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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1조원대 中군함 무력화…현실이 된 대만해협 ‘무인 지옥’

2026.06.27 06:30

지난 5월 대만해협을 처음으로 자율 항행한 미국 스타트업 시셋의 무인드론정 라이트피시가 촬영한 중국 해군 056형 호위함. 사진 Seasats/PR News
#1. 지난 5월 27일 작은 무인수상정(USV) 한 척이 대만 해협을 최초로 횡단에 성공했다. 길이 3.5m, 무게 138㎏에 태양광으로 6개월간 1만4816㎞ 항행이 가능한 미국 스타트업 시샛(Seasats)의 ‘라이트피시(Lightfish)’가 주인공. 닷새에 걸친 항행 중 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대만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항행하던 중국 해군 056형 호위함을 포함해 여러 척의 군함을 수십 m 이내까지 추적 촬영했다. 마이크 플래니건 시샛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해군이 주변 영해에 공격적으로 함정을 배치한 것은 일상화됐지만, 위치 정보가 포함된 사진 증거를 포착한 것은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2026년 2월 미국 신안보연구소(CNAS)의 '헬스케이프(지옥풍경)' 보고서가 제안한 다층 드론 방어망이다. 외곽 자폭드론, 중간 해역의 공중 지뢰 벌떼 드론, 지뢰밭 등으로 구성된 킬체인을 갖췄다. Notebook LLM 제작
#2. 6월 18일 대만 행정원(정부)은 해안 감시와 공격형 드론, 소형 자살 드론 등 총 21만 대 구매를 위해 2100억 대만달러(약 10조2000억원)를 편성한 ‘국방 자율 무인 항공기 조달 특별조례’ 초안을 통과시켰다. 이 예산은 올해 8월부터 2031년 말까지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드론 예산은 미국산 무기 구매가 아닌 대만 내 내부 공급, 자체 생산, 자주 정비를 명시해 논란의 여지를 없앴다.

#3.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막 일어난 일을 주목해야 한다. 25만 달러(3.8억원) USV가 승조원 100명이 탄 9억 달러(1조4000억원)짜리 중국 구축함에 불과 몇 m까지 접근했다. 중국의 위험 노출은 이러한 자율로봇에 지나치게 왜곡돼있다.” 플래니건 시샛 CEO는 지난해 8월 뉴스위크에 수 억원 대 드론이 1조원 대 구축함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라이트피시가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해 일본까지 약 1만2000㎞를 6개월에 걸쳐 횡단하던 중 괌 북서쪽 해상에서 중국의 055형 구축함 난창함(함번 101)을 근거리에서 조우한 사례를 소개하면서다. 값싼 무인 드론이 고가의 첨단 유인 무기 체계를 무력화하는 전쟁 패러다임의 전복을 이미 구현했다는 취지였다.

미국과 대만이 해상과 공중 드론 수 십만 대를 겹겹이 배치하는 다중 킬 체인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전쟁을 겪으며 전쟁의 문법이 고가의 무기에서 대량·저비용 무인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2년 전 등장한 ‘지옥풍경(Hellscape)’ 개념이 현실화되고 있다.
2025년 10월 28일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도착한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 함에 승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새뮤얼 파파로 미 해군 제독(오른쪽)이 맞이하고 있다. 파파로 제독은 2024년 6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 해협을 무인 지옥으로 만들겠다(turn the Taiwan Strait into an unmanned hellscape)″며 지옥풍경 개념을 공식화했다. AFP=연합뉴스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해협을 무인 지옥도로 만든다는 이른바 ‘지옥풍경’ 방어 전략은 지난 2024년 6월 새뮤얼 파파로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처음 제기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주최하는 연례 싱가포르 샹그릴라대화에 참석한 파파로 제독은 “중국의 함대가 폭 160㎞ 해협을 건너기 시작하는 즉시 수천 대의 무인 잠수함, 무인수상함, 드론을 배치해 전장을 장악해 대만·미국 및 동맹군이 전면적 대응에 나설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며 “비밀 기술을 이용, 대만 해협을 무인 항공기로 가득 찬 지옥으로 만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파파로 제독의 논리는 간결했다. 중국의 상륙작전은 수백 척의 수송선·상륙정·호위함이 대만해협을 건너야 하는 데 그 몇 시간이 유일하게 ‘취약의 창’이 열리는 시점이다. 미국의 항모전단이 도착하는 데는 며칠이 걸리지만, 미리 배치된 벌떼 드론은 침공 전력을 즉각 소모하고 지연시킬 수 있다.

2025년 9월 18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타이베이 항공우주 및 방위 기술 전시회(TADTE 2025)에서 방문객들이 전시된 저비용 자율 순항 미사일을 살펴보고 있다. 대만 행정원은 최근 10조원 규모의 드론 방어 시스템 구축 예산안을 마련해 지옥풍경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옥풍경은 미국에서 ‘복제자(Replicator) 이니셔티브’로 이미 개념단계를 벗어났다. 2023년 8월 캐슬린 힉스 미 국방부 부(副)장관이 출범한 복제자 이니셔티브는 전 영역 소모성 자율 시스템 도입을 명시했다. 미국 신안보연구소(CNAS)가 지난 2월 발표한 ‘대만의 지옥풍경(Hellscape for Taiwan)’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은 스스로 방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옥풍경’은 미국의 전략이라기보다 대만의 자위 전략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전임 정부에서 탄생한 지옥풍경 전략이 트럼프 정부로 넘어오면서 미국의 전략에서 대만의 방어 전략으로 진화했다는 의미다. 대만 언론은 5월 미국 USV라이트피시의 대만해협 통과를 지옥풍경의 첫 번째 실전 실험으로 평가했다.

대만 연합보는 지난 11일 “라이트피시의 대만해협 통과는 소형 자율 무인시스템이 대만해협 전략 게임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바꿨음을 상징한다”며 “대만해협의 무기체계가 대형 군함에서 무인 스텔스 시스템으로 바뀌는 분수령”이라고 보도했다.

중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상태다. 미국 시샛이 대만해협 통과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이튿날인 5월 28일 중국중앙방송(CC-TV)은 056A형 호위함인 원산함(文山艦)과 간저우함(竷州艦)이 고속 접근하는 무인수상정을 포착한 뒤 실사격으로 격침했다고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056형 호위함이 미국 라이트피시를 탐지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 빠른 반격이었다.

지난 2024년 파파로 제독의 지옥풍경 전략 발언이 나오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대규모 드론 편대로 미국의 드론에 대응할 능력은 중국도 충분하다며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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