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 과속 차량에 9개월 일본 아기 숨졌는데…79세 택시기사 '금고형 집유'
2026.06.27 04:30
생후 9개월 영아, 치료 끝에 사망
法 "유족 측과 합의한 점 등 고려"
제한속도를 두 배 이상 초과해 달리다 사고를 내 택시에 타고 있던 생후 9개월 영아를 숨지게 한 70대 기사가 1심에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유족과의 합의, 고령의 나이 등을 반영했다지만 인명 피해 정도에 비해 다소 낮은 형량이란 비판과 함께 교통과실 범죄 처벌 기준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 김형석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강모(79)씨에게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더불어 40시간의 사회봉사와 준법 운전 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강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6시 54분쯤 서울 용산구의 제한속도 시속 50㎞ 도로 구간에서 약 100㎞로 택시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승용차와 정면 충돌하는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택시에는 한국으로 가족여행을 온 20대 일본인 부부와 생후 9개월 된 딸이 타고 있었다. 사고는 일본 언론에도 소개가 됐다.
이 사고로 일본인 부부는 전치 10주와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진 딸은 약 한 달간 치료를 받다가 허혈성 뇌손상으로 숨졌다. 맞은편 차량 운전자 등 2명도 전치 6~12주의 상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제동페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고, 그대로 중앙선을 넘어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사고 직후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페달을 잘못 밟았다고 진술을 바꿨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행하다 연쇄 충돌을 일으켰고, 승객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유족과 다른 피해자 모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벌금형보다 무거운 처벌 전력이 없는 점, 연령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는 고령 운전자 사고에 대한 현행 처벌 체계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4년 시청역 교차로 차량 돌진 참사와 지난해 11월 부천 제일시장 돌진 등 유사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고령 운전자 사고는 과실범으로 처벌돼 피해에 비해 형량이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실효성 있는 면허 반납 제도를 마련하고, 생계형 운전자라 하더라도 적성검사를 대폭 강화해 공공 안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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