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란 합의, 공화당을 갈랐다
2026.06.27 15:30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 체결 뒤 미국과 이란이 본격적인 후속 협상에 나섰다. 협상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양해각서 제1항에 명시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영구 종결”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양해각서 체결 협상에서 배제된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계속 때려대고 있다. 후속 협상을 주도하는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스라엘을 겨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스라엘 쪽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양해각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끓어오르고 있다. 무모한 전쟁이 불러온 혼돈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당신은 사상 최고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살인적이고 잔인한 테러 정권에 항복하고 말았다.” 이스라엘 일간 ‘이스라엘 하욤’은 2026년 6월18일 양해각서 체결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칼럼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후원해온 미리암 아델슨이 사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아델슨에게 미국 최고 권위의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한 바 있다.
“대단히 불쾌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초강대국의 수장이다. 내가 이스라엘 정부 내각의 일원이라면 유일하게 남아 있는 강력한 동맹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밴스 부통령은 6월18일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쪽 반발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현실을 직시하라. 이스라엘을 지키는 방어용 무기의 3분의 2가 미국인의 손으로, 미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정면충돌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침공을 함께 결정했다. “이란 지도부를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다”는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 쪽 설득이 먹혀든 결과다. 실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 주요 인사들이 대거 사망했다. 하지만 이란 정권은 무너지지 않았고, 다음 세대가 빈자리를 채웠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함께 유가는 급등했고, 세계경제가 출렁였다. 11월3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전쟁을 끝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10월27일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는 상황이 정반대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전쟁이 계속돼야 한다. ‘전시 총리’란 명분을 잃으면, 산처럼 쌓인 온갖 추문을 안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할 처지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6월24일 “미국이 요구하더라도, 레바논 남부 지역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 병력을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내가 이란에 충분히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바보다. 질투심 탓에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유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멍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1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협상 없이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면) 시장이 1929년 대공황 수준으로 붕괴됐을 것”이라며 “내가 가장 닮고 싶지 않은 대통령은 (경제위기 대응 실패로 대공황을 불러온) 허버트 후버”라고 강조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6월24일 상황을 이렇게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양해각서 체결로) 사실상 이스라엘과 걸프 연안국가를 팔아넘겼다. 중간선거에서 미시간·조지아·펜실베이니아 등 3대 격전지(스윙스테이트)를 지키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잘 알고 있다. 개전 초부터 유가와 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격전지 선거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도 있고, 가능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상원까지 위험할 수도 있다.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잃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의 행보 탓에 탄핵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2024년 11월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은 격전지에서 근소한 차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실제 미시간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49.7%를 득표해 48.3%를 얻은 해리스 후보를 8만103표차로 따돌렸다. 조지아에선 50.7% 대 48.5%(11만5100표차), 펜실베이니아에선 50.4% 대 48.6%(12만266표차)로 각각 승리했다. 이들 주는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급락하는 지지율 속에 격전지에서 참패한다면 의회 권력을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2017~2020년) 때 두 차례나 탄핵 소추된 바 있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 탄핵 절차를 소추와 심리로 나눴다. 소추권은 하원에, 심리권은 상원에 부여했다. 탄핵소추결의안이 발의되면,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조사에 착수한다. 법사위에서 다수결로 탄핵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탄핵소추안을 작성해 하원 본회의 표결에 부친다. 하원 재적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상원으로 넘어간다. 상원의 탄핵 표결은 재적 의원(100석)의 3분의 2 이상(67석)이 찬성해야 한다.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의석의 3분의 2 이상(67석)을 얻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각 주에서 2명씩 선출하는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이다. 2년마다 재적 의원의 3분의 1을 새로 뽑는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을 차지하고 있다. 중간선거에선 2020년 선거를 치른 33석에 더해 밴스 부통령(오하이오)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플로리다)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의석까지 모두 35석을 뽑는다. 선거 대상 지역 가운데 현역 의원이 공화당 소속인 곳은 22개, 민주당 소속인 곳은 13개 지역이다. 민주당이 상원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려면, 공화당이 장악한 22개 지역 가운데 20개 지역에서 판세를 뒤집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반면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회복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소속 현역 의원 전원이 재당선되고, 추가로 공화당 장악 지역 4곳을 탈환하면 된다. 로이터 통신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에 맡겨 실시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6월23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4%까지 떨어졌다. 특히 이란 전쟁에 대해 ‘비용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24%에 그친 반면, ‘가치가 없다’는 응답은 50%에 이르렀다.
양해각서 전문 공개 직후부터 공화당 내부에서도 거침없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화당 내부 비판은 크게 세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다. 양해각서에 따라 미국 재무부가 제재를 해제하면, 이란은 원유 수출로만 한 달에 45억~60억달러의 수입이 생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금이 고스란히 이란의 재무장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둘째, 이란의 전후 재건·복구 자금 지원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이란 핵합의(2015년)를 ‘퍼주기'라고 비난했지만, 당시 미국이 이란에 제공한 자금은 17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번 양해각서를 통해 이란 쪽에 ‘최소 3천억달러’를 보장하면서, 공화당 안팎에선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 지원한 자금은 ‘껌값’ 수준”이란 비아냥까지 나온다. 셋째, 종전의 범위에 레바논까지 포함한 점이다. 친이스라엘 진영에선 “협상 당사자도 아닌 이스라엘의 손발까지 묶어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수준이다.” 빌 캐시디 공화당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은 6월17일 정치 전문매체 ‘더힐’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반대했던 캐시디 의원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에게 참패했다. 캐시디 의원은 “(양해각서는) 이란의 핵 야망을 온전히 막지 못했다. 이번 전쟁으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의 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을 확인했다. 게다가 (양해각서가 보장한 3천억달러 규모의 전후 재건·복구 기금을 통해) 이란은 인프라까지 새로 깔 수 있게 됐다. 최악의 외교적 참사”라고 강조했다.
“장대한 분노 작전의 승리를 협상으로 날려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전쟁의 목적을 완전히 저버렸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도 6월18일 성명을 내어 이렇게 날을 세웠다. 위커 위원장은 대표적인 대이란 강경파다. 그는 “이란 정권의 궁극적 목적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란 구호에 담겨 있다. 이란은 양해각서 체결로 (재건·복구 기금과 동결 국외자산 해제, 원유 수출 재개 등을 통해) 얻을 자금을 이를 위해 모조리 쏟아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의 연설비서관 출신인 보수 논객 마크 티센은 6월17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란에 3천억달러 규모의 전후 재건복구 기금을 제공하는 건, 나치가 여전히 집권하는 독일에 ‘마셜플랜’(유럽부흥계획)을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마가 진영 논객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였던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는 6월18일 “이란 전쟁 과정에서 공화당이 미국보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우선시했다. 지난 35년여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11월 중간선거 때는 지지하지 않겠다”며 아예 공화당 탈당을 선언했다.
중간선거가 다가온다. 여론은 갈수록 싸늘하고 지지기반은 뿌리째 흔들린다. 무모한 전쟁에 발목 잡혔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식시장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