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1조원대 中군함 무력화…현실이 된 대만해협 ‘무인 지옥’
2026.06.27 06:30
#3.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막 일어난 일을 주목해야 한다. 25만 달러(3.8억원) USV가 승조원 100명이 탄 9억 달러(1조4000억원)짜리 중국 구축함에 불과 몇 m까지 접근했다. 중국의 위험 노출은 이러한 자율로봇에 지나치게 왜곡돼있다.” 플래니건 시샛 CEO는 지난해 8월 뉴스위크에 수 억원 대 드론이 1조원 대 구축함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라이트피시가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해 일본까지 약 1만2000㎞를 6개월에 걸쳐 횡단하던 중 괌 북서쪽 해상에서 중국의 055형 구축함 난창함(함번 101)을 근거리에서 조우한 사례를 소개하면서다. 값싼 무인 드론이 고가의 첨단 유인 무기 체계를 무력화하는 전쟁 패러다임의 전복을 이미 구현했다는 취지였다.
미국과 대만이 해상과 공중 드론 수 십만 대를 겹겹이 배치하는 다중 킬 체인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전쟁을 겪으며 전쟁의 문법이 고가의 무기에서 대량·저비용 무인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2년 전 등장한 ‘지옥풍경(Hellscape)’ 개념이 현실화되고 있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해협을 무인 지옥도로 만든다는 이른바 ‘지옥풍경’ 방어 전략은 지난 2024년 6월 새뮤얼 파파로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처음 제기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주최하는 연례 싱가포르 샹그릴라대화에 참석한 파파로 제독은 “중국의 함대가 폭 160㎞ 해협을 건너기 시작하는 즉시 수천 대의 무인 잠수함, 무인수상함, 드론을 배치해 전장을 장악해 대만·미국 및 동맹군이 전면적 대응에 나설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며 “비밀 기술을 이용, 대만 해협을 무인 항공기로 가득 찬 지옥으로 만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파파로 제독의 논리는 간결했다. 중국의 상륙작전은 수백 척의 수송선·상륙정·호위함이 대만해협을 건너야 하는 데 그 몇 시간이 유일하게 ‘취약의 창’이 열리는 시점이다. 미국의 항모전단이 도착하는 데는 며칠이 걸리지만, 미리 배치된 벌떼 드론은 침공 전력을 즉각 소모하고 지연시킬 수 있다.
조 바이든 전임 정부에서 탄생한 지옥풍경 전략이 트럼프 정부로 넘어오면서 미국의 전략에서 대만의 방어 전략으로 진화했다는 의미다. 대만 언론은 5월 미국 USV라이트피시의 대만해협 통과를 지옥풍경의 첫 번째 실전 실험으로 평가했다.
대만 연합보는 지난 11일 “라이트피시의 대만해협 통과는 소형 자율 무인시스템이 대만해협 전략 게임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바꿨음을 상징한다”며 “대만해협의 무기체계가 대형 군함에서 무인 스텔스 시스템으로 바뀌는 분수령”이라고 보도했다.
중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상태다. 미국 시샛이 대만해협 통과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이튿날인 5월 28일 중국중앙방송(CC-TV)은 056A형 호위함인 원산함(文山艦)과 간저우함(竷州艦)이 고속 접근하는 무인수상정을 포착한 뒤 실사격으로 격침했다고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056형 호위함이 미국 라이트피시를 탐지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 빠른 반격이었다.
지난 2024년 파파로 제독의 지옥풍경 전략 발언이 나오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대규모 드론 편대로 미국의 드론에 대응할 능력은 중국도 충분하다며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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