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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주택 공급’ 카드 중 하나는 폐교라는데…현실은

2026.06.27 06:02

[산업X파일] 제자리걸음인 폐교 주택 공급
26일 오전 찾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 옛 공항고등학교 부지. 김포국제공항 맞은편에 있는 이 폐교의 교문은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었고, 철조망이 둘러쳐 있었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CCTV 촬영 중’이라는 경고문이 눈에 띄었다. 운동장에는 초록색 그물망이 덮인 시설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교문에 붙은 안내문에는 ‘공항고가 마곡동으로 이전함에 따라 부지를 정비한 뒤 매각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26일 오전 찾은 서울 강서구 옛 공항고등학교 부지. 옛 학교 교문에는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이정구 기자

옛 공항고 부지는 학생 수 감소로 2019년 학교가 마곡동으로 이전한 뒤 약 7년째 폐교 상태다. 입지는 나쁘지 않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까지 걸어서 8분 거리이고, 바로 옆에는 방화초등학교가 있다. 주택이 들어선다면 역세권이면서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입지인 셈이다. 최근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 가운데 하나로 폐교 활용을 다시 꺼내 든 이유도 이런 도심 입지 때문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폐교도 많고, 공공 부문이 가진 부지 가운데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곳은 샅샅이 다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주택을 가능한 한 빨리, 최대한 공급하겠다’는 기조를 설명하면서 공급 카드 중 하나로 폐교를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보면 정책 구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부지 출입구에 붙은 폐쇄 안내문. '부지 정비 후 매각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이정구 기자

◇폐교 4008곳… 주택 활용은 사실상 ‘0’

정부는 지난해 9·7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서 학교와 미사용 학교 용지, 폐교 부지 등을 활용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3000가구 이상을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의 ‘폐교 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폐교는 모두 4008곳이다. 이 가운데 2640곳은 매각됐고, 1368곳은 교육 당국이 보유하고 있다. 활용 현황을 보면 교육 시설, 문화 시설, 사회복지 시설, 공동 이용 시설, 공공 체육 시설, 관공서 등이 대부분이다. 통계 분류 항목 중 ‘주택’이나 ‘공공 임대주택’ 항목은 없다.

교육부가 공개한 폐교 활용 사례 150건에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 사례는 없었다. 문화예술시설과 교육·체험시설이 대부분이고, 주거 기능이 있는 사례도 교직원 관사와 공무원 관사, 한센인 요양주택 등 특정 계층을 위한 시설에 한정됐다.

현재 확인되는 폐교 활용 공공임대 사업은 지난해 12월 제주도·제주도교육청·제주개발공사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사업이 사실상 유일하다. 서귀포시 옛 무릉중학교와 제주시 송당리 체육용지에 공공임대주택 약 60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사업비는 약 191억원이다. ‘전국 첫 폐교 활용 공공임대’로 소개됐지만 현재도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고, 준공 목표는 2028년 말이다.

사업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당초 계획보다 중형 면적 비중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반영하면 공급 가구 수는 줄어든다.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슷한 일은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다. 폐교 부지는 대부분 1만㎡ 안팎이어서 처음부터 대규모 공급이 어렵다. 공급 가구 수를 늘리려면 소형 위주로 설계해야 하지만, 실제 지역 수요는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중형 면적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폐교 부지는 교육청 자산이어서 지자체로 넘기려면 매각이나 유상 이관 등 복잡한 행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입지 좋은 폐교, 왜 활용은 어려운가

폐교 활용이 더딘 이유는 크게 사업성과 주민 수용성, 두 가지 장벽으로 꼽힌다. 폐교를 포함한 학교 용지는 원칙적으로 교육 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면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해야 하고, 자산도 민간이나 지자체에 매각하거나 이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폐교 부지는 일반 택지보다 규모가 작아 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인근 주민들은 공공 임대보다 공원이나 문화 시설, 체육 시설 조성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옛 공항고 부지도 공공 임대 공급, 유스호스텔 조성 등 여러 활용 방안이 거론됐지만 사실상 진척이 없다. 서울 광진구 화양초 부지도 인근 대학을 위한 공공 기숙사 조성 계획이 추진됐지만 주민과 임대 사업자의 반대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학교 용지 복합 개발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논의되고 있다. 법안은 미사용 학교 용지 복합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용도 해제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업성 개선을 위한 각종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 장관이 매년 학교 용지 이용 현황을 조사한 뒤 직접 복합 개발 후보지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법안 제안 이유에서도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미사용 학교 용지 개발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로 관계 기관 협의 장기화, 주민 반대, 낮은 사업성 등을 꼽았다. 결국 제도 개선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이다.

도심 유휴부지 복합개발 대상으로 거론되는 서울 강서구보건소. 이전 후 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이정구 기자

폐교와 입지나 활용 방식이 비슷한 노후 공공청사 복합 개발 사업도 비슷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서울 강서구 보건소 역시 이전과 공공 임대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폐교나 노후 공공청사 활용의 핵심은 새로운 부지를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실제로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결국 주민 의견 수렴과 사업성 확보, 인허가 절차를 얼마나 단축하느냐가 결국 공급 속도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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