 정도 해탈한 측면도 있다.
과거에는 전광훈 목사로 대표되는, 정말 그냥 그들만의 리그 같은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특히 12·3 내란 이후에는 그 시끄러운 소수가 한국 극우 집단을 이끄는 실질적인 매개가 되고 있다. 그렇기에 아주 소수라고 할지라도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 저희는 당연히 보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기사를 보시는 분들도 그런 구조적 영향력과 일반 교회를 구분해서 봐주실 거라 믿는다."
- 기사에서 손현보 세계로교회 담임목사를 직접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누가 먼저 제안했고, 현장에서 겁이 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인터뷰도 혹시 고려해 봤나.
"전광훈 목사님은 꼭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러 법원에 들어가실 때마다 저희 매체를 '샤라웃'(Shout-out)해 주신다(Shout-out : 감사, 존경, 지지, 혹은 찬사를 표하는 힙합식 인사). 저번에 올해 있었던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 배후로 지목되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셨을 때도, 현장에서 저희를 보더니 '당신들이 나를 빤스 목사로 만들었잖아!'라고 소리를 지르고 들어가셨다. 그게 다른 언론사 기사에도 많이 인용되고 그랬는데, 사실 저희들이 만든 표현이 맞긴 하다(웃음). 실제로 전광훈 목사 측 현장에 가면 살기를 좀 느낀다. 무슨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거친 현장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손현보 목사는 결이 좀 다르고 젠틀한 편이다. 실제로 인터뷰 제안에도 되게 잘 응해주신다. 언론인에게 물리력을 행사하시는 분은 아니다. 이번 인터뷰 제안은 저희 팀의 안디도 기자가 했다. 손 목사에게 인터뷰 요청 문자를 보냈는데 흔쾌히 오라고 해서, 바로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동성애·차별금지법, 중간지대 교인들을 '우향우'시키는 매개체"
| ▲ 최승현 뉴스앤조이 기자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 민주언론시민연합 |
- 기존 언론은 전광훈 목사나 손현보 목사가 이끄는 집회를 각각 별개의 극우 개신교 집회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뉴스앤조이는 이를 하나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로 바라보고 '아스팔트의 그림자'라는 기획을 시작했다. 계기가 무엇이었나.
"일단 저희는 '극우'라는 표현을 쓸 때 굉장히 신중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왜냐하면 한국 교회 지형을 보면 굉장히 넓은 회색지대에 많은 교인이 계시기 때문이다. 종교의 특성상 대부분이 문화적으로나 가치관 면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 그런데 그런 평범한 보수 교인들까지 전부 '극우'라고 통칭하는 데 문제의식이 있어서, 용어 사용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왔다.
이들이 엮인 네트워크는 12·3 내란 이후에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라 분명한 전조증상이 있었다. 2024년 10월 27일에 서울시청 일대에서 '10·27 집회'라는 게 열렸다. 그때 손현보 목사가 주도해서 100만 명을 모으겠다고 시청 앞에 엄청난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명분은 명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24년 7월 18일에 동성 부부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는데, 이 판결이 결국 차별금지법 법제화와 동성 결혼 법제화로 가는 길목이라는 논리였다. 이 명분을 내세워 전국 교인들을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다.
그때까지는 계엄이나 내란 같은 극단적인 정치 언어는 없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저희끼리 분석해 보기로는, 10·27 집회가 12·3 내란 이후 본격화된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의 거대한 '예비연습'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되었고, 집회 현장에서 확보한 전화번호 등 수많은 개인정보가 이후의 조직화 과정에서 엄청난 자산이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일반 교인들은 정치적 의도보다는 동성애 문제나 신앙적 위기감 때문에 목사님들이 부르면 광장이든 어디든 집회에 참석한다. 12·3 비상계엄을 겪으면서 목사들 입장에서도 정치적으로 전면에 나서기는 조금 애매했는데, 이때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공산당이 된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된다'고 외치면 교인들을 모으는 데 아주 훌륭한 매개체가 된다.
전광훈 목사가 만날 '북한 김정은' 같은 거친 반공주의만 얘기했다면, 손현보 목사는 '차별금지법', '동성애 문제' 등 삶에 밀착된 의제를 던진다. 이런 의제들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 세대 교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제들이다. 결국 문화적 보수 성향의 중간지대에 있는 교인들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우향우'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들이 진행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는 이름도 '국가비상기도회'다. 전형적인 정치집회 형식을 띠지 않는다. 현장에 가면 찬송가도 부르고 통성기도도 뜨겁게 한다. 외견상 완벽한 기도회와 예배형식인데, 내용물은 정치적이다. 이 형식이 오히려 12·3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공허해하고 방황하는 보수 성향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저희가 이들의 네트워킹에 주목하고 구조를 파헤쳤다."
