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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단지 '저널리즘'을 위해 싸웠던 기자들

2026.06.27 15:00

[기자수첩] 2006년 시사저널 사태를 기억하며 
▲전국언론노동조합 시사저널 분회가 2006년 8월3일 서울 충정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편집권 독립 투쟁에 나선 모습. ⓒ미디어오늘 
20년 전, 저널리즘을 위해 싸웠던 기자들이 있다. 2006년 6월19일, 이학수 삼성 부회장의 인사 전횡 의혹을 다룬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 기사를 중앙일보 기자 출신 금창태 사장이 인쇄 직전 편집국 몰래 인쇄소에서 삭제했다. 금 사장은 이학수와 고려대 선후배 사이였다. 시사저널 편집국장은 3일 뒤 사표를 제출했다. 기자들은 금 사장을 비판했다. 돌아온 건 중징계였다.

그해 10월, '시사저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가 출범했다. 이듬해인 2007년 1월, 시사저널 노동조합은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금 사장은 직장 폐쇄를 택했고, 시사저널 사태를 조명한 MBC PD수첩 강지웅 PD를 형사고소했다. 기자들은 금 사장 자택 앞에서 퇴진 촉구 시위와 단식 농성까지 이어가다 그해 6월25일, 눈물 속에 시사저널을 떠났다.

삼성은 선출되지 않았지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었다. 20여년 전 이건희 측근들이 정치권, 검찰, 언론계를 돈으로 관리해 왔다는 일명 'X파일'이 세상에 등장하며 파장이 컸다. 삼성은 재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시사저널은 '삼성'이란 문제를 피하지 않았다. 2005년 9월 발간한 시사저널 추석합병호는 삼성 통권 기획으로 언론계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표지 제목은 '삼성은 어떻게 한국을 움직이나'였다. 삼성이란 키워드로 75쪽을 채웠다. 통권호가 나온 이듬해, 시사저널은 삼성 기사가 빠지며 무너졌다.

'진짜 기자'들은 2007년 9월 시사IN을 창간했다. '5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시사IN은 굵직한 특종과 기획 보도 속에 시사주간지 업계 1위를 기록했고, 내년이면 창간 20주년을 맞는다. 2017년엔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장충기의 문자를 단독 공개해 삼성의 전방위적 로비도 폭로했다. 시사IN의 생존은, 거창하게 말하자면 자본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언론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마지막 '자존심'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시사저널분회가 2007년 6월26일 서울 충정로 시사저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모습. ⓒ미디어오늘
기자들이 주가조작에 가담해 자신이 출고한 기사로 수십억의 시세차익을 거두는 절망의 시대에, 20년 전 시사저널 기자들의 편집권 독립 투쟁은 한국 저널리즘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고, 오늘날 언론계 후배들이 결코 잊어선 안 될 빛나는 언론사史다. 시사저널 편집국장 출신 작가 김훈은 20년 전 "삼성이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서의 위신과 품격과 교양을 갖춰야 한다"며 후배들을 응원하며 삼성의 변화를 촉구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삼성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우리 언론은 삼성을 제대로 견제하고 있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언론은 점점 더 자본에 취약해지고 있다. 서울신문이 호반에, YTN이 유진에 넘어가면서 뉴스룸 내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저널리즘은 약화됐다. 기자들은 출입처를 상대로 홍보맨처럼 일하고 회사를 위해 광고를 받아온다. 아예 기업 협찬을 목표로 행사를 기획하고 협찬주를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에 나서며 자괴감을 겪는 기자들도 적지 않다. 20년 전 시사저널 기자들이 꿈꿨던 '편집권 독립'이 꿈에서 그치지 않기 위해선, 선배들의 시간을 잊지 않고 곱씹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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