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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 손상 일으킨다’ 오명에서 美핵심광물 지정까지…산업 인프라 떠받치는 ‘납’[어쩌다 금속 이야기]

2026.06.27 19:53

AI 시대 납의 재발견…산업 장비 기초 전력
생활전선 퇴장했지만 산업선 ‘현역’
재활용률 높아 순환경제 가치 부상
미국도 핵심광물 지정…전략적 중요성↑
‘세계최대 납 생산’ 고려아연 역할 주목


AI 생성 이미지.[챗GPT]
납(연)은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활용해 온 금속 중 하나입니다. 녹는점이 낮고 가공성이 뛰어나며 밀도가 높고 부식에 강한 특성 덕분에 고대에는 기록판과 수도관, 화폐, 안료, 식기 등 산업 전반에 쓰였습니다. 근현대에는 배터리, 케이블, 방사선 차폐재, 합금 등으로 활용도가 확대됐습니다.

20세기 후반 이후에는 납의 인체와 환경 유해성이 부각되며 휘발유 첨가제, 납땜제, 수도관 등 생활 용도는 규제와 대체재 확산으로 축소됐습니다. 오늘날에는 관리·회수 체계가 명확한 납축전지 중심으로 용도가 이동했습니다. 현재는 자동차, 통신망, 데이터센터 등 산업 장비의 기초 전력을 떠받치는 ‘관리형 금속’으로 활용 중입니다.

역사 속 납 문명 기록판에서 산업의 이기로
납은 은, 구리 등과 함께 인류가 일찍부터 다룬 금속입니다. 바빌로니아에서는 기록을 남기는 판재로 활용했고, 고대 로마에서는 수도관, 화폐, 조리기구 등에 폭넓게 쓰였습니다. 고대부터의 납의 흔적은 오늘날에도 남아 있습니다. 납의 원소기호 ‘Pb’는 라틴어 ‘Plumbum’에서 유래했으며, 영단어 ‘Plumbing(배관)’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중세~근대 시기 납은 지붕재와 탄환, 활자, 도자기 유약, 안료 등으로 사용됐습니다. 특히, ‘백연’이라고 불린 납 화합물은 오래 전부터 흰색 안료로 쓰였으며, 근대 이후 페인트 산업에서도 널리 활용됐습니다.

하지만 1920~1970년대까지 납의 유해성이 점차 확인되면서 현재는 무분별하게 쓰는 금속이 아니라, 엄격하게 관리되며 회수와 재활용을 전제로 활용 중입니다.

안전하게 쓰고 철저히 회수하는 납
AI 생성 납축전지 이미지.[챗GPT]
현재 납의 주된 용도는 납축전지입니다. 납축전지는 자동차의 시동·조명·점화용 배터리, 산업용 지게차, 물류장비 동력원, 통신망 비상전원, 병원·데이터센터·전력설비 무정전전원장치(UPS)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납축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대에도 지속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 회수체계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순간 출력이나 안정성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여전히 납축전지 활용도가 높습니다.

방사선 차폐 성능도 납의 산업적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의료·원전·산업 현장에서 활발히 방사선 차폐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케이블 피복재와 방음·방진 소재, 중량추, 합금으로의 수요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사용처는 지속적으로 선별 중입니다. 물과 직접 닿는 수도관과 납땜재, 생활용 페인트, 휘발유 첨가제는 이미 대체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자산업에서도 무연 납땜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많이 쓰기보다 안전하게 쓰고 철저히 회수하는 모습이 보편화될 것으로 산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수요 속 제련·회수기술 경쟁력 기준으로
납 이미지.[챗GPT]
납은 귀금속처럼 수요와 공급 측면의 불균형으로 가격이 오르는 금속이 아닙니다. 국제납아연연구그룹은 2026년 세계 정련 납 수요가 전년 대비 1.1% 증가한 1372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같은 조사에서 생산량은 1383만톤으로 예상해 이런 예측들이 들어맞는다면 약 11만톤의 공급 초과가 발생합니다.

납의 가장 큰 특징은 재활용 비중이 높다는 것입니다. 미국 기준으로 2025년 2차 납 생산량은 약 100만톤에 달할 정도입니다. 대부분 폐납축전지에서 회수됐습니다. 이는 미국 명목소비량(실제 소비된 물량)의 70%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글로벌 경제안보 관점에서 납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5년 최종 핵심광물 목록에 납을 새롭게 포함했습니다. 전기차·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산업 현장을 지탱하는 기초 전력과 비상전원 등 인프라 소재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 관점에서 납은 기대주라기보다는 안정적 소재로 인식됩니다. 납은 오늘날 첨단 산업 인프라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서도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필수 산업재이기도 합니다. 이에 향후 경쟁력은 제련과 회수 기술, 규제 대응 역량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세계 1위 납 생산 기지 한국에…산업 기초체력 떠받쳐
미국 의회 실무대표단이 최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김승현 온산제련소장(왼쪽 다섯번째) 등 고려아연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한 모습.[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제련소 가운데 납 생산량 1위를 기록했습니다. 생산량은 약 41만톤으로, 2위 제련소의 37만톤을 크게 앞섰습니다. 이는 고려아연이 납에서도 세계 최상위권 경쟁력을 갖춘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고려아연 납 사업의 강점은 단순히 양에 그치지 않습니다. 온산제련소는 아연·납·동 통합 공정을 기반으로 정광과 스크랩에 포함된 은·금·인듐·비스무트·안티모니 등 다양한 핵심광물을 함께 회수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국산 납 의존도도 높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1년~2024년 미국의 정련 납 수입원 중 한국산 비중은 16% 수준이며 캐나다에 이은 주요 공급국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테네시주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프로젝트 크루서블) 완공 이후에는 수입 확대도 예상됩니다.

납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진 금속이 아닙니다. 관리와 회수를 전제로, 현대 산업의 기초체력을 떠받치는 금속입니다.

<참고 자료>

국제납·아연연구그룹, 미국 지질조사국, 고려아연 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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