"제도권 정치를 파고드는 종교, 선거 때마다 파고들 것"
-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한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가 앞으로 있을 선거나 한국의 정치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하나.
목사들이 평소에는 정교분리 원칙을 늘 얘기한다. 그래서 보통 진보 정권이 집권하면 교인들에게 '교회에서 정치 얘기를 안 하는 게 좋다'고 가르치다가,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 정교분리 이야기를 쏙 빼놓곤 하신다.
그런데 손현보 목사 같은 경우는 대놓고 정교분리를 부정한다. '성경에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라는 얘기가 어디 있느냐, 목사는 사회를 향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신다. 앞으로 이런 현상, 즉 종교의 이름으로 정치를 지휘하려는 움직임은 더 심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대놓고 정치를 전면에 내세울 명분은 부족하니, 앞으로도 '교육'이나 '동성애 문제'를 명분으로 강하게 내세울 것이다. 지금 여러 언론에서 보수 개신교계가 운영하는 기독교 대안학교에 대한 취재를 많이 하고 기사도 나오고 있다. 사실 그런 대안학교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공교육의 교육과정을 전부 부정해야 한다.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면 안 된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안학교를 세워서 명문대에 많이 보내는 일종의 사관학교를 육성하겠다고 홍보한다. 그러면서 신앙적 가치, 성경적 가치를 지켜줄 국회의원이나 교육감 후보들을 조직적으로 뽑으려고 계속 노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지방선거든 총선이든 선거 때마다 이 교육 의제와 혐오 의제를 매개로 제도권 정치체제에 끊임없이 파고들지 않을까 싶다."
"AI 기술이 열어준 기회, 독립언론이라 더 자유롭고 즐겁다"
- 마지막으로 취재 소회와 더불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독립언론을 꾸려가는 게 이렇게까지 힘들 줄 알았으면 애초에 안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을 요새 굉장히 많이 하고 산다(웃음). 그만큼 재정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많이 힘드니 독자분들께서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이번 기획기사를 쓰면서 느꼈던 긍정적인 점 중 하나가, 이른바 'AI 시대'가 저희 같은 작은 독립언론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아스팔트의 그림자' 기획의 핵심이었던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도 외주를 주지 않고 제가 직접 만들었다. 옛날 같으면 제작비가 없는 작은 언론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런 페이지 하나 외주 주려면 몇 백만 원씩 들고, 나중에 오타 하나 나면 개발자에게 정말 벌벌 떨면서 좀 고쳐 달라고 사정사정해야 했다.
이제는 AI 도움을 받아 우리가 직접 코딩하고 구현할 수 있다. 기술적 장벽이 사라지다 보니, 저희처럼 돈은 없지만 하고 싶은 기획은 많고, 상사가 말리지도 않는 자유로운 언론에게는 참 좋은 기회다. 기술을 무기 삼아 더 좋은 보도를 많이 하려고 준비 중이다.
깨알같이 다음 기획을 하나 홍보하자면, 저희가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를 주목하고 있다. 12·3 내란 이후 극우 세력들이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의 의견란을 조직적으로 장악하는 현상을 포착했다. 데이터 수치를 보니 어마어마하다. 지난 21대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에는 4년 동안 총 630만 건의 댓글(의견)이 달렸는데, 이번 22대 국회 들어서는 불과 2년 만에 달린 댓글이 8200만 건이 넘는다. 상식적으로 분석이 불가능한 방대한 양이다. 하지만 LLM(거대언어모델) AI를 돌리니까 그냥 하루 정도면 8000만 건의 데이터 분류와 텍스트 분석을 다 해주더라.
이 데이터를 가지고 현재 극우세력과 극우 개신교가 어떻게 공론장을 왜곡하고 입법 과정에 압력을 넣고 있는지 심층 취재 중이다. 이런 대형 데이터 취재를 하면서 '아, 우리가 비록 작지만 독립언론이니까 눈치 보지 않고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너무 재미있고 즐겁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뉴스앤조이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한국 교회의 공공성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좋은 보도를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 ▲ 뉴스앤조이 ‘아스팔트의 그림자’가 2026년 5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
| ⓒ 민주언론시민연합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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