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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호랑이·꾀많은 여우…멸종위기 야생동물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26.06.27 14:01

숲에서 본능 키우는 ‘호랑이’
야생 훈련하고 짝 찾는 ‘여우’
맑은 하천 생태 지킴이 ‘수달’

전국 곳곳 들어선 생태시설
종 보전 위한 연구·증식 현장
예약땐 가까이서 보는 재미
한때 우리 산과 들, 강을 누비던 여러 동물이 인간의 욕심으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들은 이제 사람의 보호 속에서 일부는 자연으로 돌아갈 연습을 하느라 고군분투한다.

전국 곳곳에 있는 생태 복원 시설에선 이렇게 멸종위기에 놓인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한다. 여름 휴가철과 방학이 성큼 다가왔다. 한때 담배를 태웠다던 호랑이, 영리하게 굴 세개를 파놓는다는 여우, 수영선수 못잖은 실력을 자랑하는 수달까지 동화나 만화에서나 볼 법한 야생동물과 조우할 절호의 기회다.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에선 호랑이 6마리를 만날 수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속 왕의 귀환 ‘호랑이’=전래동화 속 단골손님인 호랑이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한반도 곳곳에 살던 대표적인 야생동물이었다. 그런데 인구와 농경지가 늘면서 호랑이와 주민 생활권이 겹치게 됐다. 사람과 가축의 피해가 커지자 ‘착호군’이라는 호랑이를 전문적으로 잡는 군대까지 생겨났고, 급기야 개체수가 급감했다. 설상가상 일제강점기 산림 개발과 철도 건설, 농지 확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포획이 이뤄지면서 사실상 멸절됐다. 남한에서는 1921년 경북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호랑이가 마지막 공식 기록으로 남았다.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엔 한국 호랑이와 같은 종인 ‘아무르 호랑이(일명 시베리아 호랑이)’ 6마리가 산다. 국내 동물원에 있던 것을 효과적으로 종을 보전하고 연구를 하겠다며 백두대간수목원으로 이전했다. 이들은 축구장 6개 크기인 3.8㏊ 규모의 호랑이숲을 거닐며 관람객을 만난다.

유혜림 사육사는 “특식이나 냄새 자극, 장난감을 활용해 훈련하면서 호랑이의 야생성을 살리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며 “지난해 수목원으로 와 적응 기간을 뒀던 막내 ‘미령’도 7월에 공개하니 수목원을 꼭 찾아달라”고 밝혔다.

경북 영주 여우생태관찰원엔 붉은여우 20여마리가 살고 있다.
◆꾀 많은 숲속 사냥꾼 ‘여우’=뾰족한 주둥이와 귀, 긴 꼬리, 붉은 털을 지닌 여우는 예부터 영리한 동물로 여겨졌다. 지금은 만화 캐릭터로나 접할 수 있지만 과거엔 전국을 누빌 만큼 활동반경이 넓었다. 모피를 얻기 위한 포획, 쥐약 먹은 쥐를 섭취한 데 따른 2차 중독, 산림 개간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 영향으로 197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은 2011년부터 여우 복원사업을 영위해왔다. 한국에서 살았던 것과 같은 종인 붉은여우를 확보해 먹이 잡기, 굴 파기, 위협 요인 회피 같은 야생 적응 훈련을 하고 짝짓기를 유도한다. 훈련을 마친 여우엔 위성항법장치(GPS) 목걸이를 부착해 방사한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다친 개체는 경북 영주 중부보전센터에서 치료한다.

보전센터 내 여우생태관찰원 해설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보호 중인 여우 20여마리를 만날 수 있다. 서희옥 자연환경해설사는 “여우가 자연 속에서 잘 살아가려면 사람의 손을 타선 안된다”며 “야생 여우를 만나더라도 먹이를 주지 말고 찻길에서 발견하면 중부보전센터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강원 화천 한국수달연구센터 연못에선 수달 7마리가 노닌다. 국가유산청
◆하천 생태계 파수꾼 ‘수달’=천연기념물 수달은 국내 전역 하천에서 활동하나 실제 보기는 쉽잖다. 수달은 물고기·갑각류·개구리를 먹는 최상위 포식자라 특정 종의 개체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걸 막아준다. 또 먹이와 은신처, 깨끗한 수질이 모두 갖춰진 환경에서만 살 수 있어 하천이 얼마나 건강한지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수달이 희귀해진 이유로는 수질오염과 댐 건설이 주로 꼽힌다. 물고기 통발에 갇히며 호흡하지 못해 죽는 일도 부지기수다. 수달은 폐로 숨 쉬는 포유동물로 물속에선 4분 이상 견디지 못한다. 유럽에선 수달은 막고 물고기만 통과시키는 보호 격자를 그물 입구에 부착하기도 한다.

강원 화천에 자리한 한국수달연구센터는 국가유산청의 복권기금 일부를 받아 수달 구조와 치료, 복원사업 등을 수행한다. 생태계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수달 7마리는 이곳 연못에서 망중한을 즐기곤 한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 문을 여는데 수달은 야행성이라 오후 늦게 방문해야 그들을 마주할 확률이 높아진다. 김대산 연구원은 “장마철 혼자 있는 새끼 수달을 발견하고 직접 데려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새끼 냄새가 달라져 나중에 어미가 찾지 않을 수 있다”면서 “홀로 된 새끼를 발견하면 센터나 지방자치단체 야생동물과의 도움을 받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